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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엄마는 얼마일까
함박눈 봉화 폐석 회중전등 원기소 풋이별 나는 행복합니다 극락에 업혀 온 날 망우리 돌리기 청이 연화 언니 착한 도둑님 황도 간주메 우야든동 살아야 된대이 국경일 엄마는 얼마일까 나의 소원 못다 한 숙제 2부 첫눈은 멀었고 첫사랑은 시작도 전 보물찾기 규폐증 무개 화차 장래 희망 이른 하교 검은 무지개 다이얼 비누 장날 배꼽 수술 사랑의 매 연탄집게 포청천 비닐 비료 푸대 새마을 운동 가을 운동회 첫사랑 광부 나비 3부 언젠가 나도 어른이 되면 희망 사택 계엄령 비루빡 연탄 오던 날 서울 아이 조개탄 조개탄 2 삼청교육대 다이너마이트를 든 소녀 이사 안성탕면 크리스마스 선물 탄광 말 정부미 박꽃 4부 택택택 자로 끝나는 이름 천장 사자와 해님 절교 나의 유레카 주디 나를 힘들게 하는 질문들 아버지 없는 사람 우식 라면 짜파게티 대통령 각하 하사품 박꽃 2 두부보다 애국 얼음 멸공 방첩 이것은 국가 경제 동맥이었다 항 글뤽 아우프 택택택 자로 끝나는 이름 개밥바라기 파독 광부 시인의 산문 아홉 살부터 열여덟 살의 내게 쓰는 편지 독서활동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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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해고당하고
광부 사택에서 이사 나가던 날 문짝 하나 떨어져 나간 장롱 한편 켜켜이 쌓인 누런 월급봉투와 주택 복권을 보았지 내가 힘들 때마다 내리는 함박눈 창을 지우고 내 가슴에 쌓이는 누런 월급봉투들 녹지 않는 그날의 함박눈 --- 본문「함박눈」중에서 세상은 식어 가지만 우리는 불이 될 거예요 태백산으로 올라 천제단에 봉화가 오르면 온 나라가 빨갛게 피어나지요 천지가 꽃밭이 될 거예요 --- 본문「봉화」중에서 그러다 선생님이 내게 물으셨다 넌 왜 연탄이라고 했니? 죽어서도 빙판길 덮는 연탄처럼 타오르고 싶어요 --- 본문「장래 희망」중에서 이유도 없이 일찍 가라고 할 때 우리는 그 이유를 안다 선생님은 우셨고, 우리들도 따라 울었다 (…) 조등 단 대문 앞 삼베옷 입고 서 있는 친구 울지도 웃지도 않던 처음 보는 얼굴이 너무 낯설어 슬펐던 날 --- 본문「이른 하교」중에서 아픈 것이 사랑이라면 사랑 따위 받고 싶지 않아 방학만 기다렸다 --- 본문「사랑의 매」중에서 첫눈은 멀었고 첫사랑은 시작도 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되었다 --- 본문「첫사랑」중에서 첫날 잠을 자려 누웠지만 잠은 안 오고 방바닥 아래에선 쾅쾅 소리가 들렸다 무서워 이불을 똘똘 말다 깬 아침 갱도에서 다이너마이트 터트리는 소리라 했다 (…) 언젠가 나도 어른이 되면 세상 어둠 깨는 다이너마이트 하나 들겠다 다짐했다 --- 본문「다이너마이트를 든 소녀」중에서 선생님도 엄마 있어요? 어디 있어요? (…) 천장은 위험하니 어서 내려오시라 하세요 내려와서 얼른 아픈 사람 안아 달라 하세요 --- 본문「천장」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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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8
정지민 『다이너마이트를 든 소녀』 출간 이제야 난 기도해 아버지의 바람이 반짝이기를 세상을 비추기를 “세상은 식어 가지만 우리는 불이 될 거예요” 탄광촌 소녀의 성장기를 담은 정지민 시인의 청소년 시집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여덟 번째 작품으로 정지민 시인의 『다이너마이트를 든 소녀』가 출간되었다. 이번 신간은 계간 『문학 나무』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시집 『석탄』을 출간한 정지민 시인의 첫 청소년 시집으로,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의 탄광촌에서 광부의 딸로 자란 시인의 자전적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청소년 독자에게 닿기를 바라는 따뜻하고 단단한 언어로, 한 시대를 지탱했던 탄광촌의 모습을 세밀하게 포착한 것이다. 정지민의 시 세계는 탄광촌에서 보낸 청소년기의 기억을 아우르는 애틋함으로 가득하다. 이 시집은 탄광이 곧 “국가 경제 동맥”(「이것은 국가 경제 동맥이었다」)이었던 시절에 자라난 한 소녀의 성장담인 동시에, 근현대 산업화 시대를 살아 낸 이들의 이야기까지도 내포한다. 시인은 “세상이 얼어붙어도 따뜻”할 수 있고, “가난해도 나눌 수 있다는”(「희망 사택」) 사실을 배우며,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한 소녀의 성장을 그려 낸다. 시인이 회상하는 그 시절은 가난하여 불편하기는 하여도 가진 것을 나눌 수 있기에 춥고 어둡지만은 않았다. “구름을 찢는 발파 소리”(「풋이별」) 가 울려 퍼지던 나날 속에서도, 가족의 사랑과 이웃의 온기가 희망의 불씨가 되어 삶을 지탱해 준 것이다. 우리는 시인의 목소리를 통해 가난이 단지 결핍의 근원이 아니라 사랑과 존엄을 지켜 낸 사람들의 삶의 흔적임을, 바로 그 속에서 하나의 시 세계가 태어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이렇듯 곁을 지켜 준 이들이 있기에, 공포의 대상이었던 다이너마이트 소리는 곧 세상을 깨우는 신호로 변모한다. 이에 화자는 “언젠가 나도 어른이 되면/세상 어둠 깨는/다이너마이트 하나 들겠다”(「다이너마이트를 든 소녀」)라고 다짐하며 불꽃 같은 각오를 새긴다. 이는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이 되려는 존재의 자기 선언인 동시에, 오늘을 힘겹게 버텨 내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가 된다. 애석하게도 삶은 우리에게 행복만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가 힘들 때마다 내리는/함박눈”은 여전히 “녹지 않는”(「함박눈」) 상태로 마음 한편에 상흔을 남기지만, 우리는 각자의 고난을 조금씩 끌어안은 채로도 살아갈 수 있다. 시인은 살아 있다는 것이 끝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오늘도 우리에게 다정한 물음을 건넨다. “어떻게 살고 있니?”(「시인의 산문」). 이 질문은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사려 깊은 인사말이 된다. “세상의 낮은 곳에서 여리고 작은 것들을 품어 내는 따듯한 위로와 연민”(한명숙, 추천사)이 가득한 이 시집은, 한 사람의 기록을 넘어 각자의 아픔 속에서 인내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힘든 기억은 오래 잠들더라도 언젠가 더 큰 빛을 내뿜을 수 있음을, 시인 자신이 그러했듯이 ‘다이너마이트를 든 소녀’와 함께 어디서든 희망을 터트릴 수 있기를 응원하는 격려의 마음이 따뜻하다. 이 책을 펼친다면, 어둠을 품은 탄광촌에서 자란 소녀가 삶의 불꽃으로 피워 낸 희망의 노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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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하늘에서 탄이 쏟아지는 마을 도계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매일 시커먼 흥전항 굴속으로 출근하시고 엄마는 마교리와 흥전리 철로를 따라 낙탄을 주워 이고 오셨습니다. 아버지가 광부여서 우리 가족은 탄광촌에서 살았고, 가난하여 불편하기는 했지만 한 번도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두 칸짜리 광산 사택은 따뜻한 보금자리였고, 두 분은 태백산맥처럼 굳건했으니까요. 이제는 저도 두 아이를 키우며 출근합니다. 언제나 다정했던 부모님을 떠올리면, 나는 무서운 게 없는 다이너마이트를 든 소녀가 됩니다. 2025년 가을 정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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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만 감으면 석탄에서 나온, “눈이 초롱한 소녀”(「봉화」)가 보인다. 가난했지만 나눌 수 있었던 두 칸짜리 광산 사택 5호 방, 산비탈 이웃들에게 김장김치와 동지 팥죽을 들고 “씩씩거리며 씩씩하게”(「서울 아이」) 오르내리는 소녀의 봉숭아 꽃물 들인 손톱도 보인다.
시집을 읽는 내내, 한 시절 국가 경제의 동맥이었건만 이제는 교과서 밖 다른 세계가 되어 버린 ‘탄광 말’에 서린 뭉클한 기억과 경험 들이 애틋한 울림으로 겹쳐 온다. 세상에는 여전히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가는”(「시인의 산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까. 식어 가는 세상에서 끝내는 “불”이 되어 태백산 천제단의 “봉화”로, “꽃밭”(「봉화」)으로 피어나겠다는 소녀의 꿈은 굽이굽이 지나온 삶의 곡절을 따라 더없이 당차고 애잔하다. 급기야 세상의 낮은 곳에서 여리고 작은 것들을 품어 내는 따듯한 위로와 연민으로 시의 씨앗을 싹 틔워 시집을 읽는 저마다의 가슴속에 민들레 홀씨 되어 훨훨 퍼트려지리라 믿는다. - 한명숙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