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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의 택배일기
택배 상자 들고 가리봉동을 누빕니다
구교형
산지니 202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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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_현역 목사, 나이 50에 왕초보 택배 기사가 됐습니다

1장 성경을 내려놓고, 택배상자를 들다

택배 기사가 가장 서러울 때는
택배 하며 깨달은 진리
택배 기사는 외과수술 전문의
미로 같은 동네에 택배를 배송하는 방법
택배 기사가 바라본 아파트와 택배 차량 갈등
공포의 절임 배추
택배 대리점에는 택배 기사만 있는 게 아니다
택배 하기 딱 좋은 신체 조건
목사인 나도 욕하면서 일한다
택배 기사를 어떻게 부르시나요?

2장 택배 기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가리봉동 골목을 누비며
달달구리 커피로 맺어진 사이
택배 기사의 지갑을 본 적 있나요?
택배 기사에게 명절이란
동네 한 바퀴에 음료수가 한가득
기사들의 떼창 “퇴근하겠습니다!”
먹고살기 위한 일일지라도

3장 택배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동네와 마을이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스티로폼 아이스박스의 불편한 진실
택배 기사의 대리운전 이야기
가리봉동에서 만난 차별의 얼굴
전라도와 중국인
인생 막장에서 시작한 택배
고객에게 ‘미안하다’ 문자를 보냈다

에필로그_나는 왜 택배 기사가 되었나

저자 소개 1

어려서부터 사회에 관심이 많아 중학생 이후 40년 넘게 신문을 탐독했다. 대학에서 철학과 사회과학을 공부하며 문제의식이 더 깊어져 자연스레 시민운동에 참여하였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함께 뿌리박은 목회를 하고 싶어 지역교회 개척을 했다. 50대에 접어들어 목회와 더불어 택배와 대리운전, 물류센터 일을 함께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이를 <오마이뉴스> 연재로 기고하였다. 가정과 다음 세대, 삶의 현장과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믿음의 공동체를 함께하려고 한다. 충북대학교 철학과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예장합동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어려서부터 사회에 관심이 많아 중학생 이후 40년 넘게 신문을 탐독했다. 대학에서 철학과 사회과학을 공부하며 문제의식이 더 깊어져 자연스레 시민운동에 참여하였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함께 뿌리박은 목회를 하고 싶어 지역교회 개척을 했다. 50대에 접어들어 목회와 더불어 택배와 대리운전, 물류센터 일을 함께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이를 <오마이뉴스> 연재로 기고하였다. 가정과 다음 세대, 삶의 현장과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믿음의 공동체를 함께하려고 한다. 충북대학교 철학과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예장합동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간사, 남북나눔운동 간사를 거쳐,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평화누리와 하나누리 사무처장을 역임했고, 6년간 성서한국 사무총장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지금, 한국에서 하나님나라를 배우다』(대장간), 『하나님나라를 응시하다』(대장간), 『뜻으로 본 통일 한국』(IVP)이 있다.

-충북대 철학과, 총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예장 합동 목사
-경실련 기독청년학생협의회와 남북나눔운동 간사, 평화누리와 하나누리 사무처장, 성서한국 사무총장, 두레사랑 쉼터 시설장 역임
-찾는이광명교회와 십자가로교회 목사, 새숨병원 설교 목사 역임
-현재 광명 경실련 공동대표, 성서한국 이사장,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공동대표
-공저: 『사회선교, 한걸음』(뉴스앤조이), 『한국교회, 개혁의 길을 묻다』(새물결플러스), 『겸직목회』(솔로몬)
-저서: 『뜻으로 본 통일한국』(IVP), 『하나님나라를 응시하다』(대장간)

청년 때 접한 하나님 나라 신앙을 목회와 운동 현장에서 구현하는 데 힘을 쏟았다. 한 사람에게 임한 구원의 경험이 어떻게 가족과 이웃, 온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로 연결되고 확장되는지 경험하고, 증언하는데 관심이 많다. 수시로 택배 일을 하면서 신앙이 생활과 일에 얼마나 깊은 연관이 있는지 새삼 깨닫고 이를 오마이 뉴스에 연재하기도 했다. 가정과 다음 세대, 삶의 현장과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믿음의 공동체를 세우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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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135*200*13mm
ISBN13
9791168613546

책 속으로

장마철에는 비에 젖어서 흐물흐물해진 박스가 오기도 하고, 아이스박스가 깨져 국물이 흐르거나 아예 내용물이 덜렁덜렁해져서 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국물이나 이물질이 택배 기사에게도 묻어 그날은 냄새와 함께 배달해야 한다. 그때부터 우리는 봉합수술에 들어간다. 일단 상태를 보고 수술로도 살아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사진으로 증거를 남겨 파손처리를 하여 발송지로 되돌려 보내거나 폐기한다. 그러나 웬만하면 수술을 거쳐 살려낸다. 단지 포장재만 파손된 경우는 내용물만 잘 넣어 테이핑하면 되지만, 내용물까지 손상된 경우가 적지 않다. 그걸 잘 파악하고, 어떻게 할지 판단해야 한다.
--- p.39 「택배 기사는 외과수술 전문의」중에서

좀 우스운 얘기지만 택배 일을 하는 데 키가 작아 좋을 때가 있다. 특히 좁은 골목, 오래된 주택가가 많은 구로동, 가리봉동에서는 더욱 유리하다. 낮은 대문, 좁은 계단과 높은 난간을 올라 배송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 물건을 양 겨드랑이 사이나 가슴 가득 움켜쥐고 오르내린다. 나도 이렇게 겨우겨우 오르내리는데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기사들은 어떻게 다닐까 생각하며 혼자 뿌듯해한다. 무게중심이 낮아 흔들림이 크지 않고, 좁은 곳을 지날 때도 무난한 나는 주택가 택배에 최적화된 몸이라는 혼자만의 상상을 즐기곤 한다.
--- p.84 「택배 하기 딱 좋은 신체 조건」중에서

인생의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면 좋을까? 앞에서 말했듯 힘든 육체 노동은 생각과 마음을 단순하게 비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한편 내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둔 분노와 부정적 에너지는 어딘가 쏟아놓지 않으면 몸도, 영혼도 더 크게 병들게 된다. 그렇다고 함부로 표출할 수도 없다. 그럴 때 기독교인은 ‘하나님께’ 저주 기도를 하는 거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혼자서’ 욕설이라도 쏟아내면서 당장 불타는 분노와 절망을 이겨내는 거다. 그런 면에서 택배 기사들의 욕설은 반드시 특정인(갑질, 진상 고객)을 향한 것이 아닐 때가 더 많다. 답답한 자신의 모습을 털어버리고, 당장 힘든 상황을 욕하면서 견뎌내는 것이다. 배설 욕구와 비슷한 것이다.
--- pp.94-95 「목사인 나도 욕하면서 일한다」중에서

사실 나도 그랬다. 나름 인생을 열심히 살았지만, 나이 50이 넘어 도무지 헤어 나올 수 없는 인생의 막장을 만났다. 살길도 없었고, 살 의욕도 없었다. 목사인데도 기도나 성경 읽기도 힘들었다. 그때 친구였던 지금의 택배 대리점 점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지금 이것저것 생각하며 상념에 빠지면 더 헤어나기 힘들다. 이럴 때일수록 돈도 벌고,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 택배 해라. 정신없이 일하며 몸을 쓰다 보면 힘들어서 잡념도 없어지고 마음도 회복될 거다.’ 그렇게 택배를 권했다. 그 말에 귀가 솔깃했다. 그러나 2015년에 목회를 하며 택배 일을 호되게 경험해본 터라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마치 제대했던 군대에 다시 들어가는 심정 같았다. 그러나 하늘의 소리로 듣고 바로 다음 날 점장에게 전화해 정식 기사로 일하겠다고 했다.

--- pp.212-213 「인생 막장에서 시작한 택배」중에서

출판사 리뷰

구로공단의 흔적이 남아 미로 같은 가리봉동 골목을 누비며

저자가 배송을 맡았던 동네는 서울시 구로구의 가리봉동 지역이었다. 한국 최초의 공장단지였던 구로공단이 만들어졌던 가리봉동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을 위한 벌집촌이 생겨났다. 2000년대 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뀐 이후에도 작은 공장들과 벌집촌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는 동네는 배송 난이도가 꽤나 높은 곳이었다. 미로처럼 좁은 골목에 한 집에도 여러 세대가 사는 주택 구조라 물건 주인을 찾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배송을 위해 트럭을 끌고 골목에 들어섰다가 같은 자리에 뱅뱅 맴도는 일도 허다했다.

택배 기사의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장마철에는 비에 젖어서 흐물흐물해진 박스가 오고, 여름철에는 아이스박스가 깨져 국물이 흐르는 경우도 많았다. 겨울철에는 공포의 절임 배추가 기다린다. 설날과 추석에 쏟아지는 명절 선물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박스가 찢어져도, 물건이 아무리 무거워도 택배 기사는 어떻게든 배송을 해야 했다. 택배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본업인 주일설교를 위해 성경책을 펼치지만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이내 고꾸라져 잠이 들곤 했다. 목회자로, 사회운동가로 살면서 관념적으로 이해하던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한 시간이었다. 교인들이 일주일 동안 어떤 일상을 살다가 주일에 교회당으로 나오는지 이해하게 된 것이다.

종교인이 직업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세상과 너무 가깝지도, 너무 동떨어지지도 않는, 종교가 있어야 할 자리를 생각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인이 생계를 위해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해 그리 고운 눈길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 헌금만으로 교회를 운영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목사들이 평일에 다른 일을 하는 경우는 드러내지 못할 뿐 흔한 일이다. 또한 종교가 현실과 너무 멀어져 버렸다는 비판을 받는 오늘날에 교회 안 온실 같은 삶, 성도들에게 존경과 칭찬을 받는 삶만으로는 성도들이 진짜 살아가는 삶을 이해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종교와 종교인이 진짜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일까? 구교형 목사는 목사가 현실 감각을 가져야 할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목사도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세상 이치에 능한 것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실련, 남북나눔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며 명분 좋은 일을 해왔던 저자는 오히려 자신이 속한 집단 밖의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주일에는 양복 입은 목사로, 평일에는 조끼 입고 1톤 트럭 모는 택배 기사로 살았던 저자의 경험을 통해 한 종교인이 치열한 세상에서 깨달은 삶의 이치와 땀 흘리는 노동의 가치를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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