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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다그림자 상인소품 상점 달섬그림자 거래의 진실슬픔 버튼환생인희망의 별자리봉인된 카이로스너희가 슬퍼야 하는 이유살아야지그날 우리는그림자가 사라진 정오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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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가 사라진 세상에서유일하게 ‘그림자’를 갖고 있는 사람낯선 병실에서 눈을 뜬 정오는 의사로부터 단기 기억상실증을 진단받는다.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느낌도 잠시, 기억을 찾기 위해 만난 친구는 더욱 충격적인 소식을 전한다. 사람들이 그림자를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소식.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친구의 말을 부정한다. 그러나 두 눈으로 확인한 현실은 정오의 부정을 가볍게 무시한다. 친구를 포함한 대다수의 그림자가 이미 사라졌고, 심지어 그들은 자진해서 그림자를 누군가에게 넘겼다고 한다. 그럼 그 대가로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의 그림자를 넘길 리는 없으니까.“슬픔을 없애줘.” (21쪽)한순간에 그림자를 갖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된 정오는 자신의 슬펐던 순간을 떠올리려 하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정오에게 예상치 못한 슬픔이 몰려오고 모든 사람에게 나타났던, 소문 속의 ‘그림자 상인’이 마침내 정오의 눈앞에 나타난다.“정오 씨, 제게 그림자를 파시겠습니까? 동의하신다면 지금 느끼는 슬픔을 비롯해 앞으로 그 어떤 슬픔도 느끼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34쪽)정오가 갖고 있는 것은 두 가지 의미의 그림자다. 말 그대로 빛이 통과하지 못해 생긴 그늘이라는 의미의 그림자와 내면 깊이 존재하는 슬픔이 겉으로 드러난 어둠이라는 의미 모두 정오가 가진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정오의 그림자를 탐내는 의문의 상인. 과연 정오의 그림자는 정오에게 어떤 결말을 가져다줄까.우리에게 어둠은 과연쓸모없는 것일까 하는 질문『그림자가 사라진 정오』는 그림자와 슬픔을 거래한다는 흥미로운 소재로 우리에 뜻밖의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림자를 팔 것인가?’ 하는 질문 말이다. 물론 이는 작가의 세심한 관찰과 경험적인 고찰에서 비롯된 질문이겠지만, 크고 작은 슬픔을 느끼며 사는 우리에게 언젠가 한 번쯤 점검해봐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이 질문이 갖는 울림은 매우 크다. 과연 나는 그림자를 팔 것인가? 과연 슬픔은 내게 그만큼 쓸모없는 감정에 불과한가?그저 이따금 일렁이는 멀미 같은 감정만이 자신을 자각하는 수단이었다. 시간에 갇힌 기억 없는 감정은 송진처럼 끈적하게 그를 괴롭혔고 이제 그는 어떻게든 이 끝없는 고통의 출렁임이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게 비록 완전한 죽음일지라도. (105쪽)사실 『그림자가 사라진 정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품 속에서 정오를 포함한 대다수의 인물은 같은 결론을 내린다. 슬픔을 가져가주는 대가로 그림자를 파는 것. 그리고 대개 독자들 역시 같은 생각일 것이다. 지독하고 끈질긴 슬픔에 시달려본 사람들은 안다. 슬픔에서 벗어나는 일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도 원하는 시기에 이뤄지지도 않는다는 것을.하지만 슬픔을 영영 잃어버리는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만일 현실에 이런 거래가 성행했다면 작품에서 드러나는 결과보다 더욱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만큼 슬픔이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바가 많기 때문이다. 정오의 선택은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조금씩 변한다. 처음에는 모두와 같은 결론을 내리지만 끝에는 정오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결말을 확인하고 나서 이런 깨달음을 얻었으면 한다. 아직 그림자가 있는 당신에게는 곧 빛이 다가오리라는 것을. 짙은 어둠이 밝은 빛의 가장 정확한 신호라는 것을.작가의 말나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슬픔을 온몸으로 감당하리라 믿는다. 소중하다고 여겼던 대상을 잃고도 비통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얼마나 공허한 삶인가. 슬픔이란 애틋했던 관계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람이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슬픔의 바다로 뛰어들 수 있는 존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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