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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故鄕)』을 읽는 분들께
제1부 / 꿀벌을 보호하지 못하면 지구는 망한다 모정(母情) 방송의 힘 어버이날 맛본 행복 5월이 좋다 꿀벌을 보호하지 않으면 지구는 망한다 석청 꿀벌과 함께 했던 때의 즐거움 집단체제인 꿀벌 세계 양봉이 어려워지고 있다 아카시아가 일등공신이었다 제2부 / 갑과 을 소머리에 올라탄 자(者) 갑과 을 대체휴일을 즐기는 사람들 갑과 을의 공평한 삶 K의 야반도주 다단계 판매의 유감 J 교장이 말했던 제안 다단계 폐해 건망증 겨울나기 걱정 제3부 / 고향(故鄕) 감나무가 있는 마을 고향(故鄕) 소풍 장소로 정해진 마을 품앗이 풀베기 추억 두레 정신으로 뭉친 마을 그때 추억 이야기 다슬기 잡는 소녀 그때 고둥 국물이 그립다 은어 잡기 추억 꽝 소리에 죽는 물고기들 물고기 잡는 방법은 많고도 많다 제4부 / 지긋지긋한 이야기 고향 마을을 떠나지 못했던 사람들 지긋지긋한 이야기 어머니가 앓던 위경련 그때 그 사건 부엉이 울어대는 사연을 누가 알랴 여순사건의 배경 견벽청야라 해 놓고선 그때의 에피소드 제5부 / 나의 꿈 나의 소망 가시 물고기 간짓대 그때의 수제비 사건 나를 슬프게 하는 것 나의 꿈 나의 소망 독도 탐방기 내 맘속의 노래 나의 18번지 농자는 천하지대본 늙은 아이 남천(南泉) 강병선(姜炳先)의 『고향』을 읽고 |
姜炳先,남천 南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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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백색 아카시아가 온 산을 뒤덮고 유유히 흐르는 남강물 위에 향기를 실어 유등 띄우듯 흘려보낸 성싶다. 진주성과 도심을 향해 흐르다 말고 아카시아 향에 취한 것처럼 보인다. 진주 팔경인 망진산 봉수대 절벽과 시가지를 돌아 나오더니 뒤 벼리 절벽을 돌아 더디게 흐른다. 5월처럼 푸르른 남강은 이윽고 새 벼리로 서서히 빠져나간다. 그윽한 향기를 그냥 두고 가기가 끝내 아쉬운 모양이다.
--- p.26 「5월이 좋다」중에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알궁둥인 채로 하얀 박들이 지붕에서 뒹굴며 논다. 그런데 서산 가는 해님이 부끄러웠을까. 진초록 잎으로 반쯤 가리다 내놓기를 반복한다. 솔바람이 놀자며 찾아올 때마다 깜박깜박 숨바꼭질하는 양, 하얀 궁둥이를 살짝살짝 선보이다가 감나무 그늘로 숨는다. 때맞춰 감들이 익느라 붉어지고 잎도 함께 붉어져 간다. 마침내 세월 따라가는 듯 발갛게 물들었던 잎이 먼저 멀리 여행길 떠난다. 나무에는 감들만 빨갛게 남는다. 마을 전체가 온통 발갛다. 때마침 덩치 큰 검은 괴물 기차가 괴성을 지르며 검은 연기를 공중에 수 놓는다.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힘겹게 범바위골 재를 오른다. 그야말로 영락없는 동화 속 고향 마을이다. --- p.94 「감나무가 있는 마을」중에서 고향 마을 부모님 세대 대부분은 이처럼 여순사건을 호되게 겪어야 했었다. 용케 살아났기는 했지만, 그 후유증은 막심했다. 대인 기피증이며 정신질환과 각종 장애를 안고 살았던 사람도 많다. 아버지들은 덜한 편이지만 어머니들은 배짱이나 심장이 강하질 못했다. 각종 질환을 많이 앓을 수밖에 없었다. 일명 가슴에 피라는 질환은 현대의학에서는 위경련이라 칭하지 싶다. 어머니로선 원치 않은 불청객을 맞아들여야 했던 것이었다. --- p.149 「지긋지긋한 이야기」중에서 내 어릴 때만 해도 오두막 집터와 텃밭에는 남들처럼 간짓대를 이용해 딸 수 있는 감나무가 없었다. 친구 아버지께서 간짓대를 이용해서 발갛게 잘 익은 홍시를 따주는 모습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부러움도 얼마 가지 않아 해소되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는 사립문 쪽에 고욤나무를 심으시고는 대봉감 모양인 열매가 큰 감나무 접목을 하셨다. 무럭무럭 잘 자랄 무렵에는 텃밭 가장자리에도 심으셨다. 마당 사립문 쪽과 텃밭 가장자리에 심은 감나무들이 경쟁이나 하듯 무럭무럭 자랐다. 간짓대를 이용해 잘 익은 감을 따게 되면서는 그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 p.192 「간짓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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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바탕으로
소중한 일상과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는 수필집 수필가 강병선의 고향은 전라남도 순천이다. 집 담벼락을 두를 정도로 감나무가 흔했고 여름날 소 먹일 풀을 베고 난 뒤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냇가에 담가 은어와 다슬기도 잡곤 했던 추억을 간직한 발산마을이 저자의 고향이다. 수필집 『고향』은 저자가 기억하는 고향 풍경과 고향에 얽힌 사건들을 나열하고 있다. 마을 소녀들이 냇가에서 채집한 고둥을 삶아 먹은 일, 늘 같은 곳으로 가는 걸 알면서도 기대감에 나서는 소풍날 아침 등 사소하지만 아련한 추억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그러다가도 여순사건을 겪은 큰누님의 증언, 다단계에 빠진 주변인의 제안을 거절한 사연, 그 외 여러 사회 문제를 다루며 자신이 살았던 지역, 더 나아가 이 사회를 염려하는 마음도 엿보인다. 저자에게 있어 고향은 인심 넘치는 천혜의 고장이자 한국 현대사의 상처가 남은 아픔의 공간인 것이다. 『고향』에 수록된 작품에는 순수한 감성과 낭만성이 예리한 관찰력을 동반해 서정적이며 시적인 문장으로 나타난다. 또한 고향과 관련된 글이면 지역 방언이 드러난다는 것이 특징이다. 옛 농경사회의 지역 방언이나 토속적 표현이 독자의 눈과 머리를 즐겁게 한다. 이미 장편소설 『무죄』에서 다룬 바 있는 여순사건 당시의 일화는 저자의 가슴에 남겨진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한의 깊이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