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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프롤로그 1. 흐르는 것은 저러하구나 -조강에서 2. 빛의 무한공간 -김포평야 3. 고기 잡는 포구의 오래된 삶 -김포 전류리 포구 4. 10만 년 된 수평과 30년 된 수직 사이에서 -고양 일산 신도시 5. 산하의 흐름에는 경계가 없다 -중부전선에서 6. 전쟁기념비의 들판을 건너가는 경의선 도로 -파주에서 7. 바다 한가운데를 향해 나아가는 자전거 -남양만 갯벌 8. 멸절의 시공을 향해 흐르는 ‘갇힌 물’ -남양만 장덕 수로 9. 시원의 힘, 노동의 합창 -선재도 갯벌 10. 시간이 기르는 밭 -아직도 남아 있는 서해안의 염전 11. 여름에 이동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경기만 등대를 찾아 12. 숲은 숨이고, 숨은 숲이다 -광릉 숲에서 13. 나이테와 자전거 -광릉수목원 산림박물관 14. 여름 연못의 수련, 이 어인 일인가! -광릉 숲 속 연못에서 15. 유토피아를 그리는 사람들의 오래된 꿈 -가평 산골마을 16. 살길과 죽을 길은 포개져 있다 -남한산성 기행 17. 고귀한 것은 마땅히 강력하다 -여주 고달사 옛터 18. 전환의 시간 속을 흐르는 강 -양수리에서 다산과 천주교의 어른들을 생각하다 19. 얼굴, 그 안과 밖에 대한 명상 -광주 얼굴박물관 20. 권력화되지 않은 유통의 풍경 -모란시장 21. 마음속의 왕도가 땅 위의 성곽으로 -수원 화성 22. 인간의 마을로 내려온 미륵의 손 -안성 돌미륵 |
金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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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강이 만나는 숨결은 낮고 또 넓다. 만날 때, 강들은 멀리서부터 그 흐름의 숨결을 고르면서 들에 낮게 깔려 넓은 유역을 적시며 다가온다. 그래서 강물이 만날 때, 강물은 합치되 부딪히지 않는다. 강물은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구획도 없이, 합쳐서 하나를 이룬다. 양수리에서 합쳐진 물은 서쪽으로 커다랗게 방향을 틀면서 바쁘게 출렁거리는 산맥의 먼 언저리를 돌아서 바다를 향하는데, 합쳐서 새로운 전환을 이루되, 먼 발원부터의 흐름과 귀순하는 지류들의 시원을 모두 거느리고 나아간다. 그것이 강들의 전환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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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창고는 지상의 모든 건축물 중에서 가장 헐겁고 남루해 보인다. 소금창고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서 군집을 이루지 않는다. 소금창고들은 시선의 방향으로 소멸하는 개별성이다. 소금창고는 공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의도를 드러내지 않는다. 오직 실용적일 뿐인 이 건축물은 어떠한 장식적 구조도 없이 필요한 선과 면 몇 개만으로 이 세상의 시공과 경계하고 있는데, 이 경계는 느슨하다. 소금창고는 이 위태로운 사실성의 경계 위에서 햇볕과 바람에 풍화되는데, 검은 콜타르를 칠한 목재들은 색이 바래어지고 목질이 뒤틀리면서 풍화되는 것들의 속살결을 드러낸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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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속살 위로 자전거를 몰아가는 이 마른 갯벌의 낯선 풍경은 시간의 작용과 공간의 작용이 합쳐져서 이루어내는 생성과 소멸이었고 지속과 전환이었는데, 시간과 공간은 바닷물 밑에서 만나 시간도 아니고 공간도 아닌 세상을 열어내고 있었다. 거기서는 생성, 소멸, 지속, 전환 따위의 어떠한 개념적 언어도 저 혼자서 독자적 의미의 힘으로 자립할 수 없을 것이었다. 아마도 저절로 되어진 모든 것들은 필연적일 것이고, 바다의 속살이 말라가는 이 갯벌에서는 필연이 자유의 반대말도 아니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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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에 출간된 김훈의 『자전거 여행』은 한국 여행 산문의 기념비로 크나큰 호평을 얻었다. 그토록 강렬한 문체로, 자동차 여행과 세계 여행이 일반화된 세상에서 단신으로 자전거 한 대에 의지해 아날로그 방식의 여행을 기록한 『자전거 여행』은 자동차로는 접근할 수 없는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세계 여행으로는 만날 수 없는 순전한 우리 풍경의 언어를 기록함으로써 새로운 여행법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토록 각광받는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독자들의 여행가방에 담겨진 책은 없을 것이다.
여행 산문의 전범으로 중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된 『자전거 여행』을 뒤이어 사람과 자연, 그 풍경의 안쪽을 들여다보는 김훈식 여행의 진면목을 보여줄 『자전거 여행 2』는 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물론 바람과 향기 속으로 몸의 기쁨과 마음의 발견을 꾀하는 이들을 사로잡는 반가운 에세이다. 특히, 『자전거 여행 2』는 사진가 이강빈의 빼어난 사진작품들을 아낌없이 수록하여 시각적 즐거움을 더한 데다, 해당 여행지의 위치를 알아볼 수 있는 권역별 지도를 수록하여 여행 에세이로서의 기능을 가미했다. 『자전거 여행 2』는 주 5일제로 자연과 몸의 만남을 즐겨하는 문화적 열풍이 이는 가운데, 읽고 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자전거로, 혹은 걸어서 작가가 다녀간 곳을 여행할 수 있게끔 몸과 마음을 움직이며, 자전거 타는 이들이 늘어갈수록, '몸으로 읽는 책'으로 독서여행의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번 『자전거 여행 2』는 『자전거 여행』의 자매편이자 계속하여 이어질 김훈 자전거 여행의 본격적인 첫 출발작이다. 김훈의 자전거는 우리 땅은 물론 바다 건너 이국의 땅을 찾아 여행하게 될 예정이며, 이미 전라도, 제주도, 울릉도 편과, 일본 교토 편도 준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