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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월척 낚는 꿈
혼인색 딴짓 흑염소와 민박 할아버지 금이다! 월척 낚는 꿈 다음 생에는 물고기가 부러워 선생님은 오늘도 꽝 식탐 이기기 물고기 별명 친구 낚시 북해 2부 어른이 된다는 것 낄끼빠빠 야속한 시계 뺏어 먹은 자의 최후 나, 너한테 낚였어 네버랜드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이유 풀잎의 노래 벌꿀오소리처럼 가장 맛있는 라면 맹장 수술 공부법 대청소 진심 관악산 둘레길에서 만난 사당초등학교 25년 후배와의 대화 어른이 된다는 것 3부 혼자 하는 캐치볼 졸업 빨간 모자 혼자 하는 캐치볼 울타리 만나고 헤어지고 기다림 할리우드 액션 어떤 아르바이트 영진이의 자전거 영빈관 짜장면 투명 인간 놀이 독수리 사육 말뚝박기 새 학기 4부 해저 연애 통신 어린 산천어의 꿈 만이천 원짜리 결석 미늘 목줄 꿈 괜찮겠지 놓아주기 우체국 골목길 흘러가 버리면 어떡해 해저 연애 통신 물고기의 전학 안양천 배스로 태어났을 뿐인데 강물 재봉사 나의 청소년 시절 이야기 낚시만 남을 것이다 어떤 서평 독서활동지 |
이병철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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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공식을 가르쳐 준 선생님 없이 혼자 공부하고
사랑을 가르쳐 준 첫사랑 없이 혼자 이별하고 술담배 가르쳐 준 형들 없이 혼자 방황하고 실패를 가르쳐 준 시험지 없이 혼자 낙심하고 우정을 가르쳐 준 친구들 없이 혼자 장난치고 교문을 걸어 나가 어른이 되기만을 기다렸는데 다들 어른이 될 동안 나만 교복을 벗지 못했어 --- 「졸업」 중에서 우리 집이 잘살았을 때 그러니까 집도 우리 집이고 아빠 차도 있고 엄마가 일 안 나가던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박스 줍기 안 하던 때 주말마다 아빠와 캐치볼을 했지 운동 끝나고 여섯 식구 모여 앉아 밥을 먹었지 걱정도 고민도 외로움도 없던 내가 가장 행복하던 시절 아빠 사업이 실패하고 차가 없어지고 월세방으로 이사 가고 엄마는 식당에 일 나가고 할아버지 할머니 박스 줍고 동생은 자꾸 가출하고 아빠는 몇 년째 집에 오지 않게 됐을 때 제일 슬픈 건 혼자 먹는 밥 학교 끝나면 어두운 반지하방으로 내려와 부르스타를 켜고 라면을 끓였지 매일 먹는 라면 또 라면 또 또 라면 뜯지도 않은 이삿짐에서 아빠 야구 글러브를 발견한 날 버스 타고 내리고 다시 버스 타고 내리고 겨우 찾아간 어린 시절 동네 운동장 아빠와 함께 캐치볼 하던 자리에 아빠는 없고 여기서 공을 던지다 보면 아빠가 올까 야구공으로 원망스러운 하늘을 부수면 우리 가족 모여 앉아 함께 밥 먹을 수 있을까 있는 힘껏 하늘로 야구공을 던지는데 부서지는 건 눌러쓴 모자 아래 내 눈물뿐 --- 「혼자 하는 캐치볼」 중에서 버스를 타고 간다 기다릴 게 없는 낯선 동네로 기다림이 없어서 기대도 실망도 없는 곳으로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면서 홀로 강둑 위에 서 있다 내가 기다리는 것들은 모두 멀리 있고 나를 기다리는 건 캄캄한 강물 소리뿐 엄마, 아무리 기다려도 나는 갈 수 없어요 내가 어른이 되길 기다리다 지쳐 버린 내 그림자가 나를 붙잡고 어디로도 못 가게 하니까요 --- 「기다림」 중에서 작은 물고기는 놓아주어야 해 나중에 더 커서 만나자고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 줘야 해 어린 물고기들까지 전부 잡으면 강과 바다는 말라 버릴 거야 새끼손가락 크기만큼 작은 실수들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일들 조그마한 투정들까지 다 붙잡혀 혼난다면 내 마음도 사막이 되어 버릴 거야 --- 「놓아주기」 중에서 나는 물살 잔잔한 호숫가만 헤엄치며 사랑을 하고 있어, 말하는 놈들을 믿지 않는다 내 사랑은 어리석다 포말이 일어나는 급류 세찬 여울을 온몸으로 견디며 폭포 너머에 있는 너를 향해 끊임없이 뛰어오른다 나는 자리를 옮기지 않아 물 위로 낙엽이 떠내려오고 얼음이 쩡쩡 얼어붙을 때까지 여기서 떠나지 않을 거야 그러나 폭우가 쏟아져 세상이 다 물에 잠긴 여름 방학 아침 나는 원치 않는 물살에 떠밀려 이제 너를 볼 수 없는 곳으로 가야만 하는데 먼 훗날에 나는 멋있어져서 돌아올 거야 아무리 거센 물살이라도 거슬러 올라 네게로 갈 수 있는 튼튼한 물고기가 되어 네 반짝이는 두 눈을 향해 헤엄쳐 갈 거야 그때까지 잘 지내, 수정아 --- 「물고기의 전학」 중에서 자칭 세젤예 다솜이가 소개팅 어플 열심히 하더니 옆 학교 남자애들이랑 미팅 약속을 잡았다 토요일 낮 네 시 홍대입구 -걔네들 몬스타엑스라고 하니까 우리는 아이브 구성해서 나가자 멤버는 내가 선발한다 일단 난 안유진을 맡을게 다솜이의 선택을 받은 나, 도영이, 다경이, 규란이, 서정이 우리 여섯 명은 편집 숍 가서 옷도 사고 미용실 가서 머리도 다듬고 네일도 받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셔누와 아이엠을 기다리는데 저 멀리 보이는 여섯 개의 실루엣 온다, 온다, 온다! 몬스타엑스가 아니라 포켓몬스터잖아! 이상해씨, 리자몽, 고라파덕, 야도란, 꼬부기, 구구…… 야, 낚였어! 튀어! 빛의 속도로 달린 우리는 다솜이를 벽에 몰아넣고 딱밤 한 대씩 먹였다 나, 너한테 낚였어! 다솜이는 몬스타엑스에게 낚이고 우리는 다솜이에게 낚인 날 --- 「나, 너한테 낚였어」 중에서 댄스 스튜디오는 내 피난처예요 학교, 학원, 과외, 숙제, 내신, 수시, 정시…… 머리 아픈 것들로부터 달아날 수 있거든요 내가 춤출 때 세상엔 오직 거울 속의 행복한 나밖에 없어요 걱정하는 나도 없고 열등감 덩어리 나도 없어요 학교로 돌아오면 밀린 숙제들과 온갖 참고서 가정 통신문, 청소 당번, 아침 조회, 야자, 모의고사 삐친 친구 달래 주기, 빌린 돈 갚기, 줄인 교복 치마 다시 풀기 짜증나고 괴로운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와요 춤이라는 네버랜드에서 나오자마자 세상은 전쟁터네요 엄마는 내가 댄스 스튜디오에 다니는 줄 모르는데 설마 들키진 않겠죠- 들키면 집에서 쫓겨나요 카리나 언니처럼 유명한 가수가 돼도 용서 안 해 주실 거예요 우리 엄마는 래퍼거든요 엄마의 유일한 음악은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뿐이라서요 --- 「네버랜드」 중에서 고무줄놀이 인형놀이 숨바꼭질 얼음땡 공기놀이 소꿉장난 눈싸움 액체괴물 만들기 어릴 땐 그렇게 재밌더니 이젠 다 시시해 우리들은 이제 볼터치 하고 반스타킹 신고 커버댄스 추면서 어른 흉내 내고 노는데 어릴 적 소중하던 것들이 더 이상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 어른이 되는 거래 --- 「어른이 된다는 것」 중에서 내 키만큼 찌를 맞추고 낚시를 던졌다 저 물에 빠지면 나도 머리끝까지 잠기겠지 그러면 나도 세상도 다 사라질 텐데 주머니 속 구겨진 만이천 원을 꺼내 낚시비 냈다 찌가 올라오는 줄도 모르고 허공만 보다가 붕어 몇 마리 놓치고 젠장 젠장 욕하면서 저녁에는 낚시꾼 아저씨들 틈에 끼여 스무 살이에요 거짓말하고 라면을 얻어먹었다 소년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나는 돌아갈 곳이 없는데 만이천 원짜리 결석이 끝나면 어디로 가야 할까 이리저리 비틀거리면서 붉게 번져 가는 야광찌만 바라보았다 --- 「만이천 원짜리 결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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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해저 연애 통신』 출간
먼 훗날에 나는 멋있어져서 돌아올 거야 아무리 거센 물살이라도 거슬러 올라 네게로 갈 수 있는 튼튼한 물고기가 되어 네 반짝이는 두 눈을 향해 헤엄쳐 갈 거야 “여물지 않은 꼬리지느러미로 단단한 얼음을 수천 번 때려 댔지” 어린 산천어처럼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이병철의 청소년 시집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세 번째 작품으로 이병철 시인의 『해저 연애 통신』이 출간되었다. 시인으로, 문학평론가로 두루 활동하며 산문집 『시간강사입니다 배민 합니다』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이병철 시인의 첫 청소년 시집이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가방 공장 사업 부도 후 부재했던 아버지의 그늘 아래 애써 태연한 체 “그저 안쓰러운 할리우드 액션”(「할리우드 액션」)을 하며 자라야 했던 시인의 유년 시절이 오롯이 담겨 있다. 여름 방학마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강가에서 낚시를 배웠던 어린아이는 학교를 결석하고 혼자 낚시터에 가는 쓸쓸한 청소년이 되었다. “우리 집이 잘살았을 때 / 그러니까 집도 우리 집이고 아빠 차도 있고 / 엄마가 일 안 나가던 때 / 할아버지 할머니가 박스 줍기 안 하던 때”(「혼자 하는 캐치볼」)는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고 소년은 “웃음이 웃음이 아니었음을 눈치”(「빨간 모자」)채 버린 “수능 시험 안 보는 공고생”(「할리우드 액션」)이 되었다. 그렇게 야구공으로 원망스러운 하늘을 부수어 보고, 인문계 학생들이 공부할 때 캄캄한 지하 실습실에서 납땜을 하고, 철가방 들고 분식집 배달 오토바이를 몰고, 고백하지 못하는 짝사랑을 열병처럼 앓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어느덧 어른이 된 시인은 “나에게도 추억이라는 게 이제 조금 생기는데 / 추억 속 사람들은 왜 하나둘씩 떠나갈까요”(「흑염소와 민박 할아버지」)라며 외로웠던 어린 시절을 되짚을 줄 알게 되었다. “낚시만 남을 것이다”(「나의 청소년 시절 이야기 1」)라는 제목처럼, 시인은 아버지가 상속해 준 최고의 재산을 낚시로 여기며 모든 것이 완전했던 유년의 행복을 재현한다. “그 유년의 기억들이 울창한 잎사귀를 뻗어 추억이라는 그늘을 드리우기도 하고, 뙤약볕 같은 세상살이를 막아 주기도 한 덕분”일까, 이번 시집에서는 세상살이를 낚시에 빗댄 표현이 다수 등장한다. 수학 시간 사회 시간마다 꾸벅꾸벅 조는 화자는 강과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를 부러워하고, 같은 반 친구들에게 물고기 별명을 붙여 주며 교실을 아쿠아리움으로 만들기도 한다. 작은 피라미가 몸을 혼인색으로 물들인 현상을 보며 똑같은 교복에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우리를 돌아보고, 열심히 공부할 때는 아무도 봐 주지 않다가 꼭 잠깐 딴짓할 때 엄마와 선생님에게 걸리는 것이 낚시 찌 같다고 말한다. “어른들의 말 속에는 미늘이 있어”(「미늘」) 가난과 외로움과 열등감으로 괴로웠던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지만, 어린 날 자연의 기억들은 지난했던 시절을 버텨내 세차게 흐르는 여울을 향해 헤엄치게 했다. “여물지 않은 꼬리지느러미로 단단한 얼음을 수천 번 때려 댔지 / (중략) / 때론 물살의 칼날에 생채기가 났지 추위가 강물을 얼리면 깊은 어둠으로 숨었어 겨울잠을 자며 봄을 기다렸지”(「어린 산천어의 꿈」). “텅 빈 주먹조차 가져 보지 못”(「새 학기」)해 “얼마나 많은 어긋남의 빗줄기에 / 내 마음은 생채기를 입어야 하는 걸까”(「진심」) 토로하던 아이는 이제 없다. “나는 네가 원하는 뭐든지 될 수 있어”(「해저 연애 통신」) “세찬 여울을 온몸으로 견디며 / 폭포 너머에 있는 너를 향해 끊임없이 뛰어오”(「물고기의 전학」)르는 단단한 어른이 되어 지난날의 자신처럼 물속 깊은 곳에서 열심히 헤엄칠 준비 중인 아이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시편들을 건넨다. “괜찮아, 물고기 좀 못 잡으면 어때 / 성적 좀 떨어지면 어때 / 좋은 대학 못 가면 어때”(「괜찮겠지」)라고, 위풍도 당당하게. 시인의 말 엄마랑 동생이랑 매제랑 조카 승유랑 같이 시장을 걷고 어묵을 사 먹고 김치녹두빈대떡도 먹었다. 달걀빵은 승유랑 반씩 나눠 먹었다. 엄마는 쑥을 한 바구니 샀고, 나는 눈깔왕사탕을 잔뜩 샀다. 아빠 엄마 손 잡고 모란시장 가서 강아지 토끼 앵무새 청거북 보며 눈이 휘둥그레지던 1990년 봄날의 내가 시장에 서 있었다. 불러도 불러도 내 쪽으론 돌아보지 않는 내가 저기 있었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뜨니 어린 내가 서 있던 자리엔 햇살만 남아 있고, 승유가 그리로 종종종 걸어와 환하게 웃었다. 이 책은 승유와 함께 읽을 것이다. 2024년 5월 이병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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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곁을 지킬 수 없었던 아버지로 인해 시인이 호명하는 어린 시절의 놀이는 그리움을 허락하지 않는다. 눈물이 부서지는 캐치볼, 하늘이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말뚝박기, 짝사랑에게 전하지 못한 고백까지. 영원히 어른이 될 수 없는 불 꺼진 ‘네버랜드’에서 그림자를 잃어버린 피터 팬의 심정을 닮아 있다. 그러나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처럼 정갈한 시어로 바늘땀을 떠 가며 써 내려간 기억은 견고하다. 얼음을 부수고 햇살이 쏟아지는 봄을 향해 꿈틀거리는 사춘기의 꼬리지느러미. 가난과 외로움과 열등감으로 괴로웠던 누군가의 영혼을 혼인색으로 물들이는 무지개 한 다발의 치유. 그저 속절없이 낚이고 만다. - 왕지윤 (인천보건고 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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