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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 깊은 삶의 주제를 자유로이 변주하는 작가, 오현종의 첫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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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소설은 내게 있어 나를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인지도 모른다. 나는 답장 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이해 받고 싶은 열망에 들끓어 한달음에 편지를 써내고 만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신이 아닌 것들을 쉽게 버릴 수 있는지, 그들이 가장 아름다웠던 백만 분의 일초는 과연 언제였는지, 나는 편지를 쓰면서 묻고 또 묻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다는 것만큼 치명적인 결점이 없으리라는 것 또한 나는 안다.
언젠가 내 어설픈 욕망이 잦아들어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을 때가 올까? 이해 받지 않아도 홀로 온전해질 수 있는 때가. 그런 때가 온다면 나는 소설이 아니어도 깊은 시간의 침묵을 견뎌낼 수 있겠지. 그 때가 몹시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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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으로 직조된 세계
오현종의 소설에는 ‘사랑’ ‘기억’ ‘죽음’, 이 세 가지가 서사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이 셋은 서로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때론 작중인물을 지탱하는 삶의 동인으로, 그리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기제로서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작용한다. 그 셋의 가운데에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강상희는 이렇게 말했다. “작가 오현종은 ‘현재적으로 승인된 과거’인 소설 형식의 핵심에 기억이 놓여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승인하고, 그것이 서사 구성과 작중인물의 정체성, 소설 주제와 문체에 골고루 분배된 다양한 유형의 소설 쓰기를 시도해왔다.” 즉 ‘기억’은 소설의 핵심인 동시에 작중인물의 삶의 핵심이기도 하다. 소설을 직조해나가는 내용에 기억이 관여하는 한편, 직조되는 모양새에 또한 기억이 관여한다. 이야기를 현재화하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현재에 의미를 부여/박탈하는 심층으로 작용한다. 인물들이 기다리고 구원을 바라는 축에는 항상 기억이 놓여 있고, 소설가는 기억을 재편성해서 타자에게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기억을 영속하기 위해 인물들은 죽음으로써 생을 완성하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