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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밖의 시인들은 얼마나 시답잖은지
박제영
달아실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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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다시 폭설

사막│새 떼│낙엽│본색│갠지스│다시 폭설│출벽│도로 아미타불│낙타│화분│꽃 진 자리│즐거운 놀이│아뇩다라삼먁삼보리│증명사진│도화지에 일몰을 그리다

2부. 환상통幻想痛

허공의 집│잘라낸 머리│감각의 비계│이미지들, 루머에 지나지 않을│죽음에 관한 번다하고 심오한 언설들│아내는 통화 중│삶이란, 그 반대편이라 믿고 있는 죽음이란, 가령 이런 것이다│환상통幻想痛│나무裸無│아내의 서랍│닭집 여자│낮달

3부. 플라스틱 플라워

정보화 사회│귀로歸路│정오의 희망곡│보도블록의 껌자국│안개│매향리│심야식당, 사내들│껌과 멍 혹은 죽음에 대하여│헤라클리투스의 다리│플라스틱 플라워│녹색등과 적색등 사이│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시민 H와의 인터뷰│아버지의 엑스레이 사진│모월 모일│음모

4부. 슬픈 산타 페는 슬프다

고래│시인 K, 고도를 기다리는│구체적으로 살아 있다는 것은│남대천│황사│노을│몸살│봄날 꽃을 바라보다│기억하라│기억 상실│카메라 옵스큐라│프시케, 나비, 영혼│까치밥│불과 겨울나무에 대한 상상│죽음은 삶의 일부가 아니라는 비트겐쉬타인氏의 주장은 틀렸다│슬픈 산타 페는 슬프다│곡우穀雨

5부. 버리지 못한 편지

시집 밖의 시인들은 얼마나 시답잖은지│취한 피│버리지 못한 편지│그 여자, 문을 열지 않는다│살색은 살색殺色이다│동전의 옆면

시인의 잡설_
잡념과 잡설로 나의 30대는 지나갔다 - 박제영

저자 소개 1

朴濟瑩

강원도에서 태어났다. 시집으로 『시집 밖의 시인들은 얼마나 시답잖은지』(2024, 달아실), 『안녕, 오타 벵가』(2021, 달아실), 『그런 저녁』(2017, 솔), 『식구』(2013, 북인), 『뜻밖에』(2008, 애지), 『푸르른 소멸』(2004, 문학과경계) 등과 산문집으로 『사는 게 참 꽃 같아야』(2018, 늘봄), 『소통의 월요시편지(2009, 늘봄)』 등과 번역서로 『딥체인지』(2018, 늘봄), 『어린왕자』(2017, 달아실) 등이 있다. 월간 『태백』 편집장을 역임했고, 현재 춘천문화예술매거진 <pot>의 편집장으로, 달아실출판사의 문장수선공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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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25*200*20mm
ISBN13
9791172070359

출판사 리뷰

딸아, 가을 숲에 가자꾸나
마침내 충분히 살았다
이윽고 지고 있는 것들 보여주마
물이었으니 물로 돌아가고
흙이었으니 흙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모르겠어요

딸아, 가을 숲에 가자꾸나
후툭 후투툭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빗소리, 바람소리, 낙엽소리, 벌레소리, 새소리, 짐승의 울음소리
들려주마 마침내 모든 소리
허이 헤이허 오호호호 오 오행
만가輓歌로 화음됨을

모르겠어요 무서워요

가엾은 것 두려워하지 말거라
이것은 숲이 겨울을 준비하고 봄을 맞이하는 즐거운 놀이란다
언제고 아빠도 가을 숲이 될 것이야
그러니 딸아,
그때가 되면 슬퍼할 일이 아니라
오늘 이 놀이를 기억해야 할 것이야
즐거운 놀이를

모르겠어요 자꾸 눈물이 나요 이젠 집에 가고 싶어요
― 「즐거운 놀이」 전문

그리고 ‘모두가 터부시하는 죽음을 귀히 대접하는 자들이 바로 시인’이라고 강조한다. 비록 시집 밖의 시인들은 시답잖아 보이지만, 시집 안의 시인들은 그렇게 귀(鬼)하고 귀(貴)한 존재들이라고 또한 강조한다.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다시 살려낸 그의 문장들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시집은 생생히 보여준다.

모월 모일 날씨 우울, 시베리아를 건너온 북서풍이 골목을 휘돌아 나가고 있음, 이렇게 시작하자

몇 건의 계약이 취소되고 직원 월급을 위해 은행 대출계에 다녀온 이야기는 빼버리자

다음 달이면 회사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말도 진부하다

오늘도 어제처럼 퇴근했고
몇 개의 골목길을 지나 집에 돌아왔다고

말들이 매립된 헌책방
시간들이 파업 중인 시계방
구두가게의 저, 길 위에서 닳지 못하고 세월 속에서 낡아진 구두들
그리하여 좌판 너머 풍화되고 있는 표정들만 지나면
그래 저 골목길만 지나면
거기 나의 집이 있다는 단순한 사실만을 기록하자

생生이 휘발되었다는 불길한 이야기는 쓰지 말자

모월 모일 영구차 한 대가 시장 골목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 「모월 모일」 전문

「모월 모일」은 20년 전에도 지금도 20년 후에도 여전히 모월 모일로 존재할 테다.

시인의 말

20년 전에 죽은 시집
푸르른 소멸을 부끄럽지만 되살린다.

오답으로 얼룩진 삶이라 해도
원망할 것 없다
죽음이라는 정답을
곧 손에 쥘 테다
삶은 지리멸렬했으나
죽음은 저리 단호한 법
우연히 왔다
반드시 간다
일생이 불평부당한 야바위 노름판이라 해도
곧 확실한 패를 손에 쥘 테다
어떤 타짜도 죽음이라는 패를
밑장빼기할 수 없으니
사기칠 수 없는
죽음이야말로 얼마나 공정한가.

2024년 시월에
박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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