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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미국의 꿈: 어제와 내일 사이
제1부 테제 1장 미국의 쇠퇴: 불시착한 독수리 제2부 다양한 수사와 현실들 2장 20세기: 정오의 어둠? 3장 지구화: 세계체제의 장기적 궤적 4장 인종차별주의: 우리의 앨버트로스 5장 이슬람: 이슬람·서양·세계 6장 우리는 누구인가? 타자들은 누구인가? 7장 민주주의: 수사인가? 현실인가? 8장 지식인들: 가치중립성의 문제 9장 미국과 세계: 메타포로서의 쌍둥이빌딩 제3부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10장 좌파 I: 이론과 실천 재론 11장 좌파 II: 이행의 시대 12장 운동들: 오늘날 반체제운동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13장 21세기의 지정학적 분열들: 세계에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인가? 후기 주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
Immanuel Maurice Wall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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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사태와 미국
반부시론자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9?11테러와 부시 일가의 비리를 다룬 영화가 최근 상영을 앞두고 배급에 차질이 생겼다. 언론자유의 나라인 미국에서 배급사가 대선을 앞두고 후한이 두려워 선택한 결과이다. 그러고 보면 9?11사태에 대한 부시행정부의 반응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월러스틴은 범죄자들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았는데, 미국의 군사적 대응은 테러공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라크를 침공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한다. 9?11테러는 미국인들이 즐겨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 즉 모든 사람이 저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최대치를 성취하며 안락한 삶을 보상받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는 환상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9?11은 또한 미국인들로 하여금 부시행정부의 의제―미국 군사력의 한계, 전세계적으로 뿌리깊은 반미감정, 1990년대 경제가 낳은 후유증, 미국 민족주의의 모순적 압력, 미국의 시민적 자유전통의 취약성―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역할도 했다. 이러한 부시행정부의 의제는 이 책 전체에 걸쳐 다양하게 분석된다. ‘미국과 세계: 메타포로서의 쌍둥이빌딩’(9장)은 미국이 자신의 관점에서 세계를 보는 방식을 다룬 글이다. 월러스틴은 미국인들의 뿌리깊은 자기우월성, 다시 말해 “나머지 세계의 덜함”이라는 인식을 들춰내 이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다. 20세기 주요 담론에 대한 명쾌한 분석과 실천적 과제 그밖에도 월러스틴은 ‘20세기, 지구화, 인종차별주의, 이슬람, 타자들, 민주주의, 지식인, 좌파, 반체제운동, 미래의 세계’ 등 오늘날 정치적 담론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할 것은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발본적인 태도이다. ‘인종차별주의: 우리의 앨버트로스’(4장)는 인종차별주의가 근대와 함께 태어난 쌍생아이며 근대 세계체제의 모든 영역에서 똬리를 틀고 있음을 보여주는 글로서, 우리 내면의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다. 이슬람운동에 대한 성찰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이슬람: 이슬람?서양?세계’(5장)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운동의 한계와 위험성을 경계하면서도 그것이 현재 미국중심의 세계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저항의 일환임을 지적한다. 쌔뮤얼 헌팅턴 식의 ‘문명의 충돌’ 같은 서구중심주의적 발상으로 이슬람운동을 파악하는 것은 아랍세계의 대중적 저항의 핵심을 놓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3부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에서 월러스틴은 역사상 실재한 좌파운동들의 이론과 실천을 검토하고 그 공과를 평가하면서 당면한 체제이행기에서 참다운 반체제운동의 의미와 그 실천적 과제를 끌어낸다. 그가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 운동에 대한 분석은 후기의 「세계사회포럼의 상승세」로도 이어진다. 월러스틴이 최종적으로 강조하는 바는 오늘날 자본주의 세계체제는 역사상 처음으로 진정한 위기에 직면했으며, 다음에 어떤 체제가 도래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체제, 좀더 민주적이고 평등한 체제를 만들기 위해 지적?도덕적?정치적 차원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체제이행기에서는 자그마한 운동적 실천이 최대한의 효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9?11테러 이전과 이후에 쓴 글들과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시작한 시점에 쓴 서문, 그리고 그가 페르낭 브로델 센터 홈페이지(http://fbc.binghamton.edu)에 올리는 글 가운데 2004년의 주요 사건들에 대한 논평을 후기로 덧붙인 이 책은 최근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을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사회적 역할에 충실한 지식인으로서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비판을 통해 다가올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월러스틴의 『미국 패권의 몰락: 혼돈의 세계와 미국』은 독자들에게 세계와 미국을 바라보는 혜안과 그에 따른 실천적 과제를 안겨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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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추락에 가속도가 붙다
최근 미국의 이라크군 포로 학대문제가 국제사회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면서 전세계적으로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후세인보다 더 못한 취급을 받고 있으며, 미국은 민주주의의 상징을 벗어던지고 추악한 제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애초부터 ‘부당한 전쟁’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이라크전은 이제 ‘더러운 전쟁’이라는 오명 속에서 미국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이러한 여론을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부시행정부와 미국을 비난하는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세계적 석학이자 미국 좌파지식인의 선두주자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최신작『미국 패권의 몰락: 혼돈의 세계와 미국』도 이러한 책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 책이 최근의 미국 관련 저서들과 가장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는 부분은 20세기 세계체제의 거시적 맥락에서 미국 헤게모니의 부상과 몰락의 역사적인 궤적을 추적한다는 점이다. 월러스틴은 막강한 군사력을 휘두르며 전세계를 위협하는 초강대국의 행보에서 역설적으로 미국 헤게모니의 쇠퇴를 읽어내는데, 이를 베트남전쟁, 1968년 혁명, 공산주의의 붕괴, 9?11사태라는 네 가지 역사적 상징을 통해 명석하게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그 자신이 오래 전부터 수행해온 ‘인종차별주의, 이슬람운동, 사회과학의 쇄신, 민주주의, 지구화’ 등에 대한 분석을 체제이행기의 실천적 과제와 연관지으며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미국시민이자 지식인으로서의 솔직한 자기반성과 자국에 대한 비판을 결합한 이 책은 9.11이라는 의미심장한 사건을 계기로 좀더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방향으로 전환된 그의 사유를 보여준다. 미국 헤게모니의 부상과 소멸과정에 대한 세계사적 고찰 월러스틴은 20세기 세계체제의 향방과 지구화를 논하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국 헤게모니의 부상과 몰락의 역사를 추적한다(2장 ‘정오의 어둠?’과 3장 ‘지구화: 세계체제의 장기적 궤적’ 참조). 미국은 영국이 차지하고 있던 세계체제의 패권국가 자리를 놓고 19세기 말부터 독일과 경쟁을 벌인 끝에 20세기의 두 차례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영국의 후계자로 부상한다. 1?2차 세계대전을 묶어서 미국과 독일 간의 ‘30년 전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월러스틴의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헤게모니국가로서 미국의 성장이 곧 그 헤게모니를 소멸시킬 조건들을 만들어냈다는 월러스틴 특유의 발상은 베트남전쟁, 1968년 혁명, 공산주의의 붕괴, 9?11사태에 대한 분석에서 잘 드러난다. 베트남전쟁은 미국과 소련이 20세기 지정학적 억제력을 통해 세계를 통제한 얄따체제에 대한 제3세계의 거부인 동시에 미국의 경제력에 대한 심대한 타격이었다. 이때부터 미국의 헤게모니는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 1968년 혁명은 미국 헤게모니에 대한 도전이자, 소련과 나아가서는 구좌파세력이 미국 헤게모니와 공모한 것에 대한 대중적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얄따합의의 정당성과 자유주의의 지위는 크게 손상된다. 한편 공산주의의 붕괴는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승리라기보다 그 적수가 사라짐으로써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할 근거를 잃었음을 뜻한다. 그리고 9.11사태는 냉전 이후 더욱 심화된 미국의 쇠퇴와 허약성을 보여주는 최종적인 상징이자 증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이후 전개된 상황과 미국 패권의 몰락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서문 ‘미국의 꿈: 어제와 내일 사이’와 1장 ‘미국의 쇠퇴: 불시착한 독수리’는 미국의 힘에 대한 파산선고라고 할 만한데, 한마디로 미국은 전성기 때의 압도적인 정치력과 경제력을 모두 상실하고 이제는 오로지 막강한 군사력만으로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주도한 매파의 군사패권주의적 모험도 미국 패권의 쇠퇴를 반전시키려는 안간힘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70년대 이래 미국의 힘이 줄곧 쇠퇴하는 현상에 불만을 품은 매파는 9.11사태를 계기로 군사패권주의로 세계를 평정하려는 욕망을 현실화하였으나, 미국의 쇠퇴를 오히려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후기의 논평「미국은 패전중」에서 확연하게 나타나듯,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던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이라크에서 중대한 장애에 직면했다. 미국이 후세인 독재정권의 지배에서 해방시켜주었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이라크 민중들이 부시의 종전선언 이후로 게릴라전을 벌이며 미국에 대항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대적인 저항운동을 펼치기에 이른 것이다. 이와 함께 세계 여론과 미국내 여론도 점점 더 부시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악화되고 있다. 부시는 이라크에 남아 있을 수도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월러스틴이 예견했듯이 현재 미국은 “진정한 힘을 결여한 외로운 초강대국, 추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존경하는 사람마저 거의 없는 세계의 지도자, 그리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전지구적 혼돈의 와중에서 위험스럽게 표류하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 지금 미국은 엄청난 군사력을 지니고 있되 이를 제어할 자제력이 없으며 효과적으로 이를 견제할 나라나 세력도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은 나머지 모든 인류에게 점점 더 위험스러운 존재로 변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