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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에 고전읽기〉를 펴내며 _ 8
『심청전』을 읽기 전에 _ 10 심 봉사, 늦둥이를 보다 _ 18 곽씨 부인, 딸의 이름을 지어 주고 죽다 _ 28 심청이, 효성으로 심 봉사를 모시다 _ 40 ●●● 『심청전』을 통해 본 조선 시대 _ 보지 못해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오! _ 46 장 승상 댁 부인, 심청이를 부르다 _ 48 심 봉사,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다 _ 54 심청이, 제물로 자기 몸을 팔다 _ 64 ●●● 효자와 효녀 이야기 _ 효도, 어디까지 해 봤니? _ 76 심청이, 인당수에 빠져 용궁에 가다 _ 80 ●●● 인신 공희의 전설 _ 어찌 살아 있는 사람을 제물로 바친단 말이오? _ 98 심청이는 어머니를, 심 봉사는 뺑덕 어미를 만나다 _ 100 심청이, 황후가 되어 맹인 잔치를 열다 _ 108 ●●● 『심청전』의 뿌리를 찾아서 _ 효녀 심청 이야기,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_ 120 심 봉사, 황성에 가다 _ 122 심청이와 심 봉사, 드디어 만나다 _ 140 심 봉사, 아들을 낳아 출세시키다 _150 ●●● 심청이의 또 다른 환생 _ 심청이의 생명은 길기도 하구나! _ 158 『심청전』 깊이 읽기 _ 163 『심청전』을 읽고 나서 _ 나도 이야기꾼! _ 1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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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죽으면 눈 어두운 우리 가장, 사방을 둘러봐도 친척 하나 없는 외로운 몸이 손에 손에 바가지 들고 지팡이 부여잡고 동냥을 다니다가 구덩이에 빠지고 돌부리에 걸려 엎어져서 신세를 한탄하며 우는 모습이 이 눈에 선합니다. 집집마다 찾아가 밥 달라고 구걸하는 슬픈 소리가 이 귀에 쟁쟁히 들리는 듯합니다. 기도를 드려 마흔에 낳은 자식 젖도 제대로 못 먹이고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죽는단 말입니까! 저 어린 것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이생에 태어나 어미도 없이 뉘 젖을 먹고 자라나며, 가장이 자기 몸도 주체를 못하는데 저것을 어찌 기를 것이며 그 모양이 어떠하겠습니까!
--- p.29 아버지는 눈이 어두우시니 밥을 빌러 다니다가 엎어지셔서 몸을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고, 날이 궂어 비바람 불고 서리 내리는 날에는 추위에 병이 나실까 밤낮으로 염려되어요.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부모님의 은덕을 지금부터 받들지 않으면 나중에 돌아가시고 나서 슬퍼한들 갚을 수 있겠어요? 이제 저도 다 컸으니 오늘부터 아버지는 집에만 계셔요. 그러시면 제가 밥을 빌어다가 아침저녁의 근심을 덜겠나이다. --- p.41 “참으로 딱하오. 우리 절의 부처님은 영험이 많으셔서 빌어서 안 되는 일이 없고 구하면 꼭 응해 주시오. 공양미 삼백 석을 부처님께 올리고 지성으로 불공을 드리면 눈을 떠서 천지 만물을 보게 될 것이오.” 심 봉사가 자기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눈 뜬다는 말에 혹해 그만 약속을 해버렸다. “그러면 삼백 석을 시주하겠소.” “허허, 여보시오, 댁의 형편에 삼백 석을 무슨 수로 시주하겠소?” “여보시오, 어느 놈이 부처님께 빈말을 하겠소. 눈을 뜨려다 벌을 받아 앉은뱅이 되겠소. 왜 그리 사람을 업신여기는고. 염려 말고 권선책에 적으시오!” --- p.56~58 “못난 딸자식이 아버지를 속였어요. 공양미 삼백 석을 누가 제게 주겠어요? 뱃사람들에게 인당수 제물로 몸을 팔았는데, 오늘이 떠나는 날이니 이제 저를 보시는 것도 마지막이에요, 아버지!” “참말이냐, 참말이냐? 애고애고, 이게 웬 말이냐! 못 간다, 못 간다. 내게 묻지도 않고 네 마음대로 했단 말이냐? 네가 살고 내가 눈 뜨면 그것은 응당한 일이지만, 자식을 죽여 눈을 뜨는 것은 그게 차마 할 일이냐. 네 모친 죽은 뒤에 눈 어두운 늙은것이 너를 안고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구차하게 동냥젖을 얻어 먹여 이만큼 키웠는데, 이게 무슨 말이냐. 마라, 마라! 가지 마라! 아내 죽고 자식 잃고 내 살아 무엇하겠느냐? 너하고 나하고 함께 죽자. 눈을 팔아 너를 사도 모자랄 판에 너를 팔아 눈을 뜬들 무엇을 보겠느냐?” --- p.70 심청이가 뱃머리에 나서서 보니 시름에 잠긴 푸른 물은 월러렁 출렁 뒤집어지며 굽이쳐서 물거품이 일고 있었다. 기가 막힌 심청이가 뒤로 털썩 주저앉아 뱃전을 잡고 기절하여 엎어지니 그 모습은 차마 볼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린 심청이가 온몸을 잔뜩 웅크리고 치마를 둘러쓰고 총총걸음으로 물러섰다가 푸른 바다 가운데 몸을 던지며, “애고애고, 아버지! 저는 이제 죽습니다!” 하는데, 뱃전에 한 발이 지칫거리다가 거꾸로 풍덩 빠졌다. --- p.89~90 황후께서는 심 봉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버선발로 뛰어와 부친을 안고, “아버지, 제가 인당수에 빠져 죽었던 심청입니다.” 하시니, 심 봉사가 어찌나 반갑던지 뜻밖에도 두 눈이 갈라져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서 두 눈이 활짝 밝아졌다. 그리고 잔치에 온 맹인들이 심 봉사 눈 뜨는 소리에 한꺼번에 눈들이 희번덕, 짝짝 하며 까치 새끼 밥 먹이는 소리처럼 나더니 뭇 소경이 밝은 세상을 보게 되었다. --- p. 142~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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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의 숨은 그림 찾기!
『심청전』은 심청이가 아버지 심 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뱃사람들에게서 공양미 삼백 석을 받고 인당수에 빠졌다가 용왕의 도움으로 살아나 심 봉사와 만나고, 심 봉사의 눈까지 뜨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내용만 보자면 『심청전』은 그래 대단할 것이 없는 그저 그런 소설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가 용궁에 가고, 용궁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고, 다시 살아나 황후가 되어서는 심 봉사를 만나고, 심 봉사가 눈을 뜨게 되고……. 『심청전』의 뼈대가 되는 굵직굵직한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황당한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황당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것은 효도를 강조하기 위해서일까요? 아니면 착한 사람은 상을 받고 못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인과응보의 교훈을 강조하기 위해서일까요? 단순하기 짝이 없는 내용의 『심청전』이 지금까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심청전』의 참맛을 느껴볼 수 있도록 눈먼 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나이에 동냥을 다녀야 했던 심청이와 하늘 아래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황후가 된 심청이의 처지를 비교해 가며 새롭게 읽어 보세요. 『심청전』의 잔재미, 심 봉사의 새로운 발견! 사실 『심청전』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인물은 심 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 석을 마련하기 위해 몸을 팔아야 했던 것도 심 봉사 때문이고, 인당수에 빠졌다가 살아나 황후가 된 심청이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맹인 잔치를 여는 것도 심 봉사 때문입니다. 심청이는 ‘자나 깨나 심 봉사’를 외치는 대단한 딸입니다. 그런데 심 봉사는 그런 대단한 딸에 걸맞은 아버지일까요? 이 질문에 곧장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심청이를 낳은 지 이레 만에 산후병으로 죽은 어머니, 생계를 책임져야 하지만 눈이 멀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버지, 어머니와 아버지의 부재 때문에 겪어야 하는 가난……. 『심청전』의 배경이 되는 서글픈 상황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심 봉사 때문입니다. 심 봉사는 점잖은 것 같지만 비속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입니다. 심청이가 뱃사람에게 팔려 간 뒤로 슬픔에 빠져 있어야 할 심 봉사는 오히려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특히 나라말 『심청전』의 저본인 완판본 계열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심 봉사의 <방아 타령>을 꼭 들어 보세요.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겠다고 무리한 약속을 해 버린 탓에 딸이 죽었는데도 심 봉사는 의연합니다! 『심청전』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 그림과 ‘이야기 속 이야기’ 나라말 『심청전』의 그림 작가 김은미는 이런 심 봉사의 이중성을 익살맞게 살려 내서 읽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뺑덕 어미와 입 맞추는 꿈을 꾸는 심 봉사의 표정이나 <방아 타령>을 부르는 심 봉사의 표정을 한번 보세요. ‘은근하다’는 게 그런 것을 두고 하는 표현일 것입니다. ‘이야기 속 이야기’에서는 조선 시대 시각 장애인의 직업 세계를 알려 주고, 심청이처럼 목숨을 버릴 정도로 극단적인 효도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심청전』의 뿌리가 된 설화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영화, 희곡, 발레, 애니메이션 등으로 단장한 『심청전』의 새로운 모습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알려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