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형근
춘성 계집하인 전차 차장의 일기 몇 절 추억 |
|
박영식은 관청 사무를 끝내고서 집에 돌아왔다. 얼굴빛이 조금 가무스름한데 노란 빛이 돌며, 멀리 세워 놓고 보면 두 눈이 쑥 들어간 것처럼 보이도록 눈 가장 자리가 가무스름한데 푸른 빛이 섞이었다. 어디로 보든지 호색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는 삼십 내외의 청년이다. 문에 들어선 주인을 본 아내는 웃었는지 말았는지 눈으로 인사를 하고 모자와 웃옷을 받아서 의걸이에 걸며,
"오늘 어째 이렇게 일찍 나오셨소?" 하며 조금 꼬집어 뜯는 듯한 수작을 농담 비슷이 꺼낸다. 영식은 칼라를 떼면서 채경 앞에 서서, "이르긴 무엇이 일러, 시간대로 나왔는데" 하고 피곤한 듯이 약간 상을 찌푸렸다. --- “계집하인” 중에서 보려 하였을 때 누구인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부인이 양산을 함부로 휘두르고 남자가 속옷을 하나 안 입은 채로 웃옷은 팔에 걸은 채 매우 슬픈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도 얼른 그들에게로 가보았다. 두 사람은 얼굴이 새빨개서 걸음을 속히하여 나에게로 달려왔다. 여자는 깡장깡장 짧고도 속한 걸음으로 남자는 성큼성큼 걸어왔다. 두 사람은 무엇에 분(憤)이 본 듯이 그렇지 않으면 비상(非常)히 피곤한 모양이었다. 여자는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말씀 잠깐 여쭈어 보겠어요. 여기를 어디라 하나요? 이 우리 남편이 어디든지 다 안다고 고집을 세우더니 그만 이렇게 길을 잃어버리게 했답니다." 그래서 나는 분명하게 대답하였다. "여봅쇼. 이대로 똑바로 가시면 센 그루로 가고 반대되는 길로 가시면 베르사이유로 갑니다." --- “추억”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