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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아득한 전쟁의 끝
속임수에 넘어가는 사람들/초라한 귀향/백성, 바다, 그리고 이순신/세 바다의 책임자가 되다 16장 승려와 전쟁 지혜로운 승려 사명당 유정/적에 대한 대비를 하시옵소서 부록 일본의 화약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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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왕의 자리를 내놓겠다는 소리를 듣자, 나라 안에 있는 백성들이나 중국 조정대신들은 모두 다 불가하게 생각했다.
더욱이 나라 안 백성들은 자기들을 버리고 달아났던 임금에게 대한 원한이 골수에까지 박혔다가, 임금이 한 번 자리를 내놓는다는 소문을 듣자 원망은 씻은 듯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책임을 아는 임금, 자기의 허물을 아는 임금, 이러한 임금은 드물다고 생각했다. 모두들 다시 임금을 도와 주고 싶은 생각이 구름 일듯 일어났다. “그래도 우리 임금은 양심 있는 어진 임금이다!” “신하들을 못 만나서 임금이 저 고생을 하는구나!” “마음은 본시 어질건만 신하들의 동인?서인 하는 당파 싸움에 끼어서 임금도 갈피를 잡지 못해서 이 모양이 되었다.” 백성들은 이렇게 지껄이면서 임금을 동정했다. 그들은 서울 거리거리에 송장이 즐비하게 자빠진 속에서 굶주림을 이겨 가면서 임금과 함께 나라를 중흥시키려 했다. 이렇게 마음을 먹는 사람들은 벼슬과 지위도 없고 권력도 없는 선비와 백성들이었다. 그러나 조정에서 나랏일을 하는 벼슬아치들은 당파 싸움이 점점 뼈끝 속속들이 골수 속까지 들어가서 서로를 죽이고, 모략하고 중상질하는 데로만 눈이 시뻘겋게 뒤집혔다. --- p.44-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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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벌어지듯 생생하게 되살아난 역사
장장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벌어진 전쟁을 눈앞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는 박종화의 탁월한 표현력에서 그가 진정한 역사소설의 대가라는 사실을 깊이 느낄 수 있다. 전쟁이 시작되는 부산진이나 동래성 전투, 전쟁이 길어짐에 따른 백성들의 고통 등을 묘사한 장면에서는 그 울분과 전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강가에 떠 있는 저 배들은 모두 다 무엇을 실은 배들입니까?” 얼굴에 핏기 하나 없는 젊은 여인이 모기 소리보다도 더 가냘프고 기운 없는 목소리로 옆의 사람에게 물어본다. 품 안에는 갓난아이를 껴안고 젖을 물리고 있다. “저것이 모두 다 쌀을 실은 배라오.” 대답하는 사람은 누렇게 부황이 들어 난리에 쫓기는 늙은 사람이었다. 역시 기운 한 푼어치 없는 기진맥진한 목소리다. “아유, 저 배가 모두 다 곡식을 실은 배…….” 여인은 힘이 없어서 말끝을 맺지 못한다. 여인은 난리통에, 고양으로 피란해서 헤매다가 남의 집 외양간에서 몸을 풀었다. 미역 한 오라기 얻어먹을 수 없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전쟁의 비참한 상황을 생생히 묘사한 장면에서 당시 백성들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묘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사라진 아름다운 우리말과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전해 주는 예스러운 문체 역시 이 작품의 매력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대대로 내려오는 그의 가훈이 조금 세력이 있다는 일가붙이나 건건찝찔하게 되는 사돈 나부랭이들에게 등을 대고, 머리를 숙이기 싫어하는 맑고 깨끗한 전통……. 그가 찬동하는 말을 들으니 유성룡은 마음이 헝그럽게 좋다. 촌수가 아주 멀거나 친분은 있으나 가깝지는 않다는 의미의 ‘건건찝찔하다’나 여유가 생겨 마음이 가볍다는 뜻을 지닌 ‘헝그럽다’ 같은 예스러운 단어들의 사용은 작품의 색깔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우리말에 대해 새롭게 눈뜨게 한다. 피바람을 뚫고 다시 돌아온 역사 속의 영웅들 임진왜란은 뛰어난 어느 한 영웅의 힘으로만 치러낸 전쟁이 아니다. 7년에 걸친 기간 동안 침략군에 맞서 수많은 영웅이 목숨을 바친, 임금을 위해서가 아닌 나라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싸운 전쟁이었다. 월탄 박종화는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린 계월향, 바다에서는 결코 한 치의 침략도 허용하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 원수를 갚기 위해 적장과 함께 물속으로 뛰어든 논개, 붉은 옷을 입은 장군 곽재우, 억울하게 죽은 천하장사 김덕령 등 수많은 영웅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생생히 그려냈다. ‘역사소설’ 하면 떠오르는 작가, 월탄 박종화 6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끝없이 솟아오르는 창작력과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으로 많은 작품을 생산해 낸 월탄 박종화. 그의 대표작이 바로《임진왜란》이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작가가 다루고 싶었다던 임진왜란을 소재로 하여, 3년여에 걸쳐 장대한 필치로 펼쳐진 작품이다. 월탄이 후기에서 “내가《임진왜란》을 소설화하고 싶은 것은 필생의 대원이었다. 이제 이 작품을 끝내 놓고 보니 내 원은 얼마쯤 이룬 셈이라 스스로 어깨가 거뜬해짐을 느낀다”고 할 정도로 많은 애정을 가지고 쓴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