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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꽃피우다
바다로 프리즘 피날레 바람 여자 결 고운 하늘 뿌리 없는 풀 해설 |
Shino Sakuragi,さくらぎ しの,櫻木 紫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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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직장을 버리면서까지 남편 다카히로를 쫓아온 건가. 식어버린 마음 한편에 물어본다. 나오는 대답 또한 간소하다.
부부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마치 일부러 그러는 듯 계속 패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다카히로를 나나코는 한 번도 책망하지 않았다. 책망하면 괜스레 비참해기만 할 뿐이다. 싸움을 하지 않는 부부의 실상이란 사실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졌다. 남편에 대한 공포도 없고, 아까 남편에게 안겼다는 여자에 대해서도 특별한 감정이 없다. 의식은 내일 예정된 결혼식으로 서서히 기울어간다. 나나코는 파자마 차림으로 다카히로 앞에 단정히 앉았다. 마음이 꺾인 남편을 정면에서 바라봤다. “언젠가 웃겠다는 생각은 한 적 없어요. 그건 당신의 지나친 생각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좀 더 많이 싸웠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드네요. 미안해요.” 왼쪽 볼에 뜨거운 통증이 달린다. 다카히로의 오른손이 공중에서 부르르 떠는 것이 보였다. 볼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부을지도 모르겠다. 아침까지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된다. 나나코는 떨고 있는 다카히로의 손을 양손으로 쥐었다. “미안해요.” 다카히로는 목에서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나나코를 바닥에 눕혔다. 약간의 죄책감을 품으며 눈을 감았다. 다카히로나 나는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다. 사가 노부키가 젊은 신부를 들이는 것도, 열다섯 살의 나나코 가 노부키의 아이를 몰래 유산한 것도 모두 과거의 일이었다. 살아 있으면 모두 과거로 만들 수가 있다. 죽으면 바라건 바라지 않건 과거가 돼버리고 만다. 다카히로의 욕망에는 불이 붙지 않았다. 고요한 시간이 찾아왔다. 좁은 거실을 둘러봤다. 다카히로의 눈이 천장을 노려보고 있다. 나나코가 일어섰다. 파자마를 갈아입으려고 한 그때 남편의 양손이 목을 눌렀다. 움직일 수가 없다. 상체를 일으킨 다카히로와 눈이 마주쳤다. 눈을 감는다. 전해지는 건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다. 끌려다니면 다시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나나코는 다카히로의 체온을 확인하면서 필사적으로 할 말을 골랐다. 여보. 남편의 따뜻한 호흡이 목 근육에 닿는다. “나, 내일 결혼식 때 옷을 입혀줘야 해요. 옛날 감을 되찾으려고 이 한 달간 매일 연습했어요. 처음 결혼식을 맡았을 때보다 훨씬 긴장이 돼요. 하지만 내 공백 따윈 아무도 신경 안 써요. 내가 행복하건 불행하건, 긴장하건 하지 않건, 내가 옷을 입혀주는 신부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계속 연습하면서 나는 일을 할 동기가 그것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우리 헤어지자.” 말을 듣지 않는 턱을 아래위로 움직인다. 다카히로의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 모르는 땀으로 목 근육이 젖어 있다. 몇 분 후 나나코는 해방됐다. ---「결 고운 하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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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꽃피우다
홋카이도 서쪽 바다와 접한 작은 마을. 부모로부터 목장 일을 이어받은 슈이치는 하루하루가 고되다. 당연히 시집올 여자도 없다. 마을에서는 중국 여성을 신부로 맞으려는 사업을 계획한다. 슈이치는 중국 가난한 시골 출신인 스물다섯 먹은 호아하이를 신부로 맞게 된다. 서른 살까지 여자를 몰랐던 슈이치에게 호아하이는 소중한 존재이다. 하지만 말이 다르기에 둘은 함께 이야기할 수 없다. 슈이치의 부모는 아직까지 애를 낳지 않은 호아하이가 고깝다. 그러던 중 호아하이가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이 우연히 밝혀진다. 바다로 점점 기우는 홋카이도의 구시로 시. 쓰러져가는 강변 집에 살고 있는 치즈루는 몸을 팔아 생을 연명한다. 전직 신문기자인 구제불능의 남자가 그녀의 기둥서방이다. 치즈루에게 삶의 계획 따위는 없다. 싸구려 호텔에서 손님에게 안긴 후 쓰러져가는 강변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어느 날 단골인 중년 남자가 그녀에게 전속 계약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녀의 기둥서방은 뭔가 해보겠다며 큰돈을 요구한다. 프리즘 작은 운송회사에서 일하다가 사고를 낸 노구치는 사장과 투쟁 중이다. 사장은 그를 다시 받아줄 마음은 없고, 노구치는 회사에 드러누웠다. 그런 그를 히토미는 난감하게 바라볼 뿐이다. 히토미는 노구치와 5년 동안 동거해온 사이다. 어느 날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했는데 그중 젊고 해사한 도마라는 한 학생이 히토미를 따른다. 히토미와 도마는 서로의 몸에 탐닉하게 되고 그 장면을 노구치에게 들키고 만다. 피날레 밤 문화를 다루는 삼류 잡지사에서 음식점 기사를 담당하는 준이치는 사장 대신 스트립쇼 클럽의 취재를 나선다. 그리고 그곳에서 댄서 시오리를 만난다. 그 바닥에서 5년을 버텨낸 시오리와 그녀의 춤을 보면서 준이치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경험한다. 시오리의 은퇴 후, 방송국에서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된 준이치는 우연히 그녀와 조우한다. 바람 여자 데라다 다쓰키라는 남자가 미쓰에 앞에 언니 유코의 유골을 들고 온다. 서예 교습소를 운영하는 아버지의 후계였던 언니는 어느 날 집을 떠났고, 28년 만에 뼈로 돌아온 것이다. 역시 서예 교습소를 운영하던 미쓰에는 단번에 그 남자를 알아본다. 데라다 다쓰키는 데라다 가문의 후계자로 현재 서단의 총아로 손꼽히는 서예가였다. 언니는 데라다 슈오의 첩이었던 것이다. 둘은 마주한 채 유골과 기억을 건네며 이야기를 나눈다. 결 고운 하늘 나나코는 구시로 시에서 기모노 착용 장인인 사가 다마키의 조수로 10년을 일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남편 때문에 이사를 가야 했고, 지금은 허름한 미용실에서 보조로 일한다. 그러던 그녀에게 사가 다마키가 아들 결혼식 일을 의뢰한다. 신부에게 기모노를 입혀달라는 것이다. 그녀와 사가 다마키의 아들 노부키와는 낙태까지 했던 어린 시절 연인 사이. 굳어버린 손과 무능력한 남편, 초라한 자신의 처지를 고민하던 나나코는 스승의 부탁을 수락하고 연습을 시작한다. 뿌리 없는 풀 가노다 릿카는 지방 신문 기자다. 그녀는 이혼한 남편과 한 번 만난 후 임신을 했다. 전 남편은 이미 재혼했고, 그의 부인은 출산을 앞둔 상태. 가노다는 애를 낳을지 말지 고민 중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예전 아버지의 친구 고가 씨를 만나게 된다. 고가는 어린 시절 한탕에 몰두하던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하려 했던 남자로, 돈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 떠도는 그런 남자였다. 가노다는 가족의 근황을 묻는 고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야기를 마친 후 병원으로 향한 가노다는 아버지와 짧은 인사를 하고 어머니와 태어날 아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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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의 새로운 희망, 사쿠라기 시노를 알기 위한 첫걸음
‘안정된 필력, 뛰어난 기교’ 심사위원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제149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사쿠라기 시노의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이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은 올 요미우리 신인상, 시마세 연애문학상, 나오키상을 연이어 수상한 사쿠라기 시노가 2013년에 의욕적으로 발표한 소설집으로, 독자들로부터 나오키상 수상작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사쿠라기 시노를 이해하기 위한 첫 작품집으로 여겨진다. “사람만으로는 소설이 완성되지 않고, 풍경만으로도 소설이 완성되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은 사쿠라기 시노가 나고 자란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한다. 일본 북쪽 끝단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자연 환경은 혹독하고, 지역 경제는 쇠퇴해 황폐한 곳이 많다.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은 그런 쓸쓸한 풍경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부서진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폭설에 갇힌 목장, 쓰려져가는 강변의 집, 스산한 새벽녘 항구, 이른 아침 조용한 삿포로 길가, 호텔 꼭대기 층에서 바라본 삿포로 전경, 산간의 작은 온천 마을 등…… 일곱 편의 이야기 모두 홋카이도 특유의 황망한 풍경이 등장인물들의 삶과 겹쳐지며 전개된다. 이러한 사쿠라기 시노 특유의 작풍을 문학평론가 가와모토 사부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어느 작품이든 홋카이도의 풍경과 풍토가 잘 그려져 있다. 땅과 장소를 소중히 여기는 작가인 만큼 사쿠라기 시노의 풍경 묘사는 훌륭하다.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동시에 시선은 그들을 둘러싼 풍경으로 향하게 만든다. 근경과 원경이 교묘하게 잘 녹아든다.” 농밀한 언어와 메마른 시선에 담긴 서늘한 위안과 조용한 감동 사쿠라기 시노의 작품 속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도 주로 어두운 그늘에 잠겨 있는, 주변부에서 밀려난 여성들이다. ‘신 관능파’라 불릴 정도로 ‘성(性)’을 유려하게 묘사하는 사쿠라기 시노는 농밀한 언어로 그들의 삶을 그린다. 하지만 결코 끈적이거나 질척대지 않고 메마른 시선으로 담담히 바라볼 뿐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중국인 부인을 얻은 슈이치(「파도에 꽃피우다」), 쓰러져가는 강변 집에서 몸을 팔아 생을 연명하는 치즈루(「바다로」), 아르바이트생과의 부도덕한 관계에서 삶의 탈출구를 찾는 히토미(「프리즘」), 5년 동안의 스트립 댄서 생활을 은퇴하는 시오리(「피날레」), 28년 만에 유골로 돌아온 언니를 만난 미쓰에(「바람 여자」), 남편의 실패와 무기력에 함께 좌절하다가 옛 스승을 만나 다시 일어서려 하는 나나코 (「결 고운 하늘」), 전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고 아버지 친구를 만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 가노다(「뿌리 없는 풀」). 선택하지 않았지만, 거부할 수도 없는 어쩔 수 없는 삶, 그러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기대하지도 절망하지도 않은 채 그저 묵묵히 살아간다. 거친 풍경 속 황폐한 사람들의 이야기임에도 축축한 느낌이 없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등장인물 저편 어딘가에서 서늘한 위안과 조용한 감동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으면 모두 과거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하던 나나코의 독백(「결 고운 하늘」)은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의 지향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살아 있는 한 그것을 모두 과거로 돌릴 수 있다. 죽는 순간 모든 것은 그저 과거로 남게 되는 것이다. 독자 서평 “관능적이지만 어쩔 수 없이 외로운 이야기들.” “홋카이도와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에 대한 깊고도 복잡한 사랑.” “홋카이도의 풍토, 자연의 엄격함, 풍경의 아름다움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 결코 행복하지 않지만, 그것을 불행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여성들의 이야기.” “어떤 단편이 제일 좋은지 묻는다면 모든 단편에 충격과 깨달음이 있어 딱히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그 정도로 가치가 있는 단편집입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은 행복하다거나 불행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오키상의 인터뷰처럼 특별하지 않은 등장인물들이 힘을 다해 사는 모습이 담겨 있다.” “타협하지 않는 ‘어둠’일까. 견딜 수 없는 느낌이다. 북쪽의 대지에서 조용히 함께하는 등장인물들. 슬픔과 외로움이 느껴진다. 강한 여성들.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독자 서평(독서 미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