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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말 A―5그는 늦었다, 평소처럼개가 초원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왜 내가 군인을 싫어하냐고?너의 집을 지나치는 게 두렵다무슨 일이 있었냐고?사람들은 요즈음 전쟁과 평화를 결정한다오늘 오후 그 소녀가 다시 찾아온다금요일은 네가 죽음을 생각하는 날이다미사일들이 하늘을 밝히는 것처럼 보인다노천카페에서 첫 햇살 아래 앉았을 때얼마나 더 오래 그걸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그는 자신이 열여섯 살이라고 말했다궁정 시인들 뒤에 지혜로운 시인들이 나타났다아침부터 벌써 지옥처럼 더웠다그 후 나는 한 시인과 만난다우리의 무언가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나는 읽은 기사젊은 중국 남자가 내게 데리다를 설명한다나는 계속 휴대폰을 확인하는 스스로를 깨닫는다그들은 그 무엇도 주지 않았다여기 축소판 상파울루모르겠다, 어쩌다 이 차에 탔던 것인지오직 너로부터 수천 킬로 떨어져 있을 때만나는 고층 건물에 올라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진정 우리의 것이었던 여행그는 구석 의자 위에 수그린 채그는 책방 서가 뒤에서 내게 미소를 지었다표범이 된 꿈을 꾼다바 위에서 펄쩍펄쩍 뛰며 옷을 벗는 남자들너도 들리니, 데이브내 쓸모없음에 대한하루가 점점 끝에 가까워지면나는 시 낭독회에 가는 중이고나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응시한다어둠 속에서는 두 눈만 빛나고나는 이 모든 날씬한 소년들을 지켜본다너는 모든 걸 놓치는 거야, 리틀 지미네가 왜 마음에 떠올랐는지 모르겠어정말 그런 생각이 든다사랑하는 안나, 류블랴나는 악몽이야할아버지는 첫 번째 사람이었다난 이해가 안 된다, 왜 뭐가 그리도 잘못되었는지나는 담당 의사에게 갔고 당황하며 인정했다밤은 길고 잠은 오지 않는다우리가 구름 위로 날 때, 나는 생각한다나는 그녀에게 들켰다베트남 여자는 내 어휘들을 넘어설 것이다넌 안 믿길 거야, 그가 내게 말한다동네 위로 황혼이 내릴 무렵잊는다는 것추천사 64날것의 욕망 속에서 붉게 번식하고 굶주린 꿈속에서 서식하다 끈끈한 침을 뱉는 (毛魚 모지민) 옮긴 이 말 66 내가 만난 브라네 모제티치 (김목인)끝나지 않는 혁명의 스케치 B―5내가 어릴 적, 그들은 우리에게 작은 깃발들을 흔들게 했다나는 길고 텅 빈 복도를 힘겹게 지나간다그날 우린 우리 집에서 회의를우리는 계속해서 로슈카 거리로 나아갔다니카라과의 뜨거운 태양1973년 11월 28일, 유니온 시네마에서 영화를 보았다74년 봄, 우리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1941년 8월 말, 슬라브코 삼촌이 콘그레스니 광장을 산책한다수 킬로미터를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뜨거운 7월의 밤, 네 대의 적기가 추락했다매 세기마다 혁명을 위한 숱한 투쟁들이 있었다쿠바에서 온 연인들85년 3월 나는 그날 밤도 생 오노레 가에 있는 클럽 HT 주변을 맴돌며우리는 버스를 탔다. 끔찍하고 덥고2001년 6월, 나는 한 카페에 입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내가 어릴 적,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불 위에다 물을 데웠다며칠째 나는 말들을 찾았다88년 여름은 길고 지쳤다대부분 나는 남자들이 그저 나와 섹스하려고고르바초프의 도착을 위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다소 어색한 일이다, 이처럼 과거를 뒤적이는 것어릴 적, 나는 타일을 바른 난로 안으로 기어들었다나의 아빠는 엽서들에만 존재한다하나씩 하나씩 나는 세 편의 이야기를 손에 쥔다67년 여름. 사람들은 아이였던 우리를 해변으로 보냈다내가 태어난 지 두 달 뒤몽 셰리, 몽 두두어느 축제에 시의 저녁이 있었다1996년 5월, 교황의 류블랴나 방문나는 전통적인 가족을 일부라도 느껴본 적이 없다맨 처음 어느 테크노 파티에 갔을 때마라톤 낭독이 있었다어느 저녁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날을 기억한다열여섯 살에 나는 이미 학교에서 가장 열성적인 시인이었다고작 열다섯 살도 안 되었을 때다첫 키스 이후 20년이 넘은 지금76년 봄. 모든 것이 굉장한 에너지로 펼쳐졌다수년간 나는 손에 성자를 쥔 채 잠을 잤다85년 2월, 나는 벌써 쿨이란 단어를 쓴다b.와 나는 문학 낭독회를 열고 싶지 않았다나는 내 자신을 30년 전의 어느 시점에 가져다 놓았다스무 살도 안 되었을 때내가 태어나자마자 이모는 곧장 세례식에 데려갔다2013년 8월 23일. 나는 힘겹게 병원 건물로 오른다해제 58‘밤은 길고 잠은 오지 않는’ 시간의 시 (남웅)행동주의 에세이 63늪의 꿈, 진흙의 걸음, 영원의 몸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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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들, 대화와 글쓰기는 내 마음에서 길을 잃었다.우스워져 나를 좋은 분위기로 돌려놓는 시시한 것들에 대해 얘기한다.”슬로베니아 최고 시 문학상 젠코 상 수상, 『시시한 말』사랑이 없다면, 인생, 글쓰기, 모두 부질없다. 그저 시시할 뿐. 『시시한 말』은 태어나면서부터 ‘남자들의 세계’에서 폭력의 냄새를 맡았던 시인이 어린 시절 경험한 사랑의 흔적을 찾아 헤맨 퇴폐와 방랑의 여정이자 금기시된 성적 실천이 솔직 대담하게 기록된 퀴어 당사자의 생생한 역사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페미니즘 제2 물결의 슬로건처럼, 시인은 퀴어 개인의 삶이 사회 전반의 성 억압과 권력 아래 있고, 그렇기에 결코 시시하지 않은 당사자의 시간은 사회 역사적으로 조명되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한다. 해제를 쓴 문화 평론가 남웅은 “경찰의 조롱과 감시, 에이즈 히스테리아가 지나간 자리에는 섹스와 약물이 저변에 놓인다. 세상의 끝 류블랴나에서의 무기력한 삶과 고통, 모든 부정적인 힘들이 농축된 가운데 시인은 여전히, 그 모든 건 섹스라고 쓴다.”라며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혼돈의 세상에 있으면서도 견디고 관찰하기를 자임한다.”라고 평한다. 시집 추천사를 쓴 영화배우 겸 작가, 드랙 아티스트인 모어 모지민은“너무 쉽게 피고 지고 너무 짧게 오고 가고. 왜 아름다운 것들은 금세 사라질까.”라며 안타까워하지만, 시인은 이를 구름에 빗대며 “천사들이 창조되었던 방식”이라 쓰고 있다. 성적 해방의 비애, 허무, 매혹, 파격을 그린 『시시한 말』로 슬로베니아 최고 시 문학 상인 젠코 상을 수상한 브라네 모제티치는 슬로베니아 현대 시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시인이다. “나는 한 카페에 입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호모라는 이유로. 개가 된 느낌이었다.” 미국 람다 문학상 게이 시 부문 파이널리스트, 『끝나지 않는 혁명의 스케치』 2001년 6월, 시인은 한 카페에 입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유럽 한복판에서 하나의 국가라는 환상은 마침내 산산조각이 났다(혁명 22페이지)’. 그 후 모든 사랑은 똑같이 아름답다는 등의 슬로건을 내건 프로젝트들은 시인을 끔찍이도 역겹게 했다. 멋지고, 품위 있고, 선한 사회를 찬양하는 허상 속에서 환멸을 품는다. 『끝나지 않는 혁명의 스케치』는 동유럽 반파시스트 인권 활동가인 시인의 정치 역사적인 면모가 담긴 산문시다. 1980년 티토가 죽고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이 붕괴되면서 전쟁이 일어난 가운데 슬로베니아는 독립하지만, 유고 내전은 2001년까지 지속된다. 시집에 발문을 쓴 역사 연구자 김대현은 “혁명과 반혁명, 민족주의를 등에 업은 전쟁과 인종 청소가 구 유고 연방 지역을 휩쓸 동안, 신생국 슬로베니아 또한 이전 유고 연방 시기에 비해 군사화 보수화되며 민족주의가 대두되는 흐름을 보인다.”라며, “탈식민과 냉전과 인권 침해의 불구덩이를 살아온 한국 독자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역사.”라고 쓴다. 옮긴이 김목인은 “혼란스러웠던 현대사의 격변을 경험했고, 냉소적인 데다 섬세했으며, 위트 있고 다정다감했다. 분노하다가 체념했고, 소심하게 시작해 도발적인 선언을 드러내기도 했다”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위대한 시인의 시를 소개할 수 있어 너무나 영광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보 안드리치, 다닐로 키슈 등 동유럽 문학 특유의 지성과 감각을 잇는 작가 브라네 모제티치의 『끝나지 않는 혁명의 스케치』는 미국 람다 문학상 게이 시 부분 파이널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시적 혁명은 미완이 아니라 충분히 평가받지 못했을 뿐이다.
추천의 글 “동시대를 살아가는 위대한 시인의 시를 소개할 수 있어 너무나 영광이다.” ― 옮긴이 김목인 (싱어송라이터, 작가) “날것의 욕망 속에서 붉게 번식하고 굶주린 꿈속에서 서식하다 끈끈한 침을 뱉는 시.” ― 영화 모어 배우 모지민 (작가, 드래그 아티스트) “두 시집에서 우리는 성 소수자임을 각인해 온 시인을 둘러싼 대기, 그 속에서 내쉰 호흡을 음미할 수 있다. 성 소수자라는 정체성은 모멸이고 계속해서 확인시키며 설명하고 화내야 하는 무엇이다. 시대를 앞서 살아온 이의 문장은 이국땅에 분투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문장의 간격을, 자기 서사를 시로 풀어낼 호흡법을 알려준다.”― 남웅 (문화 평론가) “모든 시간을 통틀어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억압은 형태를 달리하여 오래 지속된다. 비록 체제와 지역의 차이, 분단 모순에 따른 민족주의의 서로 다른 맥락은 있겠으되, 탈식민과 냉전과 인권 침해의 불구덩이를 살아온 한국 독자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시계열의 역사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의 입장과 언어로 다시 정리하는 것에서 운동과 문학은 시작되고, 잃더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세상에는 있다.”― 김대현 (작가, 역사 연구자) “시집을 펼치자마자 서점에 벼락이 떨어진 기분이었다. 너무나 멋진 시집이다.” ― 황희수 (서점극장 라블레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