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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시킴 히말라야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번에는 시킴을 걷고 있는 나를 보았다. 다른 히말라야이야기에서는 받지 못한 어떤 미묘한 환시였다. 눈앞에 설산이 보이고, 빙하가 반짝였으며 호수에 큰산이 너울너울 비치더니 빨간 랄리구라스가 무시로 바람에 흔들렸다. 룽따의 펄럭이는 소리까지 들렸다. 오싹 소름이 돋았다. (중략)
그러나 시킴은 쉬이 내 두발을 허락하지 않았다. 여름이 가고 겨울 역시 정처없이 열 차례 바뀌어 가는 동안 시킴은 내 발길이 닿는 것을 거부하였다. 그렇게 계절이 지나가는 사이 나는 묵묵히 히말라야의 다른 산, 내, 능선을 넘어서야 했다. ... 내가 시킴 히말라야에서 첫발을 내딛은 순간 마치 송아지가 어미 소를 단박에 알아차리듯 경계가 탁 맞아 떨어졌다. 그건 환시가 아니었다... --- 저자 서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