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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글
들어가며 제1부 글렌 굴드 사진첩 제2부 조지 셀 망동(妄動) [부록] - 디스코그래피 - 캐나다 국영 방송사의 글렌 굴드 테이프 컬렉션 - 라디오 프로그램들 - 텔레비전 프로그램들 - 필모그래피 옮긴이의 글: 글렌 굴드에게 듣는 글렌 굴드 |
글렌 굴드,Glenn Herbert Gould
Jonathan C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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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흥얼대는 소리를 지우는 일을 하는 이퀄라이제이션 시스템을 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만약 그 소리가 어느 특정 주파수에만 머물고 그 주파수를 지우는 것이 피아노 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당장에 그렇게 할 텐데 말입니다. 나는 그 소리가 자산이 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게 그 소리는 늘 내 곁에 머물러온 불가피한 그 무엇일 뿐입니다. 사실 내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은 최근 내가 발매한 음반에 대해 하는 말과 정확히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는 셈이지요. 좀처럼 없앨 수 없는 버릇인 겁니다.
--- p.59~60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1번》부터 《4번》까지 담은 신보가 곧 발매 예정인데, 내가 지금껏 녹음한 그 어느 바흐 음반과 마찬가지로 건조한 음향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템포는 전에 비해 느려졌어요. 다소 두터워진 소리라는 제약 조건을 두고 방정식을 풀면 정답은 템포를 늦추는 것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요소들을 무시하고 평상시 선호대로 빠른 템포를 잡으면 아티큘레이션이 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경우에는 악기가 템포를 좌지우지한 셈이지요. --- p.91 원곡에 충실한 편곡 노선을 견지할 때, 특히 그 원곡이 [지크프리트 목가]처럼 현악 텍스처가 지배하는 곡이라면, 실수하기 쉬운 함정이 있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가령 관현악곡 악보에서는 콘트라베이스와 첼로가 같은 음을 한 옥타브 차이로 겹쳐 연주하는 게 흔히 나타나는 관행입니다. 콘트라베이스 덕분에 오케스트라 음향의 지평이 확장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런 관행을 피아노 편곡판에서도 그대로 반영해야 할까요? 아니면 간헐적으로만 운용해야 할까요? 내가 내린 결론은 [지크프리트 목가] 전체에 걸쳐 음악이 가장 높은 클라이맥스에 도달할 때를 제외하고는 콘트라베이스의 음표를 언제나 엇박에 배치한다는 것입니다. --- p.102~103 입체 음향을 무조건 선호한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에요. 그런 논리라면 흑백 영화를 감상하는 일도 절대 없어야 할 테지요. 나는 오히려 어떤 특정한 종류의 음악은 모노 사운드를 더욱 선호합니다. 공연히 좌우 사운드를 구분하여 녹음해봤자 그 혜택을 전혀 입지 못하는 작품들도 있다는 뜻이지요. 4채널 방식은 바흐 트리오 소나타나 베토벤 교향곡에는 조금도 필요하지 않은 기술입니다. 반면 가브리엘리의 작품 중에는 4채널이 통하는 곡이 있습니다. 네 개의 금관 합주단을 사방에 하나씩 배치하고 녹음하는 방식에 아주 어울리는 작품이지요. --- p.128 그러다 문득 조지 셀이 무대 쪽으로 걸어오더니 대뜸 “뭐 하는 건가?” 하고 묻더군요. 나는 의자를 더 이상 내렸다가는 다리 자세가 영 불편해질 것 같아 대신 피아노를 살짝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피아노를 올림으로써 의자를 내린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여기 아주 친절한 신사분께서 나무 조각을 특별 제작해주기로 하신 덕분에 저녁 공연 전까지는 문제없이 준비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마에스트로께서는 “허!” 하는 탄식을 내시더군요. --- p.192~1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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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직접 밝히는 자신의 연주 철학과 음악적 견해
그 누구보다도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음악가이자 유별난 피아니스트였던 글렌 굴드는 톱으로 다리를 잘라낸 나무 의자에 앉아 잔뜩 구부정한 자세를 하고서 날렵한 템포와 신선한 명쾌함으로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의 음악을 해석해냈다. 음악적 재능뿐만 아니라 괴짜 같은 행동으로도 이름을 얻은 굴드는 연주 도중 흥얼대는 소리를 내거나 구겨진 연미복 차림으로 무대에 오르곤 했다. 『워싱턴 포스트』로부터 “이상적인 인터뷰어”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 작가 조너선 콧은 굴드가 인터뷰를 허락한 극소수의 사람 가운데 하나다. 굴드의 연주 철학을 비롯하여 다양한 음악적 주제를 놓고 오간 재치 있는 대화를 기록한 이 책은 최고의 굴드 대담집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고의 인터뷰어와 피아니스트의 만남 유서 깊은 음악 잡지 『롤링 스톤』 창간호부터 객원 편집 위원으로 활동해온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조너선 콧은 글렌 굴드, 존 레넌, 밥 딜런, 레너드 번스타인 등의 인물을 인터뷰하고 이를 책으로도 출간하면서 최고의 인터뷰어로 꼽혀왔다. 콧은 글렌 굴드의 오랜 팬이기도 하다. 열세 살 무렵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처음 접한 콧은 굴드가 뉴욕 지역의 무대에 오를 때면 어김없이 따라다니며 그의 연주에 푹 빠져들곤 했다. 1960년 어느 공연 실황을 촬영할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굴드와 처음 인사를 나눈 콧은 그 후에도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굴드의 음악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표현했다. 1974년에는 굴드와 여섯 시간에 걸쳐 전화로 인터뷰를 하고, 이 대담을 『롤링 스톤』지에 게재했다. 굴드가 세상을 떠난 뒤 콧은 당시의 인터뷰를 모아 여기에 서문을 붙이고 수십 장의 사진 자료와 디스코그래피, 필모그래피, 그리고 굴드가 출연한 라디오 및 텔레비전 프로그램 목록을 더해 책으로 펴냈다. 굴드만의 독특한 무대 매너에 대하여 굴드는 데뷔 이래 전무후무한 독창적 해석을 선보이며 놀라운 연주로 관객과 평론가를 열광시키는 한편, 기이한 무대 매너나 생활 방식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뜨거운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던 굴드는 1964년 서른두 살의 나이에 돌연 콘서트 무대 일선에서 떠나 녹음과 집필에만 전념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또 한 번 세상에 놀라움을 안겼다. 굴드는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콧노래를 흥얼대는 습관이 있었고, 음반에도 이런 목소리가 섞여 녹음되곤 했다. 콧은 굴드에게 만약 이 ‘시끄러운 유령’의 소리를 음반에서 지우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할 의향이 있는지 질문한다. 그러자 굴드는 음악에 아무런 보탬도 되지 않는 그 소리만 골라 지울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얼마든지 그러겠다고 답하며, 어린 시절부터 자기를 따라다닌 버릇이기에 좀처럼 떨쳐내기가 어렵다고 아쉬움을 드러낸다. 반면에, 오른손이 연주할 때 왼손으로는 지휘 동작을 하고, 코가 건반 바로 위에 오거나, 황홀경에 빠져 까무러칠 듯한 동작을 하는 등의 제스처를 바꾸고 싶으냐는 물음에는 단호히 거부 의사를 밝힌다. 만약 그런 행위들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연주 수준은 급격히 떨어지고 말 거라며 “내 왼손과 오른손 사이의 관계는 단연코 개인적인 문제”임을 강조한다. 더욱이 바흐는 건반에 바짝 붙어서 연주해야 하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소리를 깨끗하게 하고 통제력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재기 넘치고 도발적인 굴드의 발언에 담긴 음악적 식견 콧과의 대담에서 굴드는 올랜도 기번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페툴라 클라크를 향한 편애, 그리고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와 비틀스에 대한 반감을 비롯한 음악적 견해를 솔직하게 밝힌다. 레퍼토리 선정, 피아노의 터치와 템포, 실험적인 녹음, 팝 음악 등 여러 가지 주제에 답하며 위트와 신랄함을 내뿜는 굴드의 발언을 읽노라면, 그의 특이해 보이는 행위와 결정이 단순히 괴짜 같은 성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 깊은 이해와 숙고에서 비롯된 것임을 생생하게 깨달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