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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소녀
자라 우울한 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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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으로 보이는 달을 향해 공손히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뭐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하겠습니다.” 그리고 부어오른 발가락을 주무르며 다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달님, 이 발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그러니까 한가하실 때만이라도 좋으니, 부디 저를 지켜봐 주세요. 손수레도 끌 수 있어요. 맨발로 날아가듯 바위를 휙휙 뛰어넘을 자신도 있고요. 낙지도 맨손으로 잡을 수 있어요. 소라는 또 얼마나 잘 잡는데요. 시골 할머니처럼 회도 치고 양념도 만들 수 있어요.” ---p. 자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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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제128회 아쿠다가와 상은 힘 있는 문체를 갖춘 정통 소설로써 아주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 놓는 규슈 출신 여성 작가 다이도 다마키(大道珠貴)에게 돌아갔다. 작가는 2000년 「불량소녀」로 처음 후보에 오른 지 3년 만에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로 결국 수상의 기쁨을 맞았다.
다이도 다마키의 소설은 지금까지 만나 온 일본 소설들과 닮은 듯하면서도 판이하게 다르다. 분명 연애를 다루고 있지만 연애 소설이 아니고, 본격 소설로서 대단한 저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스타일은 천연덕스러울 만큼 소박하다. 어딘지 조금 처지는 사람들, 사회에서 소외당하거나 일탈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가진 자, 잘난 사람을 향한 시기나 원망은 찾아볼 수 없다. 자격지심에 괴로워하거나 박탈감에 사로잡혀 파멸해 가는 낡은 인물들에 식상한 독자에게 이 작가의 소설은 은근한 경이로 다가온다. 현대인을 몰아붙이는 천편일률적인 일류 강박증, 성공 강박증을 벗어버리고 유유히 현실을 살아가는 작가의 인물들은 새롭다. 열아홉 살에 호스티스 아르바이트를 하며 소위 ‘청춘의 큰 꿈’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불량소녀」의 여주인공은 고교 시절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그 또래 여자아이들이 지닌 수수께끼 중 하나는 전혀 분수를 모른다는 것이다. 눈이 삐었다고나 할까, 현실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곤 회상한다. “진짜 불량소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아무런 불량스러운 짓을 하지 않고 “꾸벅꾸벅 졸거나 공중의 한 곳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멍하니 보낸” 날들을. 그녀는 공갈 협박, 시너, 도둑질, 이성 교제 같은 유별나게 불량한 행동은 “중학생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24시간 영업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밤을 새거나 오다가다 만난 사람과 러브호텔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며 고독을 만끽하다가 마침내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교복을 벗고 얼굴에 화장도 하면서 스스로 돈을 벌게 되자 마음을 잡았느니 다행이라느니 하는 말을 듣게” 된다. 술집에서 일하면서 돈도, 미래도, 친구도, 애인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사는 「불량소녀」의 여주인공을 비롯해, 지방 출신 여성이라는 작가의 정체성이 투영된 「자라」, 「민들레와 별똥」의 주인공들은 이 새로운 ‘외로운 사람들’의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만져질 듯 생생하게 구현해 보여 준다. 대도시로 나와 직장 생활을 하는 촌동네 출신 여사무원 미치루(「민들레와 별똥」)는 도쿄 처녀들에게 기죽지 않고, 그들처럼 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변변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 가는 노처녀 주인공 마루코(「자라」) 역시 끝없이 당당하다. 창문으로 보이는 달을 향해 공손히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뭐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하겠습니다.” 그리고 부어오른 발가락을 주무르며 다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달님, 이 발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그러니까 한가하실 때만이라도 좋으니, 부디 저를 지켜봐 주세요. 손수레도 끌 수 있어요. 맨발로 날아가듯 바위를 휙휙 뛰어넘을 자신도 있고요. 낙지도 맨손으로 잡을 수 있어요. 소라는 또 얼마나 잘 잡는데요. 시골 할머니처럼 회도 치고 양념도 만들 수 있어요.” - 「자라」에서 빼어난 문체와 탄탄한 구성력, 그리고 진실된 인물들이 머금고 있는 문학적 힘과 함께, 다이도 다마키 소설이 갖는 또 하나의 강점은 바로 웃음이다. 스모 선수와 성관계를 갖는 여자 중학생(「M 자형 이마」), 60대 노인과 순정파 노처녀의 연애(「이렇게 쩨쩨한 로맨스」) 등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관계들이 작가의 붓끝에서 진실미 있게 그려질 때 거기에는 문득 폐부를 간지르는 유머가 깃든다. 때로는 빙그레 웃게 하고, 때로는 쓴웃음을, 때로는 폭소를 이끌어 내는 작가의 유머는 억지스럽지 않다. 오히려 현실을 선명하게 바라볼 때 그것이 얼마나 우스운지 일깨워 줌으로써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이끌어낸다. 작가 다이도 다마키는 1966년 일본 규슈의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성장하였다. 2000년 규슈 예술제 문학상을 수상한 「불량소녀」로 처음 문명을 알렸고, 이후 《문학계》에 연이어 작품을 발표하였다. “후보작 중 인간을 확실히 그려 낸 것은 이 작품 하나였다. 유머러스한 분위기 속으로 비교할 수 없는 저력이 느껴진다.” -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의 아쿠다가와 상 수상평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