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피터 케리의 다른 상품
|
그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공모 개요서에서 요구된 것이 연주회장 두 개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나는 3천 5백 명을 수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1천 2백명을 수용하는 것이다. 그는 로열 페스티벌 홀의 사진을 보여주더니 그 다음에 아주 빠른 속도로 마술사처럼 그 사진을 복제했다. 그러니두 개의 동일한 홀이 나란히 놓이게 되었다. 그러면 어떤 결과가 되는가?
템스 강변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정확한 답은 아니지만, 상상해보라. 어떤 천재가 이런 식으로, 마치 피카소가 벨라스케스를 모방하는 것 같은 방식으로 또 여러 과감한 단계를 연속해서 밟아가다가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달하게 되는 방식으로 시작하겠는가? 페스티벌 홀에 대한 한 쌍의 사진은 두 개의 포로, 곧 걸작이 조작될 돌덩이처럼 보였다. ---p. 166 |
|
소설처럼 읽히는 도시 기행
‘작가가 원하는 방식대로’ 쓴 이 시리즈는 정치 같은 현실적인 문제의식부터 문화적인 차이, 그 도시의 키워드, 숨겨진 역사와 뒷골목 이야기까지 거론되는 소재는 다양하다. 그러나 저자의 주관적인 시선에 따라 씌어진 책이라 해서 관념적이거나 편견에 차 있을 거라는 선입견을 가질 이유는 없다. 치밀한 자료 조사를 거쳐 씌어진 생생한 묘사는 소설가의 강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세우기보다는 등장인물(그가 유명인사이건 작가의 친구이건 간에)의 체험으로써 독자를 매료시키는 것도 소설에서 빌려온 매력이다. 깊이 있는 문화적 글쓰기 이 시리즈가 독자에게 불러일으키는 정서는 지은이들이 국외자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저자들은 해당 도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결국엔 국외자일 수밖에 없는 외국인들이다. 그러나 에드먼드 화이트 자신이 주장하는 대로 “외국인만이 동시대 사람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른 후에 동료를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듯이 거리감도 객관성을 갖게 해주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작가들은 각 도시에 대해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 정통의 역사에서는 감춰지기 일쑤인 유대인, 동성애자, 원주민, 망명자들의 이야기로 우회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있기에, 거리감은 오히려 이 에세이에 깊이를 부여한다. 이들은 문화적인 패권주의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지도 않는다. 이들 자신이 동성애자, 외국인으로서 소수자의 삶을 살고 있기에, 현지인의 시선에서 현지의 문화를 보는 것만이 그 도시를 가장 잘 이해하는 길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이 낯선 형식의 글쓰기는 책 한 권으로 한 도시의 가장 내밀한 곳을 보여주는 안내서가 되었다. *이 시리즈는 블룸즈버리 출판사에서 2001년에 출간한 The Writer and the City 시리즈의 한국어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