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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 두고 온 뉴욕치즈케이크
정덕재권현칠 그림
월간토마토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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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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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첫눈에 반했다는 거짓말

첫 만남
냄새와 향기
커피는 갈색
숨 쉬지 못하는 진공
당신의 까망
모욕은 촉촉해지지 않아요
어금니
상처연애의 전조증상
첫눈에 반했다는 거짓말

2부 최신식 연애

근대적 윙크
연애의 진보를 이끄는 손1
연애의 진보를 이끄는 손2
구멍
햄버거의 눈물
실용적인 포옹
야생 고양이
택시에서
신발 바꾸어 신기
유행과 날개

3부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시간

여름이라 배롱나무
가슴이 벅차오른 순간
누가 볼까 누가바
뉴욕치즈케이크
업어보고 싶었어
당근이 있는 짜장면
깊은 키스
더 깊은 키스
아직은
가끔은 행복한 서울우유

4부 노른자와 흰자가 섞이지 않는 것처럼

편식의 연애
화장지 두 뼘처럼
지울 수 없는 수정테이프
쫄면
퇴사
이별의 무게
노래를 들으며
멸종위기종
백화점 산책
삶은 달걀

[시인산문]
L과 K

저자 소개 2

학교 담장 너머 흩날리던 단풍잎을 쳐다보며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문예부에 들어가리라 마음먹었다. 이듬해 3월 문예부 친구들과 대전 서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신동엽 시인의 시비가 있는 백마 강변으로 야유회를 갔다. 그해 여름부터 부지런히 시를 썼다. 이십 대 중반인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이후 삼십 년 넘게 글을 쓰며 밥벌이를 하고 있다. 시, 콩트, 르포,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TV 다큐멘터리, 구술 채록, 희곡, 연설문 등 여러 종류의 글을 썼다. 지금까지 첫 시집 『비데의 꿈은 분수다』를 포함해 일곱 권의 시집을 펴냈고, 세 권의 공저와 이름을
학교 담장 너머 흩날리던 단풍잎을 쳐다보며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문예부에 들어가리라 마음먹었다. 이듬해 3월 문예부 친구들과 대전 서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신동엽 시인의 시비가 있는 백마 강변으로 야유회를 갔다. 그해 여름부터 부지런히 시를 썼다. 이십 대 중반인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이후 삼십 년 넘게 글을 쓰며 밥벌이를 하고 있다. 시, 콩트, 르포,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TV 다큐멘터리, 구술 채록, 희곡, 연설문 등 여러 종류의 글을 썼다. 지금까지 첫 시집 『비데의 꿈은 분수다』를 포함해 일곱 권의 시집을 펴냈고, 세 권의 공저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책 여러 권에 참여했다. 청소년 시집은 『나는 고딩 아빠다』를 발간한 지 8년 만이다. 아직 시를 쓰는 재미가 줄어들지 않아 다행이다. 내 앞에 있는 모든 화자들이 고맙다. 가끔 어떤 화자가 ‘길을 잃었어.’라고 말을 건네면,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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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권현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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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상과 구상을 오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1996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3회 개인전을 가졌다. 그동안 500회 이상 단체전에 참여했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전시 미술대전 등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충남미술대전, 대전미술대전 초대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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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128*188*20mm
ISBN13
9791191651218

책 속으로

다음 날 K는 새벽 출장을 가느라 L을 만나지 못했다. 이틀 뒤 2층 넓은 복도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는 세 여자 속에 L이 있었다. 그새 속눈썹이 자랐다. 복도에서 어수선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신경질적인 하이힐은 정규직이었고 둔탁한 발자국은 비정규직이었다. 미백이 필요한 이를 드러내며 웃지 말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는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창밖 후박나무 잎새가 더 넓어지는 중이었다.

양치할 시간도 없이 일해 본 적 있나요
화장실 갈 틈내기도 쉽지 않아요
모욕이지요

이명에 시달리는 퇴직 앞둔 과장은
모욕을 목욕으로 알아듣고
목욕을 자주 하면 건강에 좋다는 말을 자주 하지요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지겨워요
짬뽕 국물 튄 셔츠를 바라보는 시선도 모욕이에요

모욕은 목욕처럼 촉촉해지지 않아요
결코
모욕은 목욕처럼 부드러워지지 않아요
---「모욕은 촉촉해지지 않아요」중에서

L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며칠 전 이를 드러내면서 웃지 말라고 한 것은 K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그럴만한 관계도 아니었다.

같이 있어도 혼자 있는 느낌이 자주 들어요
여럿이 밥을 먹어도 모래를 씹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커다란 성처럼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고립무원과 사면초가라는 말도 사치죠
차라리 섬으로 귀양을 갔더라면 공간과 시간을 받아들일 수 있겠지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것은 분명해요
불평등이 형광등 아래 자연스럽게 돌아다니고 있잖아요
차별만 야광처럼 더욱 빛날 뿐이죠
전등이 꺼져있는 고요한 사무실에서 자주 느껴요
움직일 때마다 상처를 건드리는 누군가의 손길이 있어요
보일 때도 있지만 보이지 않을 때가 더 많아요
---「상처」중에서

분식집에 갔다. K는 떡볶이 국물에 김밥을 찍었고, L은 쫄면을 비볐다. L이 고춧가루를 달라고 하더니 반 숟가락 더 넣었다. 가격이 폭등세여도 상추의 양을 줄이지 않는 가게다. 양배추 가격이 오를 때도 양배추를 빼놓지 않았다.

더 매웠으면 좋겠어요
숨이 죽지 않은 당근과 양배추가 섞이지 않아요
비빌수록 위안이 되지요
한 그릇 안에 담겨 있지만 서로 경계하는 느낌이 들어요
쫄면 먹고 쫄지 말라며 농담을 던지던 선배도 떠났어요
오늘은 아무 말 하지 말고 그냥 밥만 먹고 갈까요
그냥 허전한 의자만 채워 줘요
쫄면은 이별을 나누는 음식으로 추천해요
이기적이지만 내가 일어난 뒤 의자는 비어 있어도 괜찮겠지요
이미 의자는 이별의 공식을 알고 있을 테니까요

---「쫄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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