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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거래한 여자
파라다이스에서 길을 묻다 꼬리를 무는 사람들 다섯 개의 점 원수를 사랑해도 될까요 나의 사랑 나의 창녀 악몽은 꿈이 아니다 시간을 훔치거나 살아 숨 쉬거나 협박은 눈물로 사랑의 증명, 향수 아빠 추천의 글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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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엇을 쫓고 있는 것일까? 황민기의 말처럼 무엇인가를 증명하려는 것일까? 그것을 증명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설마 진실 따위를 궁금해하는 것일까?
“난 진실이 뭔지 확인하고 싶어.” 어이없게도 불쑥 이 말이 입에서 나갔다. 황민기가 풋, 하고 웃더니 잠시 후에는 허리를 꺾어가며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최 소장, 그거 아나? 천사의 진실이든 악마의 진실이든 거기에는 어떤 무게의 차이도 없다는 거. 어느 쪽에 서 있느냐가 중요한 거야. 똑같은 진실이지만 어느 쪽이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거든.” (pp. 54~55) 남의 남자와 오래된 관계였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김영옥, 한 여자에게 준 것이라고는 꼴랑 정액뿐인 이정국, 사랑을 맹신한 어리석은 여자 홍희영, 사랑을 거래한 여자 송정인, 두 여자를 농락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치달린 황민기 그리고 생때같은 딸을 남겨두고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버린 석규의 아내. 하지만 그 누구보다 바보인 사람은 바로 그였다. 아내를 그렇게 보내야만 했을까? 좀더 붙잡아둬야 했던 것이 아닐까? 힘들어도 참고 버티라고 악다구니를 쳤더라면, 그랬으면 아내는 그렇게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결과로 그는 딸을 잃었다. 내일모레면 손녀딸의 첫돌인데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었다. (p. 95) 조진호는 눈물을 닦아내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바닥에 떨어져 있는 흰 봉투를 집어 들었다. 편지지의 맨 처음에는 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진호야, 난 그날을 잊은 적이 없어. 그래서 그랬어. 마창기, 내가 그런 거야. 몇 년 전 마창기를 테러한 것도 나였어. 그렇게라도 하면 마음이 좀 괜찮아질 것 같았거든. 편지의 마지막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마창기, 이시우 그리고 지아 씨. 이제 내 차례야. (pp. 334~335) ---본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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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그 여자는, 그들은…… 춤출 수 있을까
사랑과 죽음이 시작된 곳, 춤추는 집 상춘객들로 붐비던 어느 봄날, 호정저수지에 차가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된다. 차는 완전히 물에 잠겨 있고, 차 안에서 미모의 중년 여성의 익사체가 발견되는데, 한때 ‘아시아의 인어’라고 불리던 은퇴한 수영선수 서은희였다. 사건 담당 파출소장인 석규는 이번 사건에서 문득 18년 전 사건을 떠올렸다. 그때에도 호정저수지에 차가 빠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운전석에는 이정수라는 남자가, 옆자리에는 부인 송정인이 타고 있었다. 이정수는 최석규 반장의 동창생인 이정국의 동생이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사건의 정황상 이정국과 서은희가 공모해 동생 부부를 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취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이정수의 형수이자 이정국의 부인인 서은희가 같은 곳에서 사망했다. 똑같은 장소에서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한 가족이 죽음을 맞이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인어가 물에 빠져 죽은 꼴’이라고 했다. 18년의 시간을 두고 평행이론처럼 벌어진 두 사건은, 원인-결과의 관계처럼 놓여 있다. 은퇴를 앞둔 형사 는 느닷없이 나타난 익사 사고를 추적하다 자신의 과거의 어느 지점과 만나게 되고, 그 지점에는 18년 전 사고가 있다. 이미 지정된 미래를 향해 내달리는 사람들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사건 사고들은 서은희의 죽음을, 그리고 서은희의 죽음과 직면한 석규를 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춤추는 집〉은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인물들의 내면 묘사를 통해 풍부한 서정성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중심에는 누군가를 위한 잔인하고 처절한 복수의 감정보다는, 켜켜이 쌓여버린 미움과 원망의 감정에 의한 살인,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 감춰진 잘못된 욕망과 그로 인한 파국의 말로 등이 매우 재미있게 그려냈고, 여기에 첨가된 풍부한 감수성은 소설 말미에 거대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작가가 세공하여 만든 등장인물들은 작가의 손을 떠나 자신들 스스로 자리를 잡고 살인을 벌인다. 작가도 어찌 해볼 도리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하지만 그 인물들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은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 그 자체이며, 그들은 결국 ‘춤추는 집’으로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