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거울상1부 어린 시절1장 일란성 쌍둥이2장 우리 아들들3장 이제 진짜 우리 애들!4장 젠더위화감5장 다운이스트6장 조심해야 할 것들7장 분홍색 매대8장 남자소녀9장 어둠 속의 격동10장 마법소녀11장 아들 하나 딸 하나12장 트랜지션13장 화풀이2부 뇌의 성별14장 성의 X와 Y15장 젠더의 위배16장 자연계가 낳은 기형17장 다른 존재18장 니콜로 거듭나다19장 새로운 적20장 괴물21장 메인 기독시민연맹22장 니콜을 지키다23장 저와 함께 춤추시겠습니까?24장 천생 여자25장 주시3부 젠더는 중요하다26장 트랜스젠더 뇌27장 마음의 젠더28장 분리하므로 불평등하다29장 숨죽이며30장 외부의 시선31장 사춘기의 시작32장 이렇게 태어났어33장 변화의 시간34장 질 수 없지35장 첫 키스36장 소소한 승리37장 누군가의 동생으로 산다는 것38장 한 걸음 뒤로39장 상상40장 우리들의 이야기4부 허물어지는 장벽41장 졸업42장 탈바꿈에필로그 니콜이 행복하기만 하다면감사의 말자료용어 해설한국어판 자료―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당사자와 주변인을 위한 지원 단체·기관― 추천 도서 및 창작물독자 가이드― 저자와 메인스 부부의 인터뷰― 메인스 가족의 출간 소감― 토론 질문 및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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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 Ellis Nu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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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어린이는 어떻게행복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을까?『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무엇보다 트랜스젠더가 된다는 것, 트랜스젠더가 살아가는 삶의 실상을 생생히 체험케 한다. 해부학적 성과 젠더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영유아는 제 몸과 마음, 주변 세상을 어떻게 감각할까? 저자는 트랜스젠더 아동의 심리 상태를 온전히 당사자의 시선에서 핍진하게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 자녀들의 갓난아이 시절을 촬영한 가정용 비디오, 자녀의 어릴 적 발언에 관한 부모의 증언 등에서 젠더위화감의 징후를 예리하게 포착해 독자들의 눈앞에 펼쳐내 보이는데, 트랜스젠더 어린이가 느끼는 감정을 추체험하기 충분한 일화들이 가득하다. “와이엇은 대뜸 켈리에게 묻곧 했다. ”나는 언제 여자가 되는 거예요?” [······] 아이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듯 자신이 여자가 되는 걸 자명하게 여겼고, 그랬기에 하루빨리 변화에 돌입하길 갈망했다.”(61~72쪽)『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에는 트랜스젠더 아동·청소년이 사회화를 시작하며 일상에서 겪게 되는 고초도 가감 없이 나타난다. 저자는 니콜이 소아·청소년기에 접어들며 세상 사람들로부터 어떤 반응과 대우를 받는지, 어떤 역경과 폭력에 마주하는지를 낱낱이 전한다.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지냈더니 괴롭힘에 노출돼 괴로워지고, 정체성을 숨긴 채 새로운 동네와 학교에서 생활해보려 해도 억압과 불안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니콜이 겪는 곤경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증언하지만, 어떻게 니콜이 가족과 공동체의 도움으로 이 같은 어려움을 벗어나게 되는지도 소상히 서술한다. 그러면서도 세상의 모든 트랜스젠더에게 그토록 우호적인 부모와 공동체가 주어지진 않는다는 현실을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 저자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과 괴롭힘을 당한 이들의 이야기도 소개하는데, 이는 여전히 실재하는 트랜스젠더 혐오의 현실을 일깨우는 한편 트랜스젠더 어린이가 (삶을 비극적으로 마감하는 법 없이) 행복한 성인으로 자라나는 이야기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트랜스젠더 어린이의 존재로 말미암아더불어 성장하고 변화하는 가족과 공동체『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양육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 오늘날처럼 다양한 기준이 경합하는 사회에서 부모는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훌쩍 뛰어넘는 아이를 키우면서 사회적·문화적·의료적으로 어디까지 훈육하고 가르쳐야 할지, 어디서부터 자녀의 고유한 특성을 지지하고 수용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메인스 가족은 자신들의 한계와 끝없이 싸우고 주변의 친지와 전문가들의 도움을 적절히 받으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으로 바라보면서 주어진 정답이 아닌 자신들만의 답을 써 내려간다.자녀를 함부로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한결같이 이해의 노력을 기울인 엄마 켈리, 기나긴 혼란, 유보, 회피 끝에 마침내 자녀를 포용하고 딸을 지키기 위해 세상 앞에 나선 아빠 웨인, 어릴 적부터 조숙하고 용감한 태도로 누나를 보호하는 데 앞장선 남동생 조너스까지······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에는 메인스 가족 구성원 각각의 고유한 인격과 서사가 비중 있게 등장하는데, 특히 두 부모가 처음 취하는 태도가 현격히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자녀가 트랜스젠더임을 처음 알게 된 부모의 감정과 태도, 이들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을 다각도에서 살펴보기에 충분하다. 특히 전직 군인이자 보수적 성향의 아빠 웨인이 겪는 변화는 트랜스젠더 문제를 소상히 알지 못한 채로 불편감을 먼저 느끼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조너스의 존재도 켈리와 웨인 못지않게 흥미롭다. 니콜은 어릴 적 자신과 꼭 닮은 외모를 가진 조너스를 일종의 거울상처럼 바라본다. 하지만 자신과 달리 본인의 존재를 전혀 의심하지 않는 조너스를 보며 니콜은 젠더위화감에 더더욱 휩싸이는데, 저자는 일란성쌍둥이임에도 성격과 젠더정체성 등 수많은 면에서 두 아이가 내보이는 차이에 관해 후성유전학에 근거한 설명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 현실적으로 트랜스젠더 자녀에게 주의 깊은 돌봄이 부득이 요구되는 만큼 조너스는 부모의 보살핌에서 의도치 않게 후순위로 밀리는 경험을 하기도 하는데, 이로써 독자들은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가족이 현실에서 마주할 여러 잠재적 문제를 심도 있게 고찰해보게 되기도 한다.『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이 니콜만의 이야기가 아니듯 니콜과 메인스 가족의 투쟁도 이들만의 투쟁이 아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최선의 선택지와 실천을 함께 고민하며 머리를 맞댔기 때문이다. 이들 덕분에 메인스 가족의 투쟁은 성공적일 수 있었고, 주변인들과 공동체도 그만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학교 측에 맞선 소송은 분명 메인스 가족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사회와 공동체에 반드시 필요한 논의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한결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왔다. 한편 저자는 메인스 가족이 의료적 트랜지션과 법정투쟁 과정에서 전문가들에게 받은 도움이 기존의 유사 사례와 시행착오를 거쳐 축적된 노하우 덕분에 가능한 결과였음을 잘 밝히고 있는데, 그중 한 사례로 히트곡 「언홀리(Unholy)」로 유명한 트랜스젠더 팝 스타 킴 페트라스의 성별확정수술 과정이 소개되기도 한다.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넘기 위해,우리가 알아야 할 트랜스젠더의 거의 모든 것『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트랜스젠더(그리고 간성 등)에 관한 최신 과학의 탐구 내용도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이를테면 뇌의 특정 부위의 길이가 젠더정체성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전형적이지 않은 염색체 구성이나 생식기가 어떻게 생겨나며 이것이 태아의 성적 발달과 어떻게 무관할 수 있는지, DNA 구성이 동일한 쌍둥이일지라도 어떻게 태내 위치에 따라 산모로부터 호르몬의 영향을 달리 받는지, 임신 초기 산모가 받은 스트레스가 자녀의 성적 지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이 알기 쉽게 설명된다. 곳곳에 이런 과학적 설명이 포진해 있다는 점은 이 책의 탁월함 가운데 하나인데, 특히 최근 들어 국내외에서 나날이 심해지는 트랜스젠더 배제와 혐오를 고려하면 이 책이 소개하는 과학 지식은 더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혐오는 많은 경우 무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또 저자는 이분법적이고 규범적인 젠더정체성을 강요하지 않았던 사회와 자연의 유연한 사례들(파푸아뉴기니의 퀄루아트몰, 도미니카공화국의 게베도세, 인도 문화권에서 4000년 넘게 이어지는 히즈라 전통, 이미 잘 알려진 흰동가리, 하이에나, 턱수염도마뱀 등)을 역사적·과학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는 젠더 의식 전반에서 퇴행적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많은 이의 노력으로 어떤 문제는 개선되고 있으나 이 책의 주요 사건이기도 한 화장실 사용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혹은 오히려 더욱 악화된) 채 남아 있다. 하지만 앞서 거론했듯 해부학적 성과 젠더정체성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외음부, 신체 내부의 재생산 구조, 염색체 배열도 얼마든지 다양한 조합으로 존재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많은 트랜스젠더 혐오가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그릇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지를 지극히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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