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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 히스테리안 편집부
출판사 서문 | 김민주 낯선 환호들 | 윤결 대화록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몸으로 보여주는 거다 각설이 | 전영선 깨달을 ‘각'에 말씀 ‘설' 연극 〈품바〉 (故김시라) | 박정재 연극 〈품바〉 | 김승덕 오! 끈적이고 축축한 달콤한이여 난장 각설이 | 오동팔 신명과 몸짓의 전통 | 강병우 그래야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힘을 얻지 난장 품바 | 양재기 난장 품바 | 아라 편견 없이 하나의 사람으로 보일 수 있도록 난장 품바 | 최민 난장 품바 | 설거지 자기를 되돌아보기 시작하는 시점일 수도 드랙킹 아장맨 & 연구자 박예지 테크노 각설이 | 싯시 두 소수자의 세계가 ‘캠프'를 둘러싸고 스쳐 지나갈 때 | 박예지 작가론 자기 자신을 설명한다는 것 | 강정아 반짝이를 입은 몸, 누더기를 입은 춤 | 정은영 바닥의 노래를 들어라 | 김화용 촌스러운 세계가 미술관으로 들어왔을 때 | 박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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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이는 과거에 장터나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동냥을 하던 사람을 일컫는다. 자연재해의 일종인 ‘서리’에서 온 말로 가난을 맞은 자를 부르던 데에서 연원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각설이(singing beggar)는 거지의 모습으로 분하여 소리와 몸짓을 통해 재주를 선보이는 연행자로서 ‘각설이(패)’를 의미한다. 음악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여타 유랑패와 유사하다. 사회적으로 낮은 곳에 있는 자들의 연대와 저항에 기반한다는 점에서는 구별된다.
--- p.4 각설이 품바는 각설이의 모습으로 타령을 하면서 진행되는 공연의 형식, 또한 그러한 공연을 하는 행위자를 가리키는 단어로 이 책에서 사용된다. (단, 화자가 대담에서 이를 ‘품바’ 또는 ‘각설이’로 칭하는 경우 구술된 바 그대로 기록하였다.) ‘품바’는 본래 각설이 타령에서 후렴구로 사용되는 의성어이다. 입으로 흥을 돋구는 장단이라는 의미에서 조선 말기까지 ‘입장고’로 불린 기록이 있고, 걸인으로 행세하며 부정한 자에게 욕보이는 말을 한다는 의미로 ‘입장귀를 찧는다’라고도 이야기되었다.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각설이패 행위자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 p.4 품바라는 이름을 둘러싼 복잡한 관계성에서 생겨나는 또 다른 질문은 ‘왜 각설이인가’이다. 그들은 왜 각설이로서 무대에 서는 것일까? 단순히 거지 복장의 기구한 인생사를 가진 인물로서 각설이가 소환되는 것만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이 각설이가 되어 공연하는 이유는 그 존재로부터 불려 오는 기록되지 않은 서사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 p.23 각설이 품바와 민속 사이에 흩어진 고리는 몸을 매개로 재회한다. 각설이 품바는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문화경제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배치되었다. 지난 시대에는 민족주의와 계급에 대한 비판의식을 통해 자기를 인식했다면, 후기 산업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보다 복합적인 문화 정체성을 지니게 된다. --- p.147 각설이 품바는 도심 외곽, 지역 오일장이나 소도시 공연 유수지 등에서 출몰하며 신명 나는 몸짓을 흔들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각설이 품바는 특유의 성애적인 야담을 거침없이 선보인다. 이들의 끈적한 눈빛과 과감한 표현은 몇몇 관람객에게 흥분과 열기를 전달하고, 어느새 관람객을 무대 안으로 개입하게 만든다. --- p.201 각설이 품바는 남성 퍼포머가 여장을 하거나 여성 퍼포머가 남장을 하는 등 성별을 넘나드는 복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드랙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드랙(drag)은 보통 지정성별이 여성인 사람이 남성 복장을 하거나(드랙킹) 반대로 지정성별이 남성인 사람이 여성 복장을 하고 공연하는 것(드랙퀸)을 뜻한다. --- p.2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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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결은 오늘날의 예술과 각설이 품바를 함께 감각한다는 점에서 한층 특별하다. 작가는 섹슈얼리티적 혼종성으로 각설이 품바와 드랙을 연결한다. 양자는 성별 이분법을 넘나드는 의상과 퍼포먼스를 통해 사회가 고정한 정체성을 횡단한다는 점에서 맥락을 함께 한다. 그러나 윤결이 고백하듯, 외래의 드랙과 우리나라의 각설이 품바를 동치하는 식의 단순 번역은 개운치 않다. 특정한 실천을 목표로 공유한다고 해도, 그 수단은 진지한 비판을 통한 저항부터 우스개 섞인 농담과 위반의 역사가 다양하기 나타난다. 때로는 정체성 표현을 사이에 두고 접합할 수 없는 차이가 발생하여 공통의 목표와 갈등이 동시에 전개된다. 그 앞에서 윤결은 단어의 골짜기 사이로 흩어지는 것에 무게를 싣기 위해 윤결은 신중하게 어휘를 고르고, 물음의 자리를 벌려 둔다. 몇 가지 권위 있는 개념으로 양자가 이루는 절개부를 단정하게 봉합하는 대신, 이들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공존하는 낯선 지형을 드러낼 방법을 궁리한다.
윤결이 일관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정상성 담론에 밀려난 것에 품은 애정과 연대이다. 그는 오방색으로 빛나는 장면들에서 솟는 환호 소리와 땀 냄새를 흠뻑 맞으며 자신의 예술을 행한다. 이제 독자는 윤결과 각설이 품바의 목소리를 통해 정상성 투쟁 속에서 질문 던지기 어려웠던 시대의 바람과 마침내 터져 나오는 낯선 대답들을 듣는다. 편집자_김민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