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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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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리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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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것이 있으시다면 불러주십시오. 각하께 아뢰었으니 곧 하달이 있으실 겁니다.”
“예…… 예…….” “식사는 곧 준비하겠습니다.” 데이안은 화려하기 짝이 없는 방을 심드렁한 눈으로 훑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적막이 찾아들었다. 방 안까지 따라 들어와 제 눈치를 보는 초록이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그것은 저도 알고 있었다. “음…….” 데이안의 입술이 실 꿰인 것처럼 굳게 다물리니 시엔의 얼굴엔 난처함이 떠올랐다. 데이안은 가만히 보지 않는 척 그것을 관찰했다. 과거라? 딱히 화가 나지는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아무것도 모르는 소리라고 치부해버리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아프기는 여전히 아프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지껄인 소리 중에 맞는 것은 그것 하나뿐이다. 「그래도 아프잖아요.」 자신의 입으로 살인자임을 시인하는 순간 애써 잊어두었던 것들이 기포처럼 떠올라 그리고 다시 한 번 터져 깨달았다. 저 아이는 정말로 세헤웬과는 다른 아이라는 걸. “시엔.” 심드렁하니 앉은 데이안의 입술이 열렸을 때 시엔은 기겁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적이 전무했기에 순간 헛것을 들은 건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예, 예?”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어때?” 지극히 덤덤한 말이었다. 시엔은 막 방을 둘러보다가 별안간 징 달린 망치에 얻어맞은 기분이 되어 데이안을 바라보았다. 데이안은 기꺼이 반복했다. “돌아가는 것이 나을 거다.” “예? 아니, 주인님. 갑자기 이러시면…….” “돈이라면 이아너그에게 일러둘 테니 네가 원하는 만큼 가져가도록 해.” “아니. 주인님.” 시엔의 입이 벌어졌다. 그래, 어쩐지 내내 잠잠하다가 밖으로 나간다고 할 때부터 희한하다 싶었다. 왕실 기사단에게 거짓말을 했건 말건 자신의 목이 달아나건 말건 개미 똥구멍만큼도 신경 쓰지 않을 사람이 득 될 것 하나 없는 외출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그리파란의 마차를 타고 오는 내내도 찜찜했던 기분이 이제야 납득이 된다. “혹시 아직도 화가 나신 거예요?” 처음으로 그날의 일을 도마에 올리는 데엔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데이안의 모습은 전에 없을 만큼 평온했다. 지금 그의 태도는 화라기보다는 무심이었다. “화날 일이 뭐가 있나.” “그…… 제가 주제넘게 이야기했던 것 때문이라면…….” “…….” 그가 입을 다물었다. 아, 시엔은 망연히 그의 옆통수를 응시했다. 그래, 어쩐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안에서 아무리 나가라 꺼져라 소리쳐봐야 제가 귓등으로도 안 들을 것을 알았기에. “주인님, 미안해요.”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는 부드러웠다. “그래도, 제가 틀린 말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 “주인님.” 아득한 침묵이었다. “다시는 주제넘게 안 할 테니까, 기분 풀어주세요.” 스스로도 왜 그리 열이 올랐었나 내내 후회했던 차였다. 어차피 남이다. 어차피 자신은 그에게 있어서 아무런 의미도 되지 못하니 무슨 말을 해도 그에게 닿지 못할 터인데. 자신을 향하는 짙푸른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 시엔이 얇은 신음을 흘렸다. 차라리 화내거나 성질을 부리는 것이 더 익숙하다. 저리도 차분한 데이안의 일갈은 무시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진심인 거죠?” “…….” 그는 잠깐 간격을 두고 고개를 돌렸다. 긍정일까. 부정일까. 왜 저리도 사람의 껍질이 딱딱할까. 조금은 공존에 익숙해졌는지 모른다 생각했는데, 착각이다. 데이안이라는 사람이 그토록 어설픈데도 불구하고 짐작하기가 어렵다니 아이러니했다. “일단,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해요.” 반쯤 중얼거리는 투로 말한 시엔이 들고 있던 짐을 풀었다. 평소라면 고용인은 세르티아 씨예요, 따위를 외치며 대들었겠지만 그럴 수 없음은, 자신이 조금은 서운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늦은 오후 햇살 아래 앉은 데이안은 언제나처럼 고독했다. 왠지 모르게 야속한 기분에 연거푸 한숨을 내쉬던 시엔은 문득 이상한 것을 깨닫고 고개를 갸웃했다. 데이안의 눈동자가 어딘가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가 보니, 담을 넘고 있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치맛자락을 허벅지까지 올려 묶고, 담장을 기어올라 넘는 모양새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지라 더욱 이상했다. 이곳은 들뤼엔 공작령이 아닌가? 위세 높은 공작가의 저택 안에 어째서 저런 월담하는 이가 있을 리가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뭐지…….” 막 담을 넘은 계집아이의 시선이 데이안과 시엔이 있는 방의 창으로 향했다. 우연하다기보다는 노골적인 시선에 시엔은 쌔한 기분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금발의 인형 같은 그 아가씨는 사사삭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더니 시선의 사각지대로 사라졌다. 시엔은 창에 가까이 몸을 기대어 소녀의 흔적을 좇았다. 보이지 않았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