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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정선 곤드레나물밥│메밀국죽│도토리밥│올챙이국수│느릅지기국수│곰치국│우럭미역국│양양 뚜거리탕│섭국│주문진 도루묵찌개│대구머리찜│추어탕의 추억│팥시루떡│수수부꾸미│고추장떡│오미자 막걸리│메밀총떡 2부 송화다식│강릉초당두부│양구 펀치볼│다슬기 해장국집│영월역│고구마 축제│홍고추│도토리│애호박│황태│쑥│항아리 3부 국수 먹고 죽은 날│인절미와 텰신│콧등치기 국수│대진항 어부│감자붕생이│원주 황골엿│손│무청 시래깃국│화풀이 해장국│겨울밤 동치미 한 사발 4부 詩集의 독백│무리실 겨울│가을에게│겸손의 계절│농심│폭포에서│행복은│봄을 시샘하다│섭리│농촌풍경│가을바람 5부 폴더에서 꺼내는│디지털 다이어트│세월 꺾어 역주행│늙은 호박죽의 표정│메밀꽃 핀 밤│보름달│여름이 머무는 9월│냉장고의 문제│지렁이의 말│가을 오는 소리│산촌에서│밤비 내린 아침 해설 _ 강원도 산하 토속음식의 맛과 멋을 찾아서 │ 김성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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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에 대한 소회를 김명숙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이렇게 얘기한다.
“맛으로 기억되는 날들이 많다. 맛있는 음식에는 맛있는 마음이 담겨 있다. 고단한 삶에 스며드는 맛, 강원도 산하, 골골마다 레트로 미각이 담겨 있는 세계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언어의 맛과, 음식의 맛이 이미지로 겹쳐져 기억된다. 맛은 세월을 기억한다. 내 나이 희수(喜壽)에 이르러 맛의 풍습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본다.” 해설을 쓴 김성수 시인은 이번 시집은 한마디로 “시로 쓴 음식문화 탐방기”라며 이렇게 평한다. “김명숙 시인은 오랫동안 다양한 소재로 많은 작품을 발표한 적이 있었으나 특히 이번에 상재(上梓)하는 작품들은 지금껏 그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특별한 소재를 시작품으로 형상화한 것이라 참으로 기대가 되는 시집이다. 이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서 김 시인은 강원도 전역을 답사하였고 각 지방의 전통 음식을 직접 시식하면서 그 음식에 서리어 있는 맛과 멋을 몸으로 느낀 귀중한 체험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더 가치가 있으며 강원도 음식 백과사전적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어 매우 중요한 시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울러 김 시인 자신의 차분하고 지성미 넘치는 시적 감성(感性)으로 각종 음식에 양념을 더하듯 정성을 기울였기에 이 시집의 의미는 더욱더 각별하다고 말할 수가 있다.” 그동안 신문, 잡지, 방송 등 많은 매체에서 소위 ‘토속음식 기행’을 다루었지만, 시라는 형식으로 시적인 감성으로 토속음식의 맛과 멋을 다룬 것은 이 시집이 처음일 것이다. 저만치 간 세월 밟고/ 하늘 기운/ 뒤엉킨 나무 사이로/ 땅속 깊이 스며들어/ 반지르르한 가마솥에/ 노르스름한 누룽지/ 산나물 씹으며/ 조용히 살던 그곳 고려말 충신 칠현/ 세상 등지고/ 골 깊은 정선/ 거칠현 산속에서/ 산새 울음소리 벗 삼아/ 은둔생활 할 때/ 아라리 부르며 끼니 되었던/ 곤드레나물밥 ― 「정선 곤드레나물밥」 부분 육백 마지기 산 너머/ 평창에서 정선으로 넘어가는/ 청옥산 자락 작고 조용한 마을 미탄면/ 3대를 이어온 메밀국죽집 쌀과 보리조차 귀했던 산골/ 된장 멸치로 맛 낸 국물에 메밀쌀과 국수/ 집에 있는 온갖 푸성귀 함께 넣어 푹 끓여/ 메밀국죽을 만들어 먹는다 온 식구가 나눠 먹기 위해 양을 늘려 먹던/ 국 같기도 하고 죽 같기도 한 한 끼 식사/ 그 속에 모두 풀어져 걸릴 것도 없으니/ 입안에 머물 사이 없이 술술 잘 넘어간다 ― 「메밀국죽」 전문 푸른 바다 끌고 온 어부/ 그물 안 꿈틀거리는 우럭/ 먼바다 가르고 있다 친정집 몸 풀러 온 딸/ 쇠고기 대신 우럭 넣어 끓인/ 뽀얀 국물 미역국 먹는다 뼈 억세고/ 기름기 많은 강릉 앞바다 우럭/ 오래 끓여도 살이 잘 부서지지 않는다 칼슘과 무기질 성분 많아/ 약해진 골격과 치아 건강에 좋은/ 오돌오돌한 우럭 살처럼 가녀린 딸의 몸 단단해지고/ 새빨간 입 오물거리는 아가에게/ 진한 젖 먹이라고/ 아버지는 오늘도 배 띄우고 나간다 바다가 딸의 뼛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 「우럭미역국」 전문 척박한 산비탈 불태워 움켜잡고/ 돌멩이 숯덩이 가려내어 일군 밭/ 몇 알 심어 거둔 알곡/ 말린 옥수수 한 바가지 맷돌에 갈아 앙금으로 끓인 죽/ 바가지 구멍 뚫어/ 차가운 물에 떨어뜨리면/ 올챙이가 살아 꿈틀댄다 노란 올챙이 모양 국수 건져/ 넉넉하면 양념간장에 비벼 먹고/ 모자라면 열무김치 국물에 후루룩 매끄러운 감촉 입안에 돌고/ 구수한 맛 목구멍이 잡아당긴다 한 그릇 뚝딱 먹고 나니/ 바람에 그을린 얼굴 매끈하다 ― 「올챙이국수」 전문 시집 『레트로 미각』을 다 읽었다면, 당신은 이제 영서에서 영동까지 강원도의 거의 모든 토속음식을 맛본 셈이고 강원도 토속음식문화의 전반을 이해한 셈일 테다. 시인의 말 맛으로 기억되는 날들이 많다 맛있는 음식에는 맛있는 마음이 담겨 있다. 고단한 삶에 스며드는 맛 강원도 산하山河, 골골마다 레트로Retro 미각이 담겨 있는 세계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언어의 맛과, 음식의 맛이 이미지로 겹쳐져 기억된다. 맛은 세월을 기억한다. 내 나이 희수喜壽에 이르러 맛의 풍습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본다. 2024년 12월 김명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