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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나무와 여름 창문과 엄마의 정물
김은순 저
달아실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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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집의 마술
집의 마술|흰 절집|뿔이 자란다|나의 예쁜, 백白 백百|고등어 숲|유리창을 매다는 사람|차오르는 백색 조명|메밥으로 기억해요|관덕정, 이방인|저 흰 개가 뭐라고|사월은 예감도 예고도 없이|저물 차례|백미꽃

2부. 내가 굴피집으로 발견되었을 때
풀|개구리참외의 반가사유|옆, 집이 무너집니다|소금이 온다|오후 4시가 반쯤 지나고 있다|쏘가리, 직지심경|큰고니|단풍나무 전세|내가 굴피집으로 발견되었을 때|송도해변 모퉁이에 핀 오동꽃 생각|골바람, 봄 길|등 그늘|호미곶, 호미곶을 걷다가|진오귀굿|나의 부처는

3부. 자두나무와 여름 창문과 엄마의 정물
돌문어라는 춤|북쪽에는|주름살은 공해진다|자두나무와 여름 창문과 엄마의 정물|동림골|감꼭지, 줄무늬나비|시월부터 오월까지 나는 흙이 된 노래를 부른다|거문도 불야성

4부. 지금은 이팝꽃이 필 무렵
상수에 드는 기쁨|봄의 심리학|멍게와 맨드라미의 대화|손끝, 그늘|봉정사|봄 혹은 고라니의 몸|잊히지 않는 그림|비 온 뒤|산 것과 죽은 것은 한 몸이다|내가 모르는 고라니|내리막길|지금은 이팝꽃이 필 무렵|낙산사 홍련암|나의 방|상수 무렵

해설_ 몸이 된 언어 혹은 몸의 시학 ‧ 오민석

저자 소개 1

시인 김은순은 2017년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 부문 대상(「소금이 온다」 외 2편)과 2023년 남구만신인문학상(「집의 마술」 외 6편)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제주 4·3평화문학상 시 부문(「사월은 예고도 없이 예감도 없이」 외 9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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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125*200*20mm
ISBN13
9791172071301

출판사 리뷰

엄마는 다시 무엇으로 태어날 것인가

이번 시집에서 가장 오래 남는 존재 가운데 하나는 ‘엄마’다.
표제작 「자두나무와 여름 창문과 엄마의 정물」에서 시인은 자두나무와 창문과 엄마를 한 폭의 정물처럼 바라본다. 그러나 그 정물은 멈춰 있는 풍경이 아니다. 자두나무는 창문 안으로 휘어져 들어오고, 죽은 것들은 유리창에 붙으며, 엄마의 몸은 푸르고 그림자는 붉게 빛난다. 그리고 시인은 묻는다.

“엄마는 다시 무엇으로 태어날 것인가”
이 질문은 죽음을 끝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이 시집의 근원적인 상상력과 연결된다. 백 살의 엄마는 자두나무가 되고, 엄나무가 되고, 풀이 되고, 빛과 그림자가 된다. 사람과 식물, 생명과 무생물 사이의 경계는 희미해진다. “짓무른 영원이 있다면/ 자두나무와 여름 창문과 엄마가 있는 정물이겠지요”라는 구절은 이 시집의 정서를 가장 선명하게 압축한다.

어머니는 다른 작품에서도 끊임없이 변주된다. 「나의 예쁜, 백白 백百」에서 어머니는 새와 돌과 모래가 될 존재로 그려지고, 「풀」에서는 “쇠어지는 풀이 되어가는 노모”로 나타난다. 죽음으로 향하는 노년의 몸을 시인은 비극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늙음과 죽음마저 자연의 거대한 순환 안으로 되돌려놓는다.

제주 4·3,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시

김은순의 시가 향하는 또 하나의 깊은 자리는 제주 4·3의 기억이다. 2024년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한 시인은 「메밥으로 기억해요」, 「관덕정, 이방인」, 「사월은 예감도 예고도 없이」, 「저물 차례」, 「백미꽃」 등의 작품을 통해 4·3의 죽음과 상처를 불러낸다.

그러나 역사적 비극을 설명하거나 웅변하는 방식은 아니다. 돌담, 항아리, 대숲, 수선화, 오름, 새와 바람 같은 사물과 자연의 몸에 기억을 스며들게 한다.
「메밥으로 기억해요」의 화자는 “순이 삼촌들”의 죽음을 떠올리며 자신은 여전히 아홉 살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떠났지만 자신은 그곳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죽음이 너무나 선명해 눈을 감아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월은 예감도 예고도 없이」에서는 말하지 못한 말을 품은 항아리와 대숲, 돌과 흙이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죽은 꽃나무” 같은 사월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매년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김은순의 4·3시는 역사를 거대한 관념으로 다루기보다 한 사람의 몸과 작은 사물, 꽃 한 송이와 돌 하나에 새겨진 기억으로 복원한다. 따라서 이 시집에서 기억한다는 행위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아니라 죽은 자의 몸을 현재의 언어 안에서 다시 살아 있게 하는 일에 가깝다.

사람이 나무가 되고, 집이 배가 되고, 문어가 진달래꽃이 되는 세계

김은순 시의 독특함은 무엇보다 존재와 존재 사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상력에서 발견된다.

첫 작품 「집의 마술」부터 서귀포항의 백 년 된 집은 밤마다 ‘멍텅구리배’로 몸을 바꾼다. 집은 배가 되고, 배는 바다를 걸으며, 아침이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내가 굴피집으로 발견되었을 때」에서는 시적 화자가 아예 굴피나무가 되고 굴피집이 된다. 나무가 죽은 자리에서 지붕이 태어나고, 그 지붕 아래 가족의 시간이 흐른다. 사람이 집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집이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다.
「돌문어라는 춤」에서는 더욱 놀라운 변환이 일어난다. 바닷속의 돌문어가 붉은 진달래꽃으로 겹쳐지고, 꽃잎과 문어의 빨판, 봄 바다와 생명의 움직임이 하나의 몸이 된다.

이러한 변환은 단순한 수사적 장식이 아니다. 사람과 자연, 주체와 타자, 생명과 죽음을 나누어 생각해온 익숙한 세계관을 뒤집는 김은순 시의 핵심적인 방법론이다.

대상의 온몸을 자기의 온몸으로 느낄 줄 아는 시인

시집 해설 「몸이 된 언어 혹은 몸의 시학」을 쓴 문학평론가 오민석은 김은순 시의 핵심을 ‘몸바꿈’에서 찾는다.

시인이 대상의 바깥에서 자연과 사물을 자기 감정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자리를 비우고 대상의 내부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은순의 시에서는 사람이 굴피집이 되고, 돌문어가 진달래꽃이 되며, 나무와 집과 사람이 서로의 몸을 껴입는다. 그 결과 세계를 구성하는 존재들은 고립된 개체가 아니다. 산 것과 죽은 것, 인간과 동물, 식물과 사물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몸을 내주고 다른 존재의 몸을 받아들인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은순의 시는 자연을 바라보는 서정시를 넘어 자연과 인간의 위계를 허무는 ‘몸의 시학’으로 나아간다. 타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자를 바라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내가 잠시 나를 벗고 그 존재의 몸이 되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죽은 것과 산 것은 결국 ‘한 몸’

『자두나무와 여름 창문과 엄마의 정물』에서 죽음은 삶의 반대편에 있지 않다. 꽃이 지면 열매가 되고, 죽은 나무가 집이 되고, 죽은 생명의 껍질은 다시 다른 생명을 보호하는 집이 된다. 엄마의 몸 역시 사라지는 대신 나무와 풀, 돌과 새, 빛과 그림자 속으로 옮겨간다. 이 시집이 죽음을 다루면서도 끝내 생명의 감각을 잃지 않는 이유다.

“무심한 것들” 속에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는 시인의 첫 고백은 결국 세상의 작은 존재 하나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겠다는 시적 윤리로 확장된다. 김은순에게 시를 쓴다는 것은 바라보는 일이면서 동시에 다른 존재의 몸으로 건너가는 일이다.

자두나무와 여름 창문과 엄마가 한 장면에 머무르고, 바다와 물고기와 집이 서로의 몸을 바꾸며, 죽은 자와 살아 있는 자가 같은 풍경 속에서 숨 쉬는 곳. 그곳에서 김은순의 『자두나무와 여름 창문과 엄마의 정물』은 묻는다.

우리는 과연 다른 존재의 몸이 되어 세계를 바라본 적이 있는가.

*

이번 시집을 책임편집한 박제영 시인은 “『자두나무와 여름 창문과 엄마의 정물』은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으려는 시집이 아니다. 오히려 사라짐마저 생명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모든 존재가 서로의 기억이 되어 살아가는 세계를 보여준다”고 평하며, “자연과 역사, 가족과 생명을 하나의 시적 풍경으로 직조한 이 시집은 한국 서정시가 도달할 수 있는 ‘생태적 감수성’의 한 경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은순 시인의 첫 시집 『자두나무와 여름 창문과 엄마의 정물』은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으려 하지 않고, 사라짐 자체를 생명의 순환으로 끌어안는다. 자연과 역사, 가족과 죽음이 하나의 정물처럼 나란히 놓인 이 시집은 화려한 수사 없이도 오래 응시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김은순이라는 이름을 시단에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첫 시집이다.

■ 시인의 말

무심한 것들에겐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그것을 잊을 수 없어
쓴다.

오, 말없이 먼 곳으로 간 엄마와
나의 여백인 남편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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