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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칼맨 씨 -도시의 대장간 -우는칼 -어둠은 빛으로 -작가약력 |
Lee Oi soo,李外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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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이학년 때였다.
박정달 씨에게 잘 어울리는 별명을 붙여주기 위해 어느 날 급우들이 잔디밭에 둘러앉아 잠시 논란을 벌인 적이 있었다. 당시 박정달 씨는 한마디로 칼에 미쳐 있었다. 돈만 생기면 언제나 모양이 새로운 칼을 사러 노점상이나 시장바닥을 두루 살피며 돌아다녔다. 이른바 칼 수집광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맨 처음 그가 칼을 몸에 지니고 다니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폭력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그가 가지고 다니던 최초의 칼은 자루가 나무로 되어 있었고, 날은 좁고 맵시 있어 보였으며, 지니고 다니기에 간편한 전장 이십 센티미터 정도의 과도였다. 그는 그것을 틈만 나면 남몰래 숫돌에다 갈곤 했었다. 그것은 꺼내들면 언제나 서슬이 새파란 채로 지금 막 물에서 갓 건져낸 민물고기처럼 희게 배를 번뜩거리곤 했다. 그는 친구네 구둣방에서 가죽을 조금 얻어다가 자기 손으로 재단하고 꿰매어 칼집까지 만들어 주었었다. ---「칼맨 씨」중에서 “순순히 자백하면 우리도 생각이 있어. 되도록 죄를 가볍게 해서 조서를 꾸밀 수도 있는 거야. 사람이란 어쩌다 그런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지. 안 그래? 말해 봐, 칼은 어디다 내버렸지?” 경찰은 간이 녹아 없어질 정도로 부드러운 목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박정달 씨로서는 황송해서 눈물이 다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허위 자백만은 할 수 없었다. 죽는 한이 있어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누라와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이럴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를 두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대한의 변호라도 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크나큰 불행이었다. 하지만 박정달 씨는 지금까지 속담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말 한 마디를 떠올렸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고야 만다……. ---「도시의 대장간」중에서 박정달 씨는 이제야 자신의 이론에 대한 확신을 백퍼센트 얻어낸 듯한 느낌이었다. 정 군은 아직도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신검이라는 걸 열심히 한 번 만들어보게. 우리 사부님께 그 얘길 했더니 세상에는 그런 칼이 한 자루 정도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셨네. 대개의 사람들은 자네를 미쳤다고 하겠지. 하지만 이 세상에는 자네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다만 드러나 있지 않고 묻혀 있기 때문에 별로 눈에 뜨이지 않을 뿐이야. 칼을 만들면서는 줄곧 마음을 맑게 가지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이라는 것이라네. 그것이야말로 모든 것을 성취해 낼 수 있는 인간 절대의 에너지니까. 그럼 떠나도록 해야지.”처삼촌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우는 칼」중에서 번뜩! 한 줄기 섬광이 짧은 순간에 박정달 씨의 몸을 스쳤고 박정달 씨는 목에서 피를 뿌리며 무참히 옆으로 쓰러져 방바닥에 나뒹굴었다. “이제 다 완성되었다.” 신검을 칼집에 꽂으며 노인은 말했다. 초연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어디를 어떻게 베었는지 박정달 씨의 숨은 단칼에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이제 이 칼은 그대의 소망대로 이 세상 어딘가에 감추어져 자비와 사랑과 덕과 인을 그 기운으로 삼아 언제나 정의로운 힘을 발휘할 것이니 머지않은 장래에 악의 무리는 기운을 잃고 어둠은 빛으로 바뀌리라. 가난한 자도 일어서고 힘없는 자도 일어서리라. 억울한 자들도 한을 풀리라. 그대는 이 세상에서 누리지 못한 영광을 천상에서 길이 길이 누리게 되리로다.” ---「어둠은 빛으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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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영원한 베스트셀러, 이외수 장편소설의 자존심
나에게는 칼이 필요하다! 신검을 부르는 한 남자의 광기와 집착! 비틀어진 세상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인간 존재의 진정한 구원에 대해 이야기해 온 소설가 이외수. 데뷔 40년이라면 ‘원로작가’로 분류되는 문학계에서 시종일관 ‘현역 작가’로 군림해 온 그는 최근 소설집 『완전변태』를 출간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1975년 문단 데뷔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전업작가로서 작품만을 써온 이외수 작가는 1978년 『꿈꾸는 식물』로 장편소설계에 첫발을 내디뎠고,『들개』(1981),『칼』(1982),『벽오금학도』(1992),『황금비늘』(1997),『괴물』(2002),『장외인간』(2005)까지 총 7편, 원고지 1만 매에 달하는 장편소설로 일상을 넘어 예술의 절정에서 이루어지는 영혼의 교감과 인간의 구원을 끊임없이 추구해 왔다. 기출간 작품들은 2005년과 2010년 요즘 젊은 세대에 맞는 장정과 판면으로 개정 출간되면서 꾸준히 독자들을 만나왔다. 2014년 이외수 작가가 소설가로서의 도약을 위해 신작을 준비하면서 장편소설들의 본문 가독성을 높이고 가볍고 부드러운 장정으로 새로이 펴낸다. 그 세 번째로 출간되는 작품『칼』은 1982년 이외수가 ‘죽기 전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그로서는 드물게도 1년이라는 최단기간 만에 완성해 낸 장편소설로, 부조리한 현실에서 연약한 인간이 어떻게 정신을 무장해야 하는가를 속도감 있는 사건전개로 풀어냈다. 태생이 유약하여 어려서부터 무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박정달이 칼 수집에 몰두하면서 정신적 안정을 찾았으나, 곧이어 정의를 잃어버린 현실과 맞닥뜨리고 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어이 인간의 영혼과 교감하는 전설의 신검을 완성해 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수년 동안 칼을 만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상일은 “인간과 우주의 상동성(相同性)을 표현해 낸” 작품이라 평하며 능란한 화술 뒤에 숨겨진 철저히 계산된 작품 전개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죽어가는 그날까지 ‘쓰는 자의 고통이 읽는 자의 행복이 될 때까지’라는 좌우명을 지키며 살겠습니다”라는 소망으로 인간 영혼의 고귀함을 설파하는 이외수 작가의 작품들은 메말라버린 감성과 삐뚤어진 인간의 모습을 되짚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