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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_____7
그늘을 사랑하는 소녀______9 무문관______23 엄마 또는 정명선 씨______28 영정 사진______39 유체 이탈______53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세계______62 내 제사상에는 떡볶이______79 D-3. 영정 사진의 비밀______88 D-2. 사랑 애(愛) = 슬플 애(哀)______110 D-1. 스페셜 이벤트______122 작가의 말______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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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태어나지 말자.”
아룡의 작은 운동화가 난간 위로 성큼 올라섰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었지만 다리 위에 올라선 것은 처음이었다. 떨릴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담담했다. 아룡은 위태롭게 흔들리는 몸을 난간에 기대고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생에서 쉬는 몇 번 남지 않은 숨이 될 거였다. 아룡의 폐까지 깊게 스며든 여름밤 공기는 시원했지만 체한 듯 꽉 막혀 있는 아룡의 가슴을 뚫어 주지는 못했다. --- p.7-8 아룡은 그늘이 좋았다. 몸에 닿는 것들을 낱낱이 비추는 햇살보다는 적당히 숨기고 보듬어 주는 그늘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아룡은 적당히 눈에 띄지 않게, 그늘 속에 사는 게 편했다. --- p.9 풍덩! 아룡이 뛰어들려던 강물에 갑자기 물체 하나가 떨어졌다. “아, 씨, 누구야! 누가 나보다 먼저 떨어지래?” 아룡은 벼르고 별렀던 기회를 가로채인 게 화가 나 발까지 구르며 제대로 짜증을 냈다. … “뭐야, 애잖아?” 아룡은 재빨리 계단을 향해 달려 다리 아래로 내려갔다. … 자신도 모르게 입수 자세를 취하는 모습을 알아차릴 새도 없이, 아룡은 바로 강물에 뛰어들었다. --- pp.49-50 이게 말로만 듣던 유체 이탈인가. 아룡이 자기 손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은 채 통과됐다. 당황한 아룡이 이번엔 자기 몸을 안으려고 했지만 걸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뭐야, 이거? 원래 이런 거야? 죽어 봤어야 알지.” 아룡은 자신이 죽음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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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던지고자 하는 아이들
얼마 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대의 자살률은 7.9명으로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청소년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주인공 아룡 역시 요즘 아이들과 똑 닮았다. 다만 어린 시절 어느 날 훌쩍 곁을 떠난 아빠의 부재만 다를 뿐. 아룡은 모든 것이 시시하고, 나중에 죽으나 지금 죽으나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고민하던 그때 뜻밖의 사건으로 아룡은 몸과 영혼이 분리되어 죽음 아닌 죽음을 맞게 되고,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룡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아룡의 곁에는 언제나 든든한 친구와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아룡이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는 7일의 시간을 따라가며, 청소년 아이들 역시 자기 주위를 돌아보고, 사람들에게 고마워하고, 자신 역시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특히 한 번쯤 스스로 생명을 버리고자 생각했던 청소년들이라면 가슴 깊이 공감할 것이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주는 상처와 치유 어쩌면 가족은 가장 소중하면서 동시에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닐까. 아룡의 엄마가 아룡에게 그러하듯이 말이다. 아룡에게 새아빠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하면서, 정작 아룡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 살피지 않는다. 아룡도 엄마에게 “이럴 거면 대체 난 왜 낳은 거야?”라고 악다구니를 쓰기만 할 뿐,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서로 알아주기만을 바라며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 아룡과 엄마의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모든 것을 치유하게 하는 힘은 가족에 있다. 아룡이 깨어나자마자 한 “고마워.”라는 말 한마디가 엄마 정명선 씨의 마음을 한순간에 녹인 것처럼 말이다. 물론 가족이라 한들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가족은 이미 필수 불가결하면서 소중하다. 소중한 내 인생의 네 컷, 희로애락(喜怒哀樂) 아룡이 자신의 몸으로 돌아오기 위해 하나씩 떠올린 인생의 희로애락, 네 장면을 가득 채운 것은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엄마, 아빠와 함께 걷는 기쁨의 순간, 엄마에게 화를 내는 노여움의 순간, 말없이 곁에 있어 주던 친구 시윤이 돌아오라고 말하던 슬픔의 순간, 아룡이 살린 아이 이준이와 약속하는 기쁨의 순간. 우리 인생에서 사람을, 사람과의 관계를 빼고 무엇을 더 생각할 수 있을까. 아룡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열여덟 인생을 회상하고, 마침내 몸으로 돌아오는 과정 속에서 혼자가 아니었음을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 책은 나는 귀한 사람이고,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며, 그 귀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하루하루 역시 귀하다는 사실로 꽉 채워져 있다. 선택의 순간, 행복해져라! 김영혜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삶은 버겁고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구성되지만 주어진 삶에서 행복할지 말지를 선택하는 건, 나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썼다. 선택만큼이나 선택을 하는 순간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던 것. 사실 청소년들에게 어떤 선택을 하게 하거나 선택 후에 오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에는 아직 이를 수 있다. 또 선택의 순간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모호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책이나 영화와 같은 간접 경험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아룡에게 자신을 대입하며 공감하고 안타까워하고 또 기뻐할 것이다. 작가는 청소년들이 언제나 자신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하기를, 그 선택이 설사 잘못된 선택이라 할지라도 아룡처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갖게 되기를, 그리고 그 무엇보다 무한하고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깨달음은 누구에게나 다가와 있다 아침마다 등교하고 이 학원 저 학원을 오가는 우리 아이들은 몹시 바쁘다. 책 한 줄 읽을 짬도, 차분히 생각할 여유도 없다. 그러나 학생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부처가 뭐 별거던가. 자기가 부처인 줄 알면 부처고, 모르면 중생인 게지.”라는 책 속 노스님의 말처럼 아이들 모두 이미 깨달음에 다가가 있다. 또한 지금 당장 깨닫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들은 아직 자라고 있고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이 아룡처럼 자신만의 인생 방향을 찾고 단단한 어른으로 자라나기를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