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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일상 이성 비판: 고대 그리스에서의 사변 이성의 생성에 관하여 사변 이성 비판: 비판 이성의 생성에 관하여 - 사변에 대한 소피스트의 공격 - 사변 이성의 아포리아 - 비판 이성 비판 이성 비판: 기능적 이성의 생성에 관하여 - 헤겔과 절대 이성의 이념 - 쇼펜하우어와 이성의 탈중심화 - 기능적 이성 하나의 이성과 다수의 합리성 - 이성과 사회 - 언어적 이성 - 역사적, 해석학적 이성 - 합리성 - 이성의 통일 약어와 인용 문헌 논평된 참고 문헌 핵심 개념들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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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이성적’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세상의 모든 나쁜 것에 대한 책임을 이성에 지우
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이성의 타자’를 상기시키는 것이 풍조였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묘하게 그
스스로도 이성적이기를 원했던 급진적 이성 비판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그리고 우리가 배운 것은 이
성을 따르고 자연 파괴와 자기 파괴를 멈출 때만 동물 종種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로서 이 행성에서 기
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 우리가 따라야 할 것은 무엇일까?
--- p.6 플라톤은 당시 널리 퍼져 있던 그에 관한 일화를 들려준다. “한번은 탈레스가 별을 관찰하기 위해 하늘을 바라보다 우물에 빠졌다. 그때 재치 있고 똑똑했던 트라키아의 한 하녀가 그를 조롱하며 말했다. ‘그는 하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하지만 그의 근처, 발 앞에 있는 것은 그에게 감추어져 있다네.’” 플라톤은 덧붙인다. “이런 조롱은 철학에 완전히 빠져 사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Theait 174a 이하) 탈레스는 당시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성공한 밀레투스의 시민이었으며, 후에 고대 7현인에 속한다. 반대로 트라키아의 하녀는 이방인이자 노예로, 사회 계층상 최하층민에 속했는데, 이 점을 고려하면 그녀의 말이 어느 정도의 조롱이었는지 분명해진다. --- p.23 그리스인에게 사변 이성의 출현은 “뮈토스에서 로고스로”의 이행을 의미하기도 했다. 사실 이 간명한 공식의 정확한 의미에 관해 답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고대 그리스의 구어에서 ‘뮈토스’와 ‘로고 스’는 원래 같은 것, 즉 ‘말해진 것, 단어, 말’을 의미했다. 그리스인들이 적어도 헤시오도스(기원전 700년경) 이래 신화학, 즉 논리적으로, 유의미하게 구조화된 형태의 수많은 지방 신화들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뮈토스와 로고스가 처음에는 단순히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31 반대로 비판이 외부에서 제기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구상 내부의 어려움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면 더욱 어렵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내재적 비판이다. 이 같은 어려움들이 그리스어로 ‘막다른 골목’을 의미하는 아포리아aporia로 판명되면 사변 이성의 구상 전체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소위 합리성의 최고 형태는 합리성 자체가 생성하는, 특히 사변 자체의 수단과 목적, 경로와 목표, 실행과 의미 또는 요구와 결과 사이의 모순에 의해 생성되는 비합리성으로 인해 위협받는다. 이러한 아포리아들이 사변 이성에 대한 내재적 비판을, 그리고 결과적으로 비판 이성의 개념을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것이 이번 장의 주요 논제이다. --- p.53 플라톤은 그의 이데아론을 통해 후대에 ‘형이상학’이라 이름 붙여진 것의 기초를 확립했다. 이 표현은 기원전 1세기에 로도스의 안드로니코스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을 수집해 편집할 때 만들어졌다. 당시 스토아학파의 분류 체계는 ‘논리학’-‘자연학’-‘윤리학’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안드로니코스는 이를 기초로 삼았다. 이때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 중 여기에 넣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스스로는 그것을 “제1철학”, 즉 최초의 실체, 존재 그 자체에 관한 학문이자 모든 존재 자의 원리와 규정에 관한 학문으로 분류하고, 그 학문을 자연학 뒤에meta ta physika, 즉 물리적인 것에 관 한 저술 뒤에 배치했다. 이렇게 해서 ‘형이상학Metaphysik’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이 용어는 자연의 한계 를 넘어서는 사물과 문제에 관한 것이라는 후대의 내용적 의미를 빠르게 얻게 되었다. --- p.71 사변 이성의 아포리아는 궁극적으로 근세 철학과 학문에서 지도적 이성 개념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낳았다. 그것은 객관적 이성의 형이상학적 합리주의의 위기를 전제로 하며, 사변 이성의 실천적, ‘기술적’, 종교적, 인지적 아포리아로부터 피할 수 없는 결과를 도출한다. 근세적 이성의 형이상학사적, 신학사적 배경은, 때때로 주장되는 것처럼 단순히 그 이성이 형이상학에 단순히 반대하여 구성된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영역 내에서 형이상학적 논변과 함께 구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출현은 이 책의 논제, 즉 이성의 역사는 언제나 그 내재적 비판의 역사였으며, 본질적으로 비판에 의해 추동되어 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 p.121 이성Vernunft 4 합리주의 형이상학에서 회복된 사변은 “순수”이성이 그 자체 안에서 발견한다고 말하는 본유관념 이론 에 기초하고 있었다. 이것은 칸트가 비판하는 사변 이성의 형상이지만, 목표하는 방향은 데카르트와 같 다. 형이상학의 폐지가 아니라 형이상학을 과학으로 새롭게 정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칸트의 비판 이성 구상은 데카르트적인 주관적 이성 자체의 합리성에 관한 내적 위기와 관련된 답변으로 가장 잘 이해된 다. 그 고유한 영역에서 데카르트의 출발점이 회복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p.132 칸트에 의해 완전히 다듬어진 비판 이성의 구상은 곧바로 비판받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대개 오해 에 기인한 몇 안 되는 예외를 제외하고는 합리주의적 형이상학이나 흄식의 경험주의로 돌아가라는 요 구가 중요하지는 않았다. 이는 그에 대한 칸트의 반론이 너무나 큰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 대에 이르기까지 『순수이성 비판』이라는 제목이 칸트를 비판하는 작가들에 의해서마저 얼마나 자주 모 방되었는지를 볼 때 그 권위를 짐작할 수 있다. --- p.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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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인간만이 활용하는 역량이자 능력의 총체
‘이성’은 서양철학 담론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철학은 이성을 중심으로 고수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무엇보다 이성은 인간을 다른 생명체와 구별하는 특별한 요소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로고스를 지닌 생 명체zoon logon echon”라 명명했고, 임마누엘 칸트 또한 인간은 “이성적일 수 있는 동물animal rationabile”, 즉 이성을 부여받은, 또는 이성적 능력을 지닌 존재로 보는 편이 낫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독일철학의 대가인 이 책의 저자 헤르베르트 슈네델바흐는 독일 근대 철학의 전통을 잇는 가운 데, 이른바 ‘비판적 이성주의’에 기초하여 언어철학, 사회철학, 인식론, 철학사에 걸친 다양한 철 학적 주제를 논구해 왔다. 그는 특히 이성의 역할과 한계 그리고 비판적 사유의 중요성을 밝히 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독일 관념론과 실존주의, 비판 이론 등의 전통을 바탕으로 이성과 합 리성을 심도 있게 탐구해 왔다. 이성을 인간의 근본적인 능력으로 이해한 그는 “사실 이성은 우 리의 항상적 특성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철학자들이 말하듯이 인간만이 활용하는 역량이나 ‘능 력’의 총체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동물과 공유한다”(『철학자들이 알고 있는 것Was Philosophen wissen』, 2012)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 『이성』에서 오늘날 마치 특수한 사유의 층 위 또는 정신적 주체인 양 형이상학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이성은 “특정한 방식으로 사유하고 행 하는 능력인 이성성Vernunftigkeit을 의미할 뿐”이라고 논변한다. 즉, 우리는 이성을 통해 세계를 이 해하고 윤리적 판단을 내리며 사회적 행위의 정당함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성’은 어떻게 생성·변화되어 왔나? 또한 이 책은 이성 개념에 대한 이해가 철학적, 사회적, 역사적 맥락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 해 왔는지를 밝힌다. 처음부터 철학사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해온 슈네델바흐는 철학사와 철학적 용어의 개념사, 특히 이성의 개념사를 이성의 문화사에 근거하여 가능한 한 투명하게 밟히고자 했다. “이성 개념에 있어서 역사적 변화를 가져온 것은 문화 자체의 다양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탐구되는 이성의 철학적, 개념사적 이성 구상과 개념의 진화 경로는 매우 광범위한 작업이지만, 저자는 이를 매우 예리하게 포착하여 유려하게 서술한다. 우선 이성 개념이 고대 그 리스 철학에서 어떻게 태동되었는지에 관한 설명으로 서두를 장식한다. 이어서 이성이 중세를 거치며 서양철학의 중심 개념으로 떠오르는 과정과 근대 철학에서 베이컨과 데카르트, 칸트와 헤겔을 거치며 새롭게 재구성되는 과정을 기술한다. 20세기 이후의 현대 철학에서는 이성의 탈 중심화와 다원화가 이루어졌고, 이성 철학은 이성 개념의 기능화를 통해 합리성 이론으로 이행 하여 ‘다수의 합리성’을 낳았다. 이는 이성이 단일한 보편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개인적 맥락에서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뜻한다. 슈네델바흐는 합리성의 다원성을 인정 하면서도 이를 통해 공동의 합리적 원칙과 협력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으며 이성의 역할을 재정 립할 수 있다고 여긴다. 이성이라는 단어는 서양철학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이 모든 이성의 변화와 진화의 역사에 관한 기술은 서론에서 제기된 논제의 증명이 된다. 이성 은 이성 비판, 즉 자기비판을 통해 자신의 아포리아를 거듭 극복해 가며 오늘날의 수준에 도달 했음이 증명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성 자체를 통한 이성 비판”이며, “이성 개념의 역사는 본 질적으로 이성 개념에 대한 비판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이성Vernunft 2 또한 이 책은 이성이라는 의미를 가진 로고스가 태초에 동일시되던 뮈토스에서 어떻게 분리되었 는지, 즉 신학의 시대가 어떻게 철학의 시대로 넘어가고, 종교와 이성이 어떻게 결합하고 분리되 는지를 살펴본다. ‘이성’과 관련된 그리스어와 라틴어의 단어 영역들을 세밀하게 살펴봄으로써 서양철학 역사에 이성이라는 단어 영역이 끼친 영향을 탐구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성의 개념사와 함께 이성에 관한 깊이 있는 철학적 논의를 다루고 있기에 철학적 배 경 지식을 미처 갖추지 못한 독자에게는 다소 난해할 수 있다. 슈네델바흐의 논의는 매우 정교 하고 체계적이지만 때로는 복잡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추구하는 독자와 연구자들에게 이 책은 매우 가치 있는 저 작이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