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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ning Mank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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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단서도 찾지 못했단 말입니까?"
"지금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소" 기자는 수긍하는 눈치가 아니었으나 일단 그 정도로 물러났다. 발란더는 자신이 한 이야기들이 기사화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발란더의 말을 가감 없이 기사화하는 기자 중 하나였다. 발란더는 에릭손의 저택에 이르는 돌포장길로 접어들었다. 차단시설이 아직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관측탑 옆에는 경찰관이 한 명 서 있었다. 그는 굳이 범행 현장에 경계를 설 필요가 없는데 하고 생각했다. 저택에 이르자 안에서 문이 열렸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플라스틱 보호막을 입힌 신을 신고 있는 니베리였다. "자네가 오는 것을 창문으로 보았지" 발란더는 니베리가 기분이 좋아져 있는 것을 곧 알아차렸다. 이것은 하루동안의 작업이 잘 진행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발란더는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말했다. "상자 하나를 가져왔네. 자네가 한번 봤으면 좋겠어" "에릭손 살해사건과 관련이 있는 건가?" "룬펠트와 관련이 있는 거지. 꽃가게 주인 말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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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단서도 찾지 못했단 말입니까?"
"지금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소" 기자는 수긍하는 눈치가 아니었으나 일단 그 정도로 물러났다. 발란더는 자신이 한 이야기들이 기사화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발란더의 말을 가감 없이 기사화하는 기자 중 하나였다. 발란더는 에릭손의 저택에 이르는 돌포장길로 접어들었다. 차단시설이 아직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관측탑 옆에는 경찰관이 한 명 서 있었다. 그는 굳이 범행 현장에 경계를 설 필요가 없는데 하고 생각했다. 저택에 이르자 안에서 문이 열렸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플라스틱 보호막을 입힌 신을 신고 있는 니베르크였다. "자네가 오는 것을 창문으로 보았지" 발란더는 니베르크가 기분이 좋아져 있는 것을 곧 알아차렸다. 이것은 하루동안의 작업이 잘 진행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발란더는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말했다. "상자 하나를 가져왔네. 자네가 한번 봤으면 좋겠어" "에릭손 살해사건과 관련이 있는 건가?" "룬펠트와 관련이 있는 거지. 꽃가게 주인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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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어떤 얼굴은 하고 있는가?
얼마 전 외관상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한 명문대생이 그저 자기를 냉대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모를 토막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 일이 발생하기까지의 깊은 내막은 아무도 알 길이 없지만, 오늘날 눈부신 문명의 발전 속에서 인간의 마음과 정신이 날로 황폐해져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공허해진 사람들의 가슴엔 까닭 모를 분노가 가득 들어차 있으며, 이 분노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무서운 폭력성을 띠고 있다. 사실 폭력의 문제는 인류의 낙원 추방에서 카인의 형제 살인, 재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자연의 폭력, 그리고 공동체에서 한 개인을 압살하는 집단폭력에 이르기까지 그 연원도 깊을 뿐 아니라 참으로 복잡하기 짝이 없는 문제 중 하나다.
문학성과 사회성을 겸비한 긴장감 넘치는 추리소설 스웨덴의 저명작가 헤닝 만켈은 『다섯번째 여자』에서 인간의 폭력성을 주제로 삼아 이야기를 펼쳐 나가고 있다. 1996년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대단한 호평을 받고 1998년에는 독일에서 번역, 출판되어 서적상들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독일 추리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작품의 프롤로그에서는 먼저 알제리에 신정 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외국 기독교들을 추방하는 과정에서 네 명의 수녀와 그 수녀원에 우연히 머물게 된 '다섯번째 여자'가 괴한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종교적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이 등장한다. 이어서 시를 쓰고 새를 관찰하는 조류 애호가로서 독신으로 사는 한 남자가 대나무 말뚝 함정에 떨어져 피투성이 시체로 발견되고, 난초를 정열적으로 사랑하며 꽃가게를 운영하는 한 남자가 몹시 야윈 몸으로 나무에 매달려 목졸려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대학의 한 연구원이 자루에 담긴 채 생매장되듯 호수에서 익사당하는 잔혹하고 끔찍한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데, 살해된 사람들은 겉보기에 자신의 생활에 충실하며 남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살해당한 인물들의 잔혹함과 폭력성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희생자들에게 가해진 이 끔찍한 폭력은 또 다른 폭력행위에 대한 응답임을 알게 된다. 즉 희생자들은 여자들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한 잔인한 남자들이었던 것이다. 힘겹고 긴 수사 끝에 범인은 뜻밖에도 알제리에서 우연히 살해된 '다섯번째 여자'의 딸로 밝혀진다. 어린 시절부터 친아버지와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란 그녀는 남자들에 대한 분노를 가슴 밑바닥에 간직한 채 뚜렷한 목적의식도 없이 여자들을 학대한 남자들의 명단을 작성해 온다. 그러던 어느 날 죄 없이 살해당한 어머니 소식을 전해듣는 순간 억눌려 있던 분노가 폭발하고, 남자들의 잔혹한 폭력에 희생되어 온 여자들의 복수를 위해 스스로 법의 집행자로 나선다. 그리고 노련한 수사관들마저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잔인한 방법으로 여자들을 학대해 온 남자들을 차례차례 죽여나갔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