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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섬 9
연푸른 상념의 서 용서하고 잊는다는 것 15 불모성의 탈색 22 페르소나 26 소통의 골목길 29 문득, 창밖을 보다가 33 구석진 라디오 35 난다는 일상 38 주제넘은 나무 41 투박한 경계 44 내밀한 소리 47 기억의 편린 50 사마리아인의 저편 54 완전한 결별 57 바로 오.늘. 59 방황하는 유대인 62 가없는 흐름의 서 코로나의 창 69 핀란디아 숲 77 봄날이라 81 영그는 녹음 83 불협화음의 절정 86 가을의 문턱 넘는다 89 계수된 날 92 눈발 흩날리던 날에 96 시린 손등 너머 101 새순 돋다 103 은밀한 사유의 시간 106 또 다른 평정 108 겨자씨만 한 소망 110 선선한 여정의 서 아쿠아 알타 117 승부역 가는 길 120 시골 책방 126 동.주. 130 카를교 위에서 132 비천을 담아내다 136 알라스칸 말라뮤트 140 굴 껍질을 까다 144 달방 마을 맏물 147 용눈이 오름에 오르다 150 그래, 브루크너 154 흐릿한 추억의 서 썰매 163 갯내음 166 메쭈 169 달뜬 밤바다 173 기름 부음 받은 자 176 시절 단상 홀로 여행 181 어느 작가 184 뜻밖의 상실 187 중간자 189 사무치도록 깨달은 자 191 돼지감자 차 193 여느 겨울날 196 현악사중주 좋아하세요? 200 맺음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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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함과 외로움이라는
두 갈래 길에서 늘 망설이게 하는 것은 ‘홀로 여행’이 주는 재미이기도 하다. 북적북적한 일상에서의 탈출, 그것이 여행의 주된 목적이라면 이러한 일탈이야말로 금상첨화다. 그러나 이런 만족감조차도, 겨우 길모퉁이 하나만을 돌았을 뿐인데, 급격히 고독감에 몸서리쳐지게 하는 변덕에, 쫓기듯 사라져버리게 하는 것이다. 그래도 꿋꿋하게 발걸음을 계속하게 되면 나를 옥죄던 현실에서 벗어나 있는 자신을 느끼며 터질듯한 자유로움에 금세 가슴 벅차 소리까지 지르게 되는 것이다. 주변의 사물이며, 스쳐 가는 사람들, 미시적이든, 거대한 것이든 간에, 시야에 차오는 것들이 마치 자신은 그들과 다른 초월적 존재임을 스스로 각인시켜 나가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듯 만나게 되는 풍광과 모습들에서, 단순히 던져보는 피상적인 시선에 덧붙여, 어느덧 대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일종의 투시력까지도 얻게 되었다고 자신에게 주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홀로 여행’은 거듭 매력적이지 않은지... --- 「홀로 여행」 중에서 부서져 내린 파편 조각들 헤아리며 불같이 분노했고 서늘하게 저주했다. 그래도 폐부 찢는 고통 준 이마저 용서하라는 말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망각의 심연 속 가두었다. 결코 수면 보지 못하게. 천연한 척 살아왔다. 나로 인해 그들 받았던 가늠할 수 없는 고통 애써 외면하면서. 산다는 것은 야누스적 강박으로 접점 없는 기만의 미궁 속 헤매며 버티는 것일까? --- 「용서하고 잊는다는 것」 중에서 이천 년 전 나라는 소멸되고, 세계 도처로 유랑민이 된 그들 여기저기 자리 잡아 연명했다. 존중은커녕, 멸시와 천대의 대상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몇십 년 전 체포되고, 집단 수용소에 감금되고, 학대와 굶주림 속에 가스실에서 처형되었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몇십 년 전 삶의 터전에서 뽑혀 쓰레기 태워버리듯 몰살되었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몇십 년 전 아브라함이 시작했던 땅 바로 그 자그마한 땅 위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유대인이라는 이름으로. --- 「방황하는 유대인」 중에서 평범한 일상에서 자각할 수 없는 심장의 고동 그 이유로 영구적 고요 수용할 수 있는가? 생명의 종결 그 비장함에 동의하면서? 아닐 것이다. 소란함과 아우성까지도 지독히 그리워하리라. --- 「내밀한 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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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자동차의 속도가 높아질수록 시야는 더욱더 좁은 터널 속으로 갇히게 됩니다. 자신 있던 감각의 예민함도 곧 ‘무딤’으로 포화(saturation) 됩니다. 모든 것을 멈추어 세웠던 COVID-19. 갇힌 창밖 너머 만상을 바라보며, 그때 비로소 깨달았지요. 점점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철저히 포획되어 왔다는 것을. 편협한 영역 속에 갇혀 탈진한 자신을. 코로나의 격랑을 넘고 나니, AI의 홍수가 밀려옵니다. 그동안 발 디디고 있던 작은 터전마저도, 그 위세에 눌려 사라질까 불안이 엄습합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온전히 ‘나다움을 지키는 것’ 아닐까요?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량에서 잠시 내려, 깊은숨으로 ‘나 자신을 되찾음’. 이 책은 애써 삶의 여백을 찾고, 그 숨통을 살려내는 여정입니다. 허망이 부유하던 자신을 ‘있어야 할 곳에 있음’이 되도록, 그리고 ‘갈 곳에 대한 소망’을 다질 수 있도록.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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