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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아홉 개의 달과 아흔아홉 번의 겨울
박제영
달아실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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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들어가는 詩
나의 시인에게

1부. 사랑과 이별에 관한 포에트리 슬램,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를 위한 서곡

베고니아│뚱딴지꽃│배롱나무 그늘에 앉아│화진│복수초│탱자 같은 눈이 내려서│프리지어│해는 간절곶에서 떠올라 카보 다 호카에서 진다네│사랑과 이별에 관한 포에트리 슬램,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를 위한 서곡│백년의 오지, 백년의 미로│사랑에 관한 먹먹하고 막막한 색의 번짐 ― 시인 강기원│사랑학개론│신은 생식의 기관으로 만들었으나 시인은 연애와 이별의 기표로 만들었으니 꽃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당신이라면 어디로 기울 텐가│에프엠 구백구십구점구 사랑은 거짓말이야│만항│그믐│사랑은 끝말잇기와 같아서│꽃들의 사정, 늙은 시인에게

2부. 검은 눈에 물든다는 건 시에 물드는 일


박정대 사용 설명서 혹은 여행 안내서│검은 눈에 물든다는 건 시에 물드는 일│1923년 12월 11일 파리 몽파르나스에 처음 문을 연 카페 『르 셀렉트』에서 서른네 살의 장 콕토와 스무 살의 레옹 라디게는 무슨 말을 했나│무가당 담배 클럽 동인이자 인터내셔널 포에트리 급진 오랑캐 밴드 멤버이자 율란통신 에스프리 편집장 무사 강돌이자 영화감독 오랑캐 이 강이기도 한 그러나 끝내 시인인 박정대 형에게

3부. 햄버거와 황지우를 빙자한 시적 사기술


오, 마이 캡틴! 오, 마이 탁번!│애기동백, 붙박이별 그리고 려족旅族들│아무도 별을 헤지 않는다│박용하는 서럽다│내 시는 진이정의 각주에 불과했다│매혹이란 그런 것이다│기담, 기담을 읽어요, 기담 식으로요│문장수선공 k│숫│시인 최승호와 숫│눈사람 자살 사건의 재구성│햄버거와 황지우를 빙자한 시적 사기술│쉰아홉의 쟈니가 스물아홉의 쟈니에게│숲 해설사, 한 잎의 여자를 모르는 남자│어깨너머│뭄, 빨간 원피스를 입은 까롤린

4부. 마이크 타이슨을 위한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셋


창졸지간 새 된 얘기│『무릇 형상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한 것이니, 만약 모든 형상이 형상이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볼 것』이라는 부처의 말씀을 야부 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부처님은 어느 곳에 계시는가』라는 시로 풀어냈다 훗날 이를 성철 스님이 인용하셨으나 알아들은 이 없어 내 다시 시로 풀어보는 것이나 이 또한 알아들을 이 누가 있을지 모를 일이다│원숭이 똥구멍이 빨간 거니│차마고도│나는 개새끼로소이다│마이크 타이슨을 위한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셋│사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눈이 그쳤다고 얘기할 수밖에│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춘배 옵빠를 위한 남녀 혼성 울트라 짬뽕 뽕짝 트로트│정태순 씨│장사익│수세미│아욱국

나가는 詩
나의 시인들에게

발문 _ 박정대
시인, 온 언어로 사랑을 추구하는 자
아름다운 그믐의 언어를 사용하는 자

엔딩 크레딧
아흔아홉의 천사들

저자 소개 1

朴濟瑩

강원도에서 태어났다. 시집으로 『시집 밖의 시인들은 얼마나 시답잖은지』(2024, 달아실), 『안녕, 오타 벵가』(2021, 달아실), 『그런 저녁』(2017, 솔), 『식구』(2013, 북인), 『뜻밖에』(2008, 애지), 『푸르른 소멸』(2004, 문학과경계) 등과 산문집으로 『사는 게 참 꽃 같아야』(2018, 늘봄), 『소통의 월요시편지(2009, 늘봄)』 등과 번역서로 『딥체인지』(2018, 늘봄), 『어린왕자』(2017, 달아실) 등이 있다. 월간 『태백』 편집장을 역임했고, 현재 춘천문화예술매거진 <pot>의 편집장으로, 달아실출판사의 문장수선공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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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25*200*20mm
ISBN13
9791172070724

출판사 리뷰

박제영의 시에 있어서 가장 큰 특징은 그가 비유나 상징, 이미지보다는 서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인데, 이번 시집에서도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하여 들려준다. 이를 두고 시인 전윤호는 이렇게 얘기한다.

“박제영 시인은 원래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런 그가 입심에 더해 아이러니와 말장난까지 장착했으니 시집을 읽다가 현기증이 다 난다. 다행스럽게도 그 이야기의 주제가 사랑인지라 그래도 읽다 보면 고개도 끄덕여지고, 누군가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내 얘기 같기도 하다.

시를 예술을 뭐라고 생각해?

장난치지 말고 진지하게 대답해줘
진지하게 똥
카타르시스란 얘기구나
아니 그냥 똥

애인은 매우 실망한 표정으로 떠나고
그는 매우 참았던 똥을 누러 갔다

똥 누는 내내
애인을 생각했다
샛노란
뚱딴지꽃 같은 애인을
― 「뚱딴지꽃」 전문

너무 폼 잡고 진지하게 말하면 외려 의심받는 시대에 그는 빈정거리기 시작했다. 온 세상을 향해. 그래서 앞으로 그가 얼마나 재미있고 좋기까지 한 시들을 써낼지 기대하는 중이다.”

유성호(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문학평론가는 박제영의 시를 또 이렇게 이야기한다.

“박제영의 시는 가령 ‘썰물과 밀물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술래잡기’의 형식으로 찾아온다. 그는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멋진 문장수선소를 차려서 ‘한 페이지를 읽는데/천년이 걸리는 사람’으로 살아가는가 하면, 시인으로서 ‘당신의 부재를 완성할지도 모를’ 시간을 술래잡기처럼 숨기고 기다리고 끝내 그것을 찾아내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는 ‘애기동백처럼 붉은 문장 하나는 이미/당신의 심장을 붉게 달구었을’ 거라면서 ‘심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문장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오늘도 ‘사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눈이 그쳤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는’ 이들과 함께 ‘우기와 건기가 반복되는 열대우림에 물과 불의 시를 새기는 일’에 오랜 시간을 바치고 또 바친다. ‘영원히 닿지 못할/서로의 오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그대가 ‘시’라는 오래고도 지극한 사랑의 힘으로 ‘이제 세상에 없는 문장’에 스르르 까르르 와르르 가닿기를 하염없이 소망해본다. 천년의 세월을 넘어, 아흔아홉의 겨울을 건너, 찬찬한 우보(牛步)를 한없는 열망과 기도로 옮겨가는 시인이여, 과연 그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번 시집의 발문을 쓴 시인 박정대는 이렇게 얘기한다.

“박제영의 시들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의 시들에는 숨길 수 없는 그의 성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감출수록 드러나고 드러낼수록 감춰지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시의 경지에 그는 당도해 있다. 감춤과 드러냄이 서로 길항하며 이룩하는 선명함이 시의 바탕을 이루었으니 그의 시는 이상하게 재밌고, 이상하게 아름답고, 이상하게 감동적이다.

박제영은 시의 바람을 타고 가랑잎처럼 굴러서 자신의 길을 간다. 남만 격렬족 시인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그믐의 언어가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박제영의 시를 읽으며 독자들 스스로 ‘아름다운 그믐의 언어’에 당도하길 바랄 뿐이다. 아름다운 그믐의 언어로 쓰인 그의 시 두 편을 소개한다.”

탱고에는 실수가 없어, 도나

사랑은 끝말잇기와 같아서
슬픔과 아픔 같은 울증의 감정은 물론
기쁨과 미쁨 같은 조증의 감정도 숨겨야 해
어설픈 코스튬을 흉내 내서도 안 되지
새벽녘이나 저물녘은 피아 구분이 어려우니
조심 또 조심하고
붉은 제라늄은 독초라는 것을 명심하고
라듐이나 이리듐 같은 맹독은 더더욱 피해야 하지

사랑은 끝말잇기와 같아서
필사적으로 피하려 해도 언젠가는
금기의 단어와 맞닥뜨리게 되는 것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차오르다가
어느새 슬픔으로 치다를 테니
파국을 피해 종횡을 누빈다 한들
마침내 픔과 쁨과 튬과 듐과 늄 그리고 녘이라는
외통수에 다다르는 것이니
그것이 사랑이라는 끝말잇기의 숙명이지

하지만 애인아
절망할 이유는 없어

사랑은 끝말잇기와 같아서
둘뿐 아니라 셋도 넷도 가능하니까
내일 또 누군가를 만나서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실수하고 스텝이 엉켜도 계속 추는 거야 그게 탱고야
― 「사랑은 끝말잇기와 같아서」 전문

거짓말처럼 쏟아붓던
삼월의 눈이 그쳤다
또 언제 벼락같이 눈을 퍼부을지 모르지만
눈이 그쳤다

겨울 내내 눈이 내린 것은 아니지만
사이사이 눈이 내리고 그치면서
사랑에 빠진 저이는 열병에 들끓고
버림받은 저이는 화병에 가슴을 두드리고
늙고 병든 저이는 죽지 못해 산다 하고
풍찬노숙 저이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는데
삼월이 무에 대수간

사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눈이 그쳤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는
얼음새꽃이 본디 울음새꽃이라는
당신의 말은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어디까지가 진담일까
― 「사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눈이 그쳤다고 얘기할 수밖에」 전문

무엇보다 이번 시집의 특징은 그 구성과 형식에 있을 테다. 시인 박제영은 이번 시집을 가우디의 건축에 빗대어 설명한다.

“바르셀로나에 가면 누구나 가우디의 건축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건축물은 건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예술에 가깝다. 나는 이번 시집을 그렇게 지으려 했다. 무언가를 나타내려 하기보다 무언가를 숨기려 했고, 시지 속의 시, 한 편 한 편은 독립되어 있으나 한편으로는 시집을 구성하는 질료로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독자들이 이 시집을 하나의 건축물로 보아주길 바란다.”

이상하게 재밌고, 수상하게 아름답고, 괴상하게 명랑한 시집이다. 한마디로 참 괴랄한 시집이다.

시인의 말

이자를 논하려니 참 고약하다.
아니
이 고약한 작자를 논하려니 곤혹스럽다.
이자는 야매로 시를 익힌 자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시인詩人의 가면을 쓰고, 시민詩民들의 눈과 귀 그리고 입을 조종하여 자신을 지상에 유배된 천사로 믿게 하였고,
위변조한 어음語音을 다량 유포하였으며,
훔친 말로 제조한 가짜 시詩를 선량한 시민들에게 만병통치약인 양 속여 고액에 팔아온 자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자가 유통시킨 부도 어음으로 수백 명의 영혼이 파산하였으며,
이자의 약을 복용한 수백 명의 영혼이 길을 잃기도 했다.
이 악질 사기범이 최근에는 야매로 익힌 기술로 문장 수선소를 떡하니 차려서는
시인 작가 시민 독자들의 눈과 귀를 홀리고 있으니
당국에서는 속히 공개 수배하여 이자를 잡아 가두기 바란다.

2025년 시월에
박제영

추천평

“박제영의 시적 상상력은 근본적으로 ‘말의 건강한 힘을 믿음’에서 나온다. 말의 건강한 힘은 말의 자유에서 나오고 말의 자유는 정신의 자유에서 나오는 것이니, 그의 시 정신이 말의 문법 나아가 시의 문법에 가두어질 수 없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시인은 말의 자유와 함께 시의 자유를 근기있게 추구한다. 그의 시는 ‘시란 무엇이다’가 아니라 ‘시란 무엇이 아닌 것도 아니다’라는, 이중의 부정을 통한 대긍정(大肯定)의 자유로움 속에서 태어난다.” - 임우기 (문학평론가)
“박제영 시인의 걸음걸이는 언제 봐도 엉성하다. 그 허한 걸음걸이로 이 빡센 세상을 통과해왔으니 그동안 얼마나 힘이 들었겠는가. 그러나 나는 그의 엉성한 걸음걸이가 좋다. 이 걸음걸이가, 여전히 살아 있는 그의 눈빛과 이루는 부조화가 정겹다. 시인은 이 실과 허가 영원히 불화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 이홍섭 (시인)
“귀명창이 판소리 한 대목을 듣고 깜작 놀란다. 동편제구나. 예상을 했지만, 중저음의 목소리가 대단하다. 걸쭉한 너스레가 허스키(수리성)까지 하다. 배꼽 잡고 웃다 보면 슬프다. 요즘 말로 웃픈 현실이다. 나는 30년 넘게 스산에서 살아, 내포지방 말을 거의 안다. 이문구 선생이 살아 돌아온 듯하다. 박제영은 한국문단의 특이한 존재, 현장에 누구보다 강하다. 그것을 장돌뱅이 할머니 버전으로 노래한다. 책상물림들은 그 냄새와 빛깔을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다.” - 유용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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