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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장애재활클리닉
한차현 장편소설
한차현
박하 201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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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01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02 안녕, 모두 잘 있어요 이제 조금씩 나를 잊어가겠지만, 원망 같은 건 하지 않을 거예요/03 아무래도 그건, 손예진 때문일 겁니다/04 가위에 눌려본 적이 있다/05 손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해/06 물건의 어떤 측면/07 One Of These Nights/08 안내인의 역할/09 무슨 일인가, 곧/10 187번째 의뢰인/11 내가 갑자기 가슴이 아픈 건/12 기억이란 사랑보다/13 3주기 추모콘서트/14 누군가 곁에 있고 가위에 눌렸을 때/15 거절 못할 제안/16 열 명 중에서 한 명, 백 명 중에서 한두 명/17 남은 시간을 망가뜨릴 권리/18 끔찍한 상상/19 누군가 차창을 두드리고 있다 꿈인가?/20 까마득한 외계에서 보내오는 신호
작가의 말 비로소 나는 안녕합니다, 당신들 덕분에

저자 소개 1

고전적인 서사의 안정감과 신세대다운 위트를 이색적으로 조화시켰다는 평을 받으면서 평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1970년 서울 동대문에서 태어났다. 1998년 단편소설 「청계산의 남자」를 발표하며 월간문학 소설부문 신인상(제84회)을 받아 등단했다. 1996년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양학부를 졸업하고 출판사, 잡지사 등에서 일했으며,1999년 장편 소설 『괴력들』을 발표한 이후 『여관』 『왼쪽 손목이 시릴 때』『영광 전당포 살인사건』 등 장편 소설과 소설집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사랑이라니 여름 씨는 미친 게 아닐까』『내가 꾸는 꿈의 잠은 미친 꿈이 잠든 꿈이고 네가 잠
고전적인 서사의 안정감과 신세대다운 위트를 이색적으로 조화시켰다는 평을 받으면서 평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1970년 서울 동대문에서 태어났다. 1998년 단편소설 「청계산의 남자」를 발표하며 월간문학 소설부문 신인상(제84회)을 받아 등단했다. 1996년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양학부를 졸업하고 출판사, 잡지사 등에서 일했으며,1999년 장편 소설 『괴력들』을 발표한 이후 『여관』 『왼쪽 손목이 시릴 때』『영광 전당포 살인사건』 등 장편 소설과 소설집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사랑이라니 여름 씨는 미친 게 아닐까』『내가 꾸는 꿈의 잠은 미친 꿈이 잠든 꿈이고 네가 잠든 잠의 꿈은 죽은 잠이 꿈꾼 잠이다』를 줄기차게 써냈다. 젊은 소설가 모임 '작업'의 동인이다. 그 외 소설『슬픔장애재활클리닉』이 있다.

황소자리 O형 개띠. 삶이란 즐거움의 완성임을 20대에 깨달았지만, 평소의 소설 쓰기와 음주 음악 음행이 그 진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아직 불확실한 편이다. "속 편한 놈"이란 소리를 어째 나이 들수록 듣게 되는데, 더 많이 더 깊이 더 천천히 느끼는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할 뿐. 2021년 8월 인왕산이 잡힐 듯 보이는 종로구 옥인동 노란 집에서 아내 문은, 딸 교원과 함께 소설 쓰며 술 마시며 안주 만들며 음악 들으며 영화 보며 화분 키우며 고양이털과 싸우며 대충 잘 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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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5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10g | 130*190*20mm
ISBN13
9788965702092

책 속으로

“슬픔장애재활클리닉, 이라고 이름 붙여봤어요. 뭐 아직까지는 거의 초등학생 장래희망 같은 수준이지만.”
“슬픔장애라. 그렇군요.”
“사람들은 슬픔에 빠진 이들에게는 종종 관심을 기울이지만, 슬픔장애로 남몰래 고생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이해 자체가 거의 없는 편이거든요.”
“왜일까요.”
“슬픔장애란 슬픔 자체보다 썩 과묵한 현상이지요. 지극히 만성적인.”
-104~105p

어떤 상황에서 가위에 눌리는 게 가장 괴롭고 답답한지, 혹시 아시나요.
길지 않은 순간이 끝나고, 침대에 똑바로 누운 여자가 천장을 향해 중얼거렸다. 이제야 비로소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듯.
글쎄요, 소변 급할 때?
아뇨.
모기에 발가락 물렸을 때?
아니고.
어느새 술이 깼는가. 지치고 메마른 목소리.
누군가 곁에 있을 때.
누군가 곁에?
새벽 두시가 넘었을 것이다. 옆방에서 여자의 웃음소리가 꿈결처럼 들려왔다.
깨워줄 사람이 바로 옆에 누워 있지만 나 좀 깨워달라는 부탁은커녕 어어, 소리조차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거죠. 이렇게 답답하고 무서워서 죽을 것 같은데, 어깨 한 번만 툭 쳐주면 이 상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옆 사람은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하고, 오히려 내가 잠에서 깰까봐 조심조심 책장을 넘기는.
-215~216p

자살 유전자를 타고 난 사람들. 그를 낳은 부모도 그가 낳은 자녀도, 메스 쥔 의사도 수갑 쥔 경찰도,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 존재한다면 그조차도 감히 그 앞길을 막아서지 못할 자살 예정자들. 그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숫자가 생의 마지막 통과의례를 앞두고 남모를 곤란과 고통에 사로잡히곤 한다. 자살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그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사회적 관심과 배려, 전문화된 상담과 심리 치료 등이겠지요. 열 명 가운데 아홉 명, 1백 명의 자살 시도자 가운데 아흔여덟 명 정도는 말이에요. 그렇다면 열 명 중에서 한 명은? 백 명 중에서 남은 한두 명은?
-243p

---본문

출판사 리뷰

가뭇없이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애도와 위안,
겨우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무모하고도 애잔한 사랑!
왜냐고? 삶은 폐허이고
당신과 나는 촛불처럼 위태로운 존재들이니까-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남은 이의 슬픔을 위로하는 서비스대행업체 ‘애도와 위안의 사람들’ 직원 차연은 장례식장에서 손예진을 닮은 여자, 원형과 마주친다. 그녀에게 흥미를 느낀 차연은 원형에게 말을 걸고 그 인연은 술자리로 이어져 결국 둘은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차연은 원형과 가까워질수록 불안한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다. 원형은 십 년은 더 된 은색 폴더 핸드폰으로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다른 이의 손때가 묻은 물건이 담긴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보석함을 집 안에 보관하고 있다. 차연은 보석함에 적힌 이름 중 하나에서 기시감을 느끼고 기억을 헤집은 끝에 깨닫는다. 그 이름이 원형과 마주친 장례식장의 고인 중 하나였음을.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차연에게 원형은 그를 안다는 여자가 있다고 한다. 열세 살 이후 죽음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고 동호회 회원 둘과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가 홀로 살아남아 수면제 기운 만큼이나 버거운 자책감에 시달리는 여자, 이연. 그러나 차연은 이연을 기억하지 못한다. 차연은 어디서 어떤 사연으로 이연과 마주쳤던가. 그리고 원형은 여전히 자살을 꿈꾸는 이연을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 걸까.

무심한 듯 날렵한 문체로 그려내는 존재의 독한 허무와 사랑의 징후,
고전적 주제와 도전적 상상력의 측면에서 이 소설은 우아하고도 서늘하다.

그동안 도전적 상상력과 고전적 서사를 위트 있게 결합시키면서 한국 소설의 지평을 넓혀온 작가의 본령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죽음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다. 하루 평균 사망자만 해도 약 700명. 이 엄혹한 진실 앞에서 우리는 매번 간과하곤 한다, 가까운 이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지는 사람은 더 많다는 사실을. 《슬픔장애재활클리닉》은 이 점에 주목하여 존재의 소멸과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고전적 스타일의 서사로 그려내는 동시에 물수제비뜨듯 날렵하면서도 정서의 파문을 그윽하게 퍼뜨리는 문체로 독자의 감정을 사로잡는다.
《슬픔장애재활클리닉》은 “떠나는 사람은 슬프지 않다. 남은 사람이 슬플 뿐이다.”라는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속 한 구절을 대표하는 차연과 “삶이란 꺼져가는 짧은 촛불이요, 걸어 다니는 그림자”라는 《맥베스》 속 대사의 현현이라 할 이연을 대비하며 소멸이란 단단한 숙명 앞에서 인간의 무모한 저항을 가슴 아프게 그린다. 결말에 이르러 이연을 닮은, 이연이 닮은 원형이 자신의 자리를 이연에게 내주고 전화 저편 먼 목소리로 사라져가는 기억의 엇갈림에 독자는 먹먹한 여운을 맛보게 되리라.
《슬픔장애재활클리닉》은 작가 한차현의 그간 천착해온 존재론적 질문에 대한 심도 깊은 탐구가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미학적 성취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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