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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동새 울음 같은 적막이 고막을 치더구나
이사철 저
달아실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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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집의 마술
집의 마술|흰 절집|뿔이 자란다|나의 예쁜, 백白 백百|고등어 숲|유리창을 매다는 사람|차오르는 백색 조명|메밥으로 기억해요|관덕정, 이방인|저 흰 개가 뭐라고|사월은 예감도 예고도 없이|저물 차례|백미꽃

2부. 내가 굴피집으로 발견되었을 때
풀|개구리참외의 반가사유|옆, 집이 무너집니다|소금이 온다|오후 4시가 반쯤 지나고 있다|쏘가리, 직지심경|큰고니|단풍나무 전세|내가 굴피집으로 발견되었을 때|송도해변 모퉁이에 핀 오동꽃 생각|골바람, 봄 길|등 그늘|호미곶, 호미곶을 걷다가|진오귀굿|나의 부처는

3부. 자두나무와 여름 창문과 엄마의 정물
돌문어라는 춤|북쪽에는|주름살은 공해진다|자두나무와 여름 창문과 엄마의 정물|동림골|감꼭지, 줄무늬나비|시월부터 오월까지 나는 흙이 된 노래를 부른다|거문도 불야성

4부. 지금은 이팝꽃이 필 무렵
상수에 드는 기쁨|봄의 심리학|멍게와 맨드라미의 대화|손끝, 그늘|봉정사|봄 혹은 고라니의 몸|잊히지 않는 그림|비 온 뒤|산 것과 죽은 것은 한 몸이다|내가 모르는 고라니|내리막길|지금은 이팝꽃이 필 무렵|낙산사 홍련암|나의 방|상수 무렵

해설_ 몸이 된 언어 혹은 몸의 시학 ‧ 오민석

저자 소개 1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숙암리 후리안에서 태어나 삼척대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였다. 2015년 [시와소금]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아국제미전 초대작가이기도 한 그는, 사진작가로서 이태리국제사진대전 금상과 영상뉴스 최우수상, 강원도사진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하였다. [조선일보]에 '나도 콜렉터'로 소개된 적이 있으며 커피바리스타 자격증도 소지하고 있는가 하면 현재 동해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 『어디꽃피고 새우는날만있으랴』, 『눈의 저쪽』, 『멜랑코리사피엔스』, 『청킹맨션』 그리고 한글점자시집 『꽃눈의 여명』 등이 있다. [시와소금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숙암리 후리안에서 태어나 삼척대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였다. 2015년 [시와소금]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아국제미전 초대작가이기도 한 그는, 사진작가로서 이태리국제사진대전 금상과 영상뉴스 최우수상, 강원도사진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하였다. [조선일보]에 '나도 콜렉터'로 소개된 적이 있으며 커피바리스타 자격증도 소지하고 있는가 하면 현재 동해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 『어디꽃피고 새우는날만있으랴』, 『눈의 저쪽』, 『멜랑코리사피엔스』, 『청킹맨션』 그리고 한글점자시집 『꽃눈의 여명』 등이 있다. [시와소금] 기획위원으로 〈이 계절의 좋은 시 읽기〉 코너에 시 해설을 다년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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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25*200*20mm
ISBN13
9791172071332

출판사 리뷰

고향은 장소가 아니라 ‘몸속에 남은 기억’이다

이사철에게 고향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다. 떠나온 뒤에도 몸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감각의 원형에 가깝다.

「고향」에서 시인은 청보리의 녹음과 구절초 울음, 옥사리 미음과 찔레꽃 내음을 통해 고향을 시각·청각·미각·후각이 한꺼번에 살아 움직이는 장소로 불러낸다. 보지 않으면 눈멀 것 같고, 듣지 않으면 미칠 것 같고, 먹지 않으면 병들 것 같으며, 맡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곳. 그에게 고향은 그만큼 절대적인 생의 근원이다. 하지만 그 고향은 이제 현실에서 상당 부분 사라졌다. 「큰대밭골 아이」에서는 억새집과 너애집, 돌집이 무너지고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마저 흩어진 시간을 되짚는다. 「애터」에서 옛집을 찾아간 화자는 “우리 집은 없네”라는 사실과 맞닥뜨린다. 집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드나드는 딱새 한 쌍만이 남아 있다.

이 시집에서 시를 쓴다는 것은 사라진 집을 다시 짓는 일과 닮았다. 현실에서는 없어졌어도 언어 속에서는 아직 무너지지 않은 집, 기억하는 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집을 짓는 것이다.

“어머이”라는 한마디가 불러오는 한 시대의 생

시집의 가장 깊은 정서적 중심에는 ‘어머이’가 있다.

3부에는 제목부터 「어머이」인 작품이 연이어 배치돼 있다. 시장에서 호박과 묵나물을 팔던 어머니, 광주리에 먹을 것을 이고 어둠 속에서 돌아오던 어머니, 가난 속에서도 자식에게 사랑을 내주던 어머니가 여러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특히 “눈물 한 종지/ 콧물 한 종지/ 울음 한 종지/ 한숨/ 한 종발/ 가난/ 한 보시기/ 그러나/ 사랑만은 열 조록”이라고 노래하는 「어머이」는 가난과 사랑을 계량하는 옛 생활의 언어를 통해 어머니의 삶을 압축한다. 물질적으로는 가난했지만 사랑만큼은 헤아릴 수 없이 넉넉했던 어머니의 생이 짧은 시행 속에서 선명해진다.

「배부른 소리」에서 시인은 자신이 아직도 먹고사는 것이 고향의 “물소리”, “정지문 여닫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물레 잣는 소리”, “다듬이질 소리”, “맷돌 가는 소리”, 심지어 “문풍지 우는 소리”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 모든 소리를 마침내 “어머이 소리”라고 부른다.

시집 속의 어머니는 한 개인의 어머니를 넘어 고향 전체를 상징하는 존재가 된다. 고향의 모든 소리가 어머니의 목소리이고, 그 목소리를 기억하는 일이 곧 시인의 시 쓰기가 되는 것이다.

접동새 울음 속에 묻힌 어린 누이

시집 제목 “접동새 울음 같은 적막이 고막을 치더구나”는 「누이야 니는」에서 가져왔다. 어린 누이의 죽음을 회상하는 이 작품에서 시인은 “별들도 하나같이 고개 숙여 눈물콧물 흘리고 접동새 울음 같은 적막이 고막을 치더구나”라고 쓴다. 역설적이게도 ‘적막’이 고막을 친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침묵이 오히려 가장 큰 소리가 되어 남은 것이다.

누이에 대한 기억은 「오뉘」, 「애장터」, 「어린 숨」 등으로 이어지면서 시집의 깊은 슬픔을 형성한다. 특히 어린 생명을 “연두색으로 지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어린 숨」은 채 피기도 전에 사라진 생명을 연두라는 색채로 형상화한다.

접동새는 더 이상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다. 누이와 어머니, 어린 시절과 고향, 죽은 사람과 살아남은 사람 사이를 오가는 기억의 울음이다. 그 울음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멎지 않고 시인의 내면에서 계속 울린다.

강원 산촌의 토속어를 시의 언어로 살려내다

이 시집의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토속어와 방언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어머이’, ‘아버이’를 비롯해 ‘정지’, ‘살강’, ‘가수기’, ‘너애집’, ‘삽작’, ‘비알’, ‘갱변’, ‘보퉁이’ 등 이제 일상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말들이 작품 곳곳에서 살아 움직인다. 이 말들은 단순히 옛 정취를 만들기 위한 장식이 아니다. 그 말을 실제로 사용했던 사람들의 생활과 노동, 가족관계와 정서를 함께 불러오는 기억의 매개체다. 표준어로 바꾸는 순간 사라질 수밖에 없는 삶의 질감과 리듬이 토속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사철의 시를 읽는 일은 잊힌 말들의 사전을 펼쳐보는 일이면서 동시에 그 말과 함께 살았던 사람들의 생을 만나는 일이 된다. 언어가 사라지면 그 언어가 품고 있던 기억도 사라진다는 점에서 이 시집은 강원 산촌의 생활어를 문학적 언어로 보존하는 작업으로도 읽힌다.

가난했지만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았던 세계

이사철의 고향은 아름답기만 한 낙원이 아니다.

어린아이가 이십 리 길을 걸어 학교에 다니고, 밭일과 소꼴 베기를 해야 했으며, 어머니는 시장에서 호박과 묵나물을 팔고, 농부들은 등이 휘도록 밭을 매야 했다. 굶주림과 노동, 죽음과 이별이 곳곳에 배어 있다. 그러나 시인은 그 가난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살아 움직였던 생의 온기를 놓치지 않는다. 모깃불 피어오르는 저녁 마당, 무쇠솥에 익어가는 옥수수와 감자, 지게를 지고 돌아오는 아버지, 새참을 이고 들로 향하는 어머니, 반딧불이와 물안개, 풀꽃과 새소리가 한데 어우러진다.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았던 세계다. 새와 꽃과 나무, 물과 구름은 배경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말을 나누고 슬퍼하고 기다리는 존재들이다.

시집의 해설을 쓴 이학주 문학박사는 이사철의 시 세계를 자연과 인간, 물상과 자아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시인의 기억 속 고향에는 가족과 친구뿐 아니라 여울과 뭉게구름, 비와 반딧불이까지 모두 ‘동무’로 존재한다.

강가에 작은 집 한 채 있었습니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어린 시절을 이렇게 되돌아본다.

강가에 작은 집 한 채가 있었고, 눈을 뜨면 여울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며, 뭉게구름에게 말을 걸고 비의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밤이면 반딧불이가 춤을 추었다. 그러나 그 모든 풍경보다 좋았던 것은 “작고 아담한 어머이”가 보퉁이를 이고 달빛 흐르는 외나무다리를 건너오는 모습이었다.

이 짧은 고백은 『접동새 울음 같은 적막이 고막을 치더구나』 전체를 여는 열쇠와도 같다.

시간은 집을 허물고 사람을 데려가고 오래된 말과 풍습마저 지워버린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기억이 있다. 그리고 시인에게는 그 기억을 다시 소리 내어 부를 언어가 있다. 이사철은 그 언어로 사라진 집의 문을 다시 열고,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불러내고, 어린 누이를 만나고, 오래전 친구와 산골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접동새 울음 같은 적막이 고막을 치더구나』는 단순한 향수의 시집에 머물지 않는다. 한 개인의 유년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잃어왔는지를 묻는 시집이며, 사라져가는 지역의 언어와 생활문화, 가족과 공동체의 기억을 시라는 형식으로 보존하는 기록이다.

그리고 독자에게 조용히 되묻는다.
우리에게도 아직, 눈을 감으면 들려오는 그런 소리가 있는가.

■ 시인의 말

강가에 작은 집 한 채 있었습니다.

눈뜨면 아름다운 여울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뭉게구름에게 말을 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비가 오면 비의 발자국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반딧불이도 밤마다 춤을 추었습니다.

더 좋은 것은
작고 아담한 어머이가 보퉁이를 이고
달빛 흐르는 외나무다리를 건너오는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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