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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우리 땅은 우리 손으로
명과 왜, 벽제관에서 맞붙다/행주산성에 울ㄹ려퍼지는 환호성 14장 푸른 물결, 붉은 죽음 배고픔과 죽음/되찾은 한양/흔들리는 진주성/꽃보다 붉은 죽음 부록 일본군의 편제 군기, 갑옷, 군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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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환하게 트는 아침 6시. 적의 선봉 1백여 기가 행주산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적의 10만 대병이 만산편야로 쏟아지면서 세 부대로 진을 나누어 겹겹이 행주산성을 둘러싸 지쳐 나오기 시작했다.
왜적들은 등판에 붉은 기와 흰 기를 꽂고, 손에는 조총과 활을 들었다. 왜장들은 청일산?홍일산을 받쳤으며, 얼굴엔 모조리 귀신과 짐승 같은 탈박을 쓴 뒤에 몸에는 은 갑주?금 갑주를 입고 말과 가마를 타고 쳐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적의 선봉대가 조총을 어지럽게 쏘며 행주산성으로 육박해 들어올 때다. 권율 장군은 장대 위에서 급히 영을 내린다. “기어오르는 적병에게 응전을 개시하라!” 장군의 호령이 떨어지니 대기하고 있던 아군의 용사들은 일제히 활을 쏘고 돌을 던지기 시작한다. 산성으로 올라오는 골짜기는 좁고 길어서 왜적들은 행주산성을 겹겹이 에워쌌으나, 10여만 명이 한꺼번에 올라올 수는 없었다. 적병은 3열 종대를 지어 조총을 쏘면서 돌격을 하기 시작한다. 산성 위에서는 아군의 화살과 돌이 비 쏟아지듯 내리지른다. 모두 다 훈련된 권 장군의 정병들이다. 쏘는 화살과 던지는 돌팔매는 조총을 쏘면서 기어오르는 왜적들의 양미간을 백발백중 맞혀서 푹푹 거꾸러지게 만든다. 단번에 행주산성을 점령하려던 왜적의 선봉대는 올라갈수록 돌팔매에 골통이 터지고 살을 맞아 쓰러지니, 적병들은 총자루를 거꾸로 잡고 언덕 아래로 달아나는 수밖에 없다. 장대 위에서 쇠 투구를 쓰고 군사들을 독려하던 권율 장군은 다시 전령을 내린다. “쫓기는 왜적들에게 대포를 쏘아붙이라!” 산성에 배치해 있는 3백 대의 화차가 일제히 불을 뿜는다. 화차에서 쏘아붙이는 천?지?현?황 총통의 포는 지둥을 치는 듯 허공을 흔들며 달아나는 왜적들에게 불벼락을 퍼붓는다. --- p.44-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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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벌어지듯 생생하게 되살아난 역사
장장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벌어진 전쟁을 눈앞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는 박종화의 탁월한 표현력에서 그가 진정한 역사소설의 대가라는 사실을 깊이 느낄 수 있다. 전쟁이 시작되는 부산진이나 동래성 전투, 전쟁이 길어짐에 따른 백성들의 고통 등을 묘사한 장면에서는 그 울분과 전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강가에 떠 있는 저 배들은 모두 다 무엇을 실은 배들입니까?” 얼굴에 핏기 하나 없는 젊은 여인이 모기 소리보다도 더 가냘프고 기운 없는 목소리로 옆의 사람에게 물어본다. 품 안에는 갓난아이를 껴안고 젖을 물리고 있다. “저것이 모두 다 쌀을 실은 배라오.” 대답하는 사람은 누렇게 부황이 들어 난리에 쫓기는 늙은 사람이었다. 역시 기운 한 푼어치 없는 기진맥진한 목소리다. “아유, 저 배가 모두 다 곡식을 실은 배…….” 여인은 힘이 없어서 말끝을 맺지 못한다. 여인은 난리통에, 고양으로 피란해서 헤매다가 남의 집 외양간에서 몸을 풀었다. 미역 한 오라기 얻어먹을 수 없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전쟁의 비참한 상황을 생생히 묘사한 장면에서 당시 백성들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묘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사라진 아름다운 우리말과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전해 주는 예스러운 문체 역시 이 작품의 매력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대대로 내려오는 그의 가훈이 조금 세력이 있다는 일가붙이나 건건찝찔하게 되는 사돈 나부랭이들에게 등을 대고, 머리를 숙이기 싫어하는 맑고 깨끗한 전통……. 그가 찬동하는 말을 들으니 유성룡은 마음이 헝그럽게 좋다. 촌수가 아주 멀거나 친분은 있으나 가깝지는 않다는 의미의 ‘건건찝찔하다’나 여유가 생겨 마음이 가볍다는 뜻을 지닌 ‘헝그럽다’ 같은 예스러운 단어들의 사용은 작품의 색깔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우리말에 대해 새롭게 눈뜨게 한다. 피바람을 뚫고 다시 돌아온 역사 속의 영웅들 임진왜란은 뛰어난 어느 한 영웅의 힘으로만 치러낸 전쟁이 아니다. 7년에 걸친 기간 동안 침략군에 맞서 수많은 영웅이 목숨을 바친, 임금을 위해서가 아닌 나라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싸운 전쟁이었다. 월탄 박종화는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린 계월향, 바다에서는 결코 한 치의 침략도 허용하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 원수를 갚기 위해 적장과 함께 물속으로 뛰어든 논개, 붉은 옷을 입은 장군 곽재우, 억울하게 죽은 천하장사 김덕령 등 수많은 영웅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생생히 그려냈다. ‘역사소설’ 하면 떠오르는 작가, 월탄 박종화 6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끝없이 솟아오르는 창작력과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으로 많은 작품을 생산해 낸 월탄 박종화. 그의 대표작이 바로《임진왜란》이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작가가 다루고 싶었다던 임진왜란을 소재로 하여, 3년여에 걸쳐 장대한 필치로 펼쳐진 작품이다. 월탄이 후기에서 “내가《임진왜란》을 소설화하고 싶은 것은 필생의 대원이었다. 이제 이 작품을 끝내 놓고 보니 내 원은 얼마쯤 이룬 셈이라 스스로 어깨가 거뜬해짐을 느낀다”고 할 정도로 많은 애정을 가지고 쓴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