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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부부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번팅 부인은 좀처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눈을 뜬 채 근처 오래 된 교회의 종루가 한 시간 간격으로, 30분 간격으로, 15분 간격으로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 막 잠이 들려는 순간―틀림없이 1시쯤이었다― 거의 무의식중에 기다리고 있던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하숙인이 그녀의 방 바로 앞 계단을 살금살금 내려오는 발소리였다. 그는 한껏 죽인 발걸음으로 복도를 지나 조용히,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번팅 부인 잠깐 이쪽으로 와보시겠습니까?” 그 말은 슬루스의 입술에서 발음되었다기보다는 그곳에서 새어나온 숨결처럼 들렸다. 여주인은 두려움을 느끼면서 그 쪽으로 한발 다가갔다.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이것이 마지막입니다, 번팅 부인.” 하숙인의 얼굴은 아직도 공포와 격렬한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당신의 끔찍한 배반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당신을 믿고 있었는데, 번팅 부인. 그런데 당신은 배신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하늘의 힘에 의해서 지켜지고 있습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 그는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춰 다음과 같은 말을 내뱉었다. “당신의 최후는 쑥처럼 쓰고 양날의 검처럼 예리할 겁니다. 그 발은 죽음으로 떨어지고 그 걸음은 음부의 길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슬루스는 이 기괴하고 저주스러운 말을 속삭이는 도중에도 시선을 이리저리로 움직여 도망칠 길을 찾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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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 감독 영화의 원작소설
장르를 초월하여 희대의 살인마인 잭 더 리퍼를 다룬 작품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마리 벨록 로운즈 여사의 『하숙인』을 좋아했던 히치콕 감독은 이 소설의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히치콕은 이 영화의 줄거리를 자신이 의도한 대로 끌고 가지는 못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하숙인을 연기한 배우의 유명세에 밀려, 그를 연쇄살인범으로 만들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히치콕 감독은 영화 『하숙인』에 대해서, 결말을 애매모호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이는 소설의 결말과도 일치한다. 물론 소설에서도 범인이 누구인지는 분명하게 밝혀지지만(소설에서 범인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밝혀진다. 그리고 그 살인범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번팅 부인의 심리 묘사가 이 소설의 주된 줄거리다) 그는 끝내 잡히지 않는다. 소설이 끝난 뒤에도 범인이 누구인지를 아는 사람은 하숙집 주인인 번팅 부부 두 사람뿐이다. 런던에서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는 번팅 부부는 한동안 하숙인을 구하지 못해 극심한 가난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차림의 신사 슬루스가 찾아와, 다른 사람과 함께 하숙하기는 싫다며 하숙방 4개를 전부 한꺼번에 빌린다. 그로 인해서 번팅 부부는 경제적인 궁핍에서 해방된다. 하지만 번팅 부인은 하숙인의 기벽에 대해서 하나하나 알아가게 되고 그가 안개 짙은 밤이면 외출을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리고 하숙인이 외출한 이튿날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복수자’에 의한 연쇄살인사건 소식……. 한때 런던은 물론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잭 더 리퍼 사건을 바탕으로 저자가 우연한 기회에 듣게 된 어떤 하숙인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