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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의 기분을 살펴 주세요
정덕재
쉬는시간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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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접속사 위를 걸어 볼까요
티슈 같은 친구
이야기 소화력이 강한 귀
걱정하는 코
봉고 아저씨
코인 노래방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시 창작 교실
연두와 초록 사이
노이즈 캔슬링
행정 심판 위원회
수어

2부 학교 앞 냉면집 오이의 소망을 아시나요
날지 못하는 닭 날개
토마토에 대한 태도
닭 다리 세 개는 비윤리적이다
생태형 인간
정수기
화자
등 푸른 시
오이 맛 나는 시
콜라겐이 많은 시
가지에게는 미안하지만
감칠맛 나는 시
침이 고이는 순간

3부 마음이 붙어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운동장
운동장 괴담
마음이 몸에 붙어 있어 아프다
편의점 사랑
아빠 라면
멀미하는 선풍기
침묵하는 교실
가방과 지게
고등학교 옆 노인 복지관
당근이라는 캐릭터
고전적인 가로수 아래에서
끊을 단에 대하여
애호박과 늙은 호박

4부 운동장에서 키우는 소는 학생인가요
운동화 취향
운동장에서 소 키우기

저자 소개 1

학교 담장 너머 흩날리던 단풍잎을 쳐다보며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문예부에 들어가리라 마음먹었다. 이듬해 3월 문예부 친구들과 대전 서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신동엽 시인의 시비가 있는 백마 강변으로 야유회를 갔다. 그해 여름부터 부지런히 시를 썼다. 이십 대 중반인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이후 삼십 년 넘게 글을 쓰며 밥벌이를 하고 있다. 시, 콩트, 르포,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TV 다큐멘터리, 구술 채록, 희곡, 연설문 등 여러 종류의 글을 썼다. 지금까지 첫 시집 『비데의 꿈은 분수다』를 포함해 일곱 권의 시집을 펴냈고, 세 권의 공저와 이름을
학교 담장 너머 흩날리던 단풍잎을 쳐다보며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문예부에 들어가리라 마음먹었다. 이듬해 3월 문예부 친구들과 대전 서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신동엽 시인의 시비가 있는 백마 강변으로 야유회를 갔다. 그해 여름부터 부지런히 시를 썼다. 이십 대 중반인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이후 삼십 년 넘게 글을 쓰며 밥벌이를 하고 있다. 시, 콩트, 르포,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TV 다큐멘터리, 구술 채록, 희곡, 연설문 등 여러 종류의 글을 썼다. 지금까지 첫 시집 『비데의 꿈은 분수다』를 포함해 일곱 권의 시집을 펴냈고, 세 권의 공저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책 여러 권에 참여했다. 청소년 시집은 『나는 고딩 아빠다』를 발간한 지 8년 만이다. 아직 시를 쓰는 재미가 줄어들지 않아 다행이다. 내 앞에 있는 모든 화자들이 고맙다. 가끔 어떤 화자가 ‘길을 잃었어.’라고 말을 건네면,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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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16쪽 | 142*210*20mm
ISBN13
9791124643082

책 속으로

후각이 발달한 윤후가 운동장에 핀 라일락을 발견하고
가장 먼저 뱉은 말
보라색이 보라잖아
고개를 끄덕이며 신혜가 대답하는 말
파란색 수국을 보면 얼굴이 파래지겠네
수국은 냄새가 나지 않아 눈이 한 번 더 가지
넌 전생에 아프리카코끼리였을 거야

코끼리의 코는 길어서 내부를 채우고 있는 후각 점막과 비강의 표면적이 매우 넓다 냄새 분자를 포착할 수 있는 공 간 자체가 물리적으로 크다 코끼리는 바람에 실려 오는 냄새를 맡기 위해 코끝을 공중 높이 들어 올려 사방으로 회전시킨다 마치 잠수함의 잠망경처럼 주변을 살피며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새미가 톤업 크림을 두껍게 바르고
하림이가 롬앤 글래스팅 멜팅 밤을 짙게 바른 이유를
윤후의 후각은 안다
멀리 걷는 정인이의 창백한 표정에서
회색빛 냄새를 맡는다

코로 마음을 이해하는 건
후각 수용 세포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직업의 세계에
후각 상담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넣을 수 있다는 게
담임 선생님의 생각이다
---「걱정하는 코」 중에서

등하교를 책임지는 봉고 아저씨는
공부 안 하면 나처럼 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공부가 안될 때는 봉고 아저씨를 떠올리라고 한다
시험 기간에는 카톡으로 격려 문자를 보낸다
공부 안 하면 나처럼 된다

차만 타면 잠을 자는 승민이가
수능 백 일 전 차에서 내리며 인사를 했다

난 아저씨 같은 사람이 될 거예요
시간 정확히 잘 지키죠
횡단보도에서 사람들 먼저 건너가라고 손짓하죠
우리를 보면 항상 반갑게 인사를 하죠
사탕을 건네면서 단맛을 알아야 쓴맛도 안다며 이상한 명언을 들려주죠
난 아저씨 같은 사람이 될 거예요
---「봉고 아저씨」 중에서

지하철 탄 사람들은
승진에서 제외됐다는 탄식
갈수록 아프다는 한숨
엄마와 말다툼한 기연이의 짜증
3킬로그램 더 살찐 표정
약속 시간 두 정거장 전 설렘
재잘거림과 도란도란으로 굴러간다

세상에 소음은 없다
민기는 등하굣길 지하철에서 노이즈 캔슬링을 설정하지 않는다

저음의 감정과
고음의 분노
간절한 구조 신호에 귀를 막아서는 안 된다
노이즈 캔슬링은 없다
---「노이즈 캔슬링」 중에서

지렁이는 폐가 없어 피부로 숨을 쉬거든 비가 많이 오면 흙의 틈새가 모두 물로 채워지고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는 금방 없어져 지렁이는 질식을 피하려고 산소를 찾아 지표 면 위로 탈출하는 거야
근데 문제는 지렁이가 방향 감각이 없다는 거지 보도블록 위로 올라왔는데 어디가 흙이 있는 곳인 줄 알 수 없거든 그냥 두면 보도블록 위에서 죽을 거야

그날 이후
성훈이는 생태형 인간으로 불렸다
함께 다니는 민희는 순식간에 동태형 인간으로
유석이는 명태형 인간이 되었다
말이 많은 국어 선생은 노가리로 작명되었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
---「생태형 인간」 중에서

오래된 학교에는 공동묘지 전설이 있다
한밤중에 복도 바닥이 삐걱이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유리창이 흔들리고
천둥 번개가 없어도 전구가 깜박이는 날
학교를 벗어나지 못한 귀신들이 헤매는 밤이다
귀신이 학교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이들이 운동장을 밟아 주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줄어들수록 귀신의 탈출 확률은 높아지고
오랫동안 운동장이 비어 있으면
저벅저벅 귀신이 아파트 단지로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악성 민원인은 모르고 있다
운동회가 사라지고
흉흉한 폐교 소문이 나돌고
학교가 문을 닫으면
마스크를 쓴 귀신들이
분명
학교 담장을 넘어갈 것이다
---「운동장 괴담」 중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
변기 안 똥 덩어리를 내리기 전에 단수가 이뤄져야
넷플릭스 시리즈 마지막 회를 보기 전에 단전이 이뤄져야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체감한다
단수와 단전이라는 글씨가
입춘첩이나 상자에 붙인 반품 딱지처럼 종종 생활 속으로 끼어들 때
신념을 무너뜨리는 절망과
단념의 방향을 눈치챌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발생하는 단수와 단전을
체험 교육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끊을 단斷에 대하여」 중에서

수능 국어 영역에 나온 지문은 문해력으로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녹양방초에서 소를 키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상황이 허락하지 않은 관계로 운동장 한쪽에서 소를 키울 수 있도록 작은 축사를 하나 지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옛 사설시조에서 읊은 내용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면서 학습 효과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운동장에서 소 울음소리가 들려
정지용의 시에 나오는 얼룩배기 황소가 떠오르고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도 생각나겠지
국어 영역 지문으로 나온 것들이잖아

운동장에서 소를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 마음을 안다고 눈을 꿈벅이며 고개를 끄덕이겠지
학교에서 크는 소가 반려동물이든
같이 배우는 학생이든
구분하지 않아도 되지
우리를 공감하잖아
공감은 앞으로 갈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 주잖아

운동장에서 소를 키우는 건 어떤가요
---「운동장에서 소 키우기」 중에서

나는 아이스크림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영하 18도 이하에서는 미생물 증식이 어려워요

아이스크림은 유통 기한이 없어요

딱 한 번 성적이 올랐을 때 그때 아이스크림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성적이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2」 중에서

추천평

시집의 문을 열면 소음이 없는 세상이 펼쳐진다. 어떤 소리도 소음 취급 받지 않는 세상이다. 시인은 소음이라 불리는 소리를 그 소리가 필요한 자리로 옮겨 놓는다. 그럼, 소음은 화음으로 바뀐다. ‘공부 안 하면 나처럼 된다.’라는 봉고 기사의 말에 졸다가 일어난 학생의 마음자리에서는 봉고 아저씨처럼 약속 잘 지키고 배려할 줄 아는 어른이 되겠다는 말로 바뀐다. 이 시집은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응시할 줄 아는 시인이 지은 집이다. 시인은 상처 입은 말에 침묵이라는 연고를 바르는 대신 말의 아픈 이야기를 들어준다. 시끌벅적 교실이 살아나고 와글와글 운동장이 살아난다. - 이장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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