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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모임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2. 지상의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적은 없었다 3. 동양적 가치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4. 그들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가 5.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 6. 어떤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데카르트: 기차는 놀라운 신세계로 달려간다 프로이트: 비관주의가 몰락을 준비한다 마르크스: 세계화된 거대 자본주의가 아비규환을 향하여 나아간다 프로이트와 데카르트: 단호한 조치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과 부처: 자연 치유력에 조심스런 희망을 걸어본다 아우구스티누스: 새로운 확신을 얻다 7. 인류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
Horst-Eberhard Rich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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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구 flypaper@yes24.com
'영혼은 새로운 실존 속에 다시 태어난다'는 아포리즘은 부처의 입을 빌어 행해진다. 왜 하필 영혼인가? 이유는 몸이 누릴 수 있는 자유에 비해 영혼의 그것은 한없이 왜소하게 제한되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일지언정 마음만 먹는다면 몸 정도야 쉽게 어찌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영혼은 그렇지 못하다. 지긋지긋한 저 내면의 언저리까지 따라 붙어 죽음 너머의 세계까지 끈적하게 쫓아다니며 끝없이 순환되는 존재형태로 환원되어진다. 그리하여 몸은 죽어 사라졌지만 영혼은 현실이라는 실존주의적인 무력감에 지배당하는 일이 벌이지게 된다. 흔한 말로 구천을 떠돌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떤 말을 할까』는 천상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한 8인의 영혼이 모여 가상대담을 하게 된다는 시나리오이다. 주제는 역시 현실, 그것도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위태위태한 현실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프로이트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사회철학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호르스트에버하르트 리히터는 아인슈타인의 손을 빌어 사회자 포함 모두 8인의 현자를 천상의 한자리에 불러모은다. 아인슈타인이 이 궂은 일은 도맡게 된 이유는 대담에 초대된 패널의 면면을 보면 확연해진다. 보수적인 교육가 공자, 내향적인 영혼의 인도자 부처, 냉철한 국가론자 플라톤, 급진적인 종말론자 아우구스티누스, 일관되게 발전을 예언하는 데카르트, 확고한 혁명 이론가 마르크스, 염세적인 사회심리학적 해설가 프로이트 그리고 현대과학의 대표자 아인슈타인. 과학적 중립성으로 대담을 이뤄내고 회의를 주재하게 된다는 것은 숨은 속성에 불과할 뿐,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짠밥의 문제에 불과하다. 아인슈타인은 빠릿빠릿하게 발로 뛸 군번인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8인의 영혼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현실을 진단하고 새로운 미래를 재창출하기 위한 사유의 전초전임은 확실시된다. 몸은 사라졌으나 현세인들의 정신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는 사유의 단초를 제공한 역사 속의 주인공들. 이들의 천상대담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유는 그네들의 시선과 발언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상대적인 이유 때문이다. 후회하며 반성하는 자의 솔직하고 겸허한 사유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미 시작된 듯한 세계종말의 정신적 원흉은 어느 정도는 우리 자신이 아닐까요?"하며 회의의 문을 연 아인슈타인의 발언에 프로이트는 "우리는 아인슈타인이 만든 이 기회를 적어도 스스로를 돕는 모임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적극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대담은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모임의 의미를 묻는 상황에서는 끼워 맞춘 감도 없진 않지만, 실소하듯 감탄할 수밖에 없는 적극적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실존으로 대표되는 지상의 위기상황을 진단하는 장면에서는 사실을 수집하는 현자들의 호젓한 태도와 경쟁하듯 솟구치는 사유의 저항력을 훔쳐 볼 수 있다. 동양적 가치를 대안으로 고민하는 부분에서는 플라톤의 발언으로 짐작되는 서구의 초월주의와 공자의 암시적인 자기확신이 충돌되는 장면을 보며 웃고 즐길 수 있다. "규칙적으로 그리고 인내심 있게 자기 내부에 몰두하지 못하는 사람은 살아가면서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진 진리를 경험하지 못할 것이고, 올바른 견해와 올바른 노력과 올바른 행동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라는 부처의 지적이 없었다면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8인의 현자들은 천상의 그들로 나타나는 과거 지상의 우리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돌아, 잠시 여성적인 구원의 메시지에 천착하다, 희망의 발현을 예언한다. 기차는 놀라운 신세계로 달려갈 것이라는 데카르의의 끈적한 변증법, 비관주의가 몰락을 예고할 것이라는 프로이트의 준엄한 진단, 세계화된 거대 자본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의 경고, 자연 치유력에 희망을 걸어보는 아인슈타인과 부처의 조심스런 행보 그리고 아우구스티누스의 새로운 확신. 인류는 과연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는 아인슈타인의 다소간 식상한 결론으로 정리된다. 우리는 다만 저 지상의 인간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갈지에 대해 가장 중요한 대안만을 탐구했을 뿐, 여전히 그들의 미래는 그들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서로에게 묻고 만다. 두 가지 통찰, 자신의 운명이 지구상의 인간들과 분리될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그들이 자연에 속해 있는 것이지 자연이 인간에게 속해 있는 것이 아니다는 현실을 직시하지만 한계점은 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과 천상에서 여전히 공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상대담이라는 형식을 빌어, 인간들의 반성과 자각을 촉구했다는 점은 흥미롭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흔쾌한 이유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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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될지는, 그들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 그들이 적어도 우리들 가운데 대다수가 바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며, 이미 근본적으로 한 걸음 전진한 것이겠지요. 인간이 그들 종족의 미래가 안전하게 진행되길 원한다면, 유일한 기회는 두 가지 간단한 통찰을 마음에 새기는데 있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운명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인간들과 분리될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그들이 자연에 속해 있는 것이지 자연이 인간에게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 p.358-3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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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이 책에 대한 구상과 함께 잠에서 깼다.
나는 권위 있는 사상가들 중에서 특히 인류 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현자들을 이 가상대담에 참여시켰다. 냉철한 국가론자 플라톤, 급진적인 종말론자 아우구스티누스. 일관되게 발전을 예언하는 데카르트, 확고한 혁명 이론가 마르크스, 염세적인 사회심리학적 해설가 프로이트, 보수적인 교육가인 공자, 내향적인 영혼의 인도자 부처 그리고 초대인의 역할을 맡은 아인슈타인. - 호르스트에버하르트 리히터 --- p.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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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 당신에게 한 가지만 더 말하고 싶군요. 데카르트. 당신이 자신의 무비판적인 실증주의에 마르크스를 끌어들인다면, 당신은 마르크스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것입니다. 프로이트도 순전히 반대동기만 있고 찬성동기가 부족하다고 마르크스를 비난한다면, 데카르트와 마찬가지로 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르크스도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프랑스 혁명의 목표를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프랑스 혁명이 다만 개인의 '에고(자아)'만은 정치적으로 해방하려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해방의 최종목표는 인간이 '같은 종족'끼리 새로운 형태의 공동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그것을 연대 책임 의식을 갖고 행동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당신들은 내가 마르크스에게 '종교적 인간'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면 나의 자의적인 판단일 뿐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정치적 해방이 이루어지고 나면, 인간적인 해방이라고 할 수 있는 공산주의 사회가 나타나야 한다는 것은, 구원에 대한 비밀스런 희망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 p. 1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