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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책을 내며 01 문훈의 상상사진관 2003~2004 02 방철린의 탄탄스토리하우스 2004~2006 03 최삼영의 갤러리 소소 2006 04 조성룡의 지앤아트스페이스 2005~2008 05 황순우의 인천아트플랫폼 2004~2009 06 김영준의 학현사 2006~2009 07 이성관의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2007~2010 08 조남호의 살구나무집 2009~2010 09 익스뛰 아키텍츠의 전곡선사박물관 2006~2011 10 시스템 랩의 폴 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 2009~2011 11 와이즈건축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2011~2012 12 김수근 · 장세양 · 이상림의 공간 콤플렉스 1971~1977, 1996~1997, 2002 건축답사 지도 도판 출처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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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0년대 사반세기 전반의 한국건축에서 나름 유의미한 사례로 구성됐다고 하겠다. 이제는 원로가 된 4.3그룹 멤버들의 작품으로부터 2011년 젊은건축가상 수상자의 작품까지 다뤘고, 한국현대건축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1970년대 김수근의 공간사옥을 포함한 ‘공간 콤플렉스’까지를 아울렀으니 말이다. ‘공간 콤플렉스’는 자체만으로도 한국 현대건축의 핵심 궤적을 가로지른다. 게다가 개별 건축가나 건축물과 관련된 이슈도 꽤 폭넓다. 앞서 일부만 언급했지만, 이 책은 2000년대 한국건축을 둘러싼 감각과 논리, 전통과 테크놀로지, 공간과 텍토닉, 도시적 맥락과 풍경, 리모델링, 도시재생, 목조건축, 일상과 거주 등의 주제에 두루 접해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대상 건축물이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가 종종 건축사무소를 대형 사무소와 아틀리에로 양분해 보기도 하는데, 여기에 대규모 조직의 시스템이 만들어 낸 건축 사례가 부재함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개별 건축가의 창작을 중시하는 건축가협회의 노선과 맞물린 것이기도 하고, 『건축가』 비평 섹션 주관자의 선호도나 대상 건축물의 답사 가능여부 같은 현실적 형편에도 기인한 바 컸으리라 생각된다. 즉, 이 책이 담은 열두 사례는 대부분 필자가 의도해 선택한 대상이기보다 이미 주어진 것이었는데(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하나는 필자의 추천에 의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두 퍼즐이 모여 2000년대 한국건축의 풍경을 적절히 그려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쯤해서 2013년 말의 ‘공간 콤플렉스’를 다룬 글까지 열한 편이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정만영 교수가 비평 섹션을 주관하던 때의 것임을 밝혀 두자. 당대 한국건축에 무지하던 신출내기 연구자를 현장으로 끌어내준 데 감사를 표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한국 현대건축에 대한 그의 통찰을 일부 인용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정만영은 2010년의 한 글에서 ‘경험과 실험’이라는 양극적 개념 틀로 2000년대 첫 10년의 한국건축을 설명한 바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절망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환희는 이 양극적 개념의 외적 배경이었는데, 그의 관심은 익숙한 경험에 안주하기보다 현실적 제약을 넘어 새로움을 생성하는 실험과 혁신의 건축에 있었다. 필자가 종종 참조하는 앤서니 비들러의 모더니티(modernity) 개념과도 맥이 닿는다. 하지만 필자는 비평가 정만영이 경험 너머 실험을 촉구했던 것에 전폭 동의하면서도 이 책에 그와 조금 다른 뉘앙스를 담고자 했다. 경중에 차이가 있음에도 경험과 실험 모두를 한국 현대건축의 중요한 층위로 인정하는 점에서 그렇다. 처음 글을 쓸 당시 비평의 날이 아직 무뎌서일지도 모르나 기본적으로는 역사 연구에 바탕을 둔 필자의 입장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원래 글들이 비평 섹션에 실리긴 했지만 단상 수준에 머문 것도 많음을 고백해야겠다(당시 지면은 한 건축물에 대해 서너 명의 평자가 짧은 글을 싣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그 글이 단상이든 평론이든, 역사적 기록이라는 의식은 늘 했던 것 같다. 그런 의식이 공간사옥을 다루며 가장 뚜렷이 반영됐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렇게 10여 년이 지나 묶어내니 이 책은 평론집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근과거에 대한 역사 기록의 성격이 짙어졌다. 각 장은 네 개의 꼭지로 구성되는데, 각각 그 역할을 한다. 책의 핵심인 원 평론은 필자의 당시 인식을 보여주는 기록이고, ‘건축가의 말’은 건축가의 설계 의도를 나타낸다. 그리고 각 장 마지막의 건축 정보는 실무적 데이터의 기록이다. 이 세 개 꼭지는 『건축가』에 게재된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건축가의 말’ 중에는 일부의 예외가 있고(그 경우 해당 글 밑에 출처를 표기했다), 건축 정보는 여타의 자료나 이후의 내용을 더해 보완했다. 각 장 맨 앞의 소개글(파란색)은 현재적 관점에서 대상 건축물과 원래 출판된 글을 역사화시키고자 한 꼭지다. 다른 장의 내용과 엮기도 하고 이전 역사나 이후 상황을 살피는 등으로 10여 년 전의 평론과 대상 사례를 지금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안내한다. 독자마다 책읽기 방식을 달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차례로 책을 읽어내려 가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원하는 장만 골라 읽어도 무방하다. 혹은 원래의 평론이나 ‘건축가의 말’을 꼭지별로 읽는 것도 방법이다. 대상 건축물과 건축가의 역사적 맥락을 개괄하기 원한다면 소개글만 먼저 볼 수도 있겠다. 책 뒤에는 건축답사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지도도 부가했다. ---「책을 내며」중에서 특이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인지, 그때부터 몰두했던 그림 그리기 때문인지, 문훈의 남다른 상상력은 무미건조한 기존의 건축 관례를 깨뜨리는 독특함을 노출해왔다. 판타지, 페티시, 포르노필리아, 그리고 샤머니즘과 싸구려……. 이런 그가 자신의 또 다른 자아(alter ego)를 드라큘라로 여기는 건축주를 만나 구축한 “드라큘라의 성”이 바로 상상사진관이다. --- p.19 이 건물에 대한 그의 소개문에 표현된 “가급적 동선을 길게”, “천천히 걷도록” 등의 문구를 보자. 이는 앞서 거론한 길의 의미를 반추케 하며, 4.3그룹의 동료 이성관이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에서 말한 “과정적 공간”의 길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다가구주택 이름이었던 ‘하늘마당’이 탄탄스토리하우스에서도 언급됨은 이것이 그의 대표적 건축 어휘가 됐음을 보여주는 바이기도 하다. --- p.31 최삼영은 갤러리 소소의 목구조를 한국과 일본의 여러 주체가 함께 실험해 얻은 공동의 연구 결과로 여기며, 공장에서 미리 재단된 글루램 부재를 현장에서 하루 만에 조립 시공한 점을 특기한다. 그리고 구조체와 구분된 가변적 인테리어의 융통성, 목구조 부재의 재활용 가능성 등을 높이 샀다. 그러나 목구조 자체의 장점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이것이 철근콘크리트 구조와 적절히 복합되는 가운데, 목재의 따뜻함에 더한 유리상자의 현대적 세련미를 발산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목조건축에서 흔히 발견되는 진부함을 소소하게나마 넘어선 지점이다. 그리고 겸손히 주변 산자락에 스며들어 자연과 조화한 자세에서도 “소소한 구축의 미덕”을 보여준다. --- p.45~46 전시회 제목 ‘마당의 사상’도 조성룡이 지었다고 하는데, 이듬해 결성된 4.3그룹은 ‘마당’ 및 그 개념쌍인 ‘비움’에 공통적 관심을 보인다. 그는 여기에 참여했던 건축가 중 제일 연배가 높았다. 1992년 4.3그룹 전시회 도록의 글 「도시의 풍경」에서 그가 개발지의 ‘소란스러움’에 대해 ‘침묵’을 강조하고 자기 건물 내부로 도시의 ‘길’이 연장됨을 시사한 것도 이 모임의 주요 화두와 맞닿아 있다. --- p.57 한편, 인천아트플랫폼 개관 전후로, 홍대 인근의 자생적 예술가 창작촌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한 결과 오히려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 못하고 쫓겨나던 상황이 화두였다. 이를 고려하면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이 공간은 무척 고무적이다. 지난 15년간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각종 전시, 공연, 교육 등으로 나름의 역할을 해왔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아트플랫폼을 비롯한 이른바 도심 속 ‘아트팩토리’의 도시재생 효과에 관한 비판적 논의는 개관 당시나 지금이나 공히 유효한 것 같다. 이 같은 예술?문화공간이 어떻게 하면 예술가들만의 게토로 남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더 긴밀히 소통하며 커뮤니티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까? --- p.72 매트 유형은 김영준이 파주 헤이리에 설계한 자하재(2002~2005)와 자운재(2002~2005) 등의 주택 디자인을 설명하는 주요 개념이다. 그러나 헤이리의 두 주택에서 더 특징적인 바는 건물을 콘크리트 벽과 프레임으로 분할하여 도시조직처럼 구성했다는 점과 그 구성체계를 매우 논리적인 다이어그램으로 설명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그의 건축은 체계적이고 이지적 근거가 명확함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차가운 인상도 머금는다. 이런 특성은 학현사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 p.86 서울과 뉴욕에서 학업과 실무를 경험한 이성관(1948~)은 40세 즈음이던 1988년 독립해 한울건축을 개소했고, 이듬해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였던 용산 전쟁기념관(1989~1994) 현상공모에 (건원건축과 함께) 당선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이후 4.3그룹의 동료들(특히 승효상과 민현식)의 신랄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전쟁이 과연 기념할 만한 것인지, 위압적 규모와 권위주의적 디자인이 결국 군사정권에 복무하는 것은 아닌지 등의 논쟁적 이슈로 인함인데, 심지어는 과거 독일의 나치 건축가 알베르트 슈페어(Albert Speer, 1905~1981)가 거론되기도 했다. --- p.97 아파트를 탈출해 단독주택을 짓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른바 ‘집장사 집’과 ‘건축가 집’ 사이의 실천적 대안을 보여준 것으로 의미가 크다. 마당 딸린 집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은 젊은 부부로부터 흙 내음 맡는 노년을 바라는 은퇴자에 이르기까지, 건축가 말마따나 “깃듦의 건축”을 소망하는 이들에게 살구나무집은 요긴한 참조점이 된다고 하겠다. --- p.109 아슐리안 주먹도끼로 대표되는 전곡리의 구석기 유물·유적과 익스뛰 아키텍츠의 미래주의적 디자인은 역설적이지만 효과적인 공존을 꾀한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라는 표현이 그 같은 공존을 여러 층위에서 말해주는 것 같다. --- p.123 ‘마시멜로(marshmallow)’라는 닉네임이 붙은 이 건물은 홍택과의 파트너십이 마감되던 시기의 작품이자 김찬중의 전체 포트폴리오 가운데 손꼽히는 대표작이다. 그러면서도 어떤 작품 못지않게, 이 평론이 프레드릭 제임슨의 견해를 참조해 말했듯, “산업화 시대에서 ‘탈산업화’ 시대로 전이하는, 더 정확히는 포디즘(Fordism)과 포스트포디즘(Post-Fordism)이 교차하고 있는” 시대상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 p.138 건축가는 위안부 여성들을 추모하고 일제의 잔악상을 알리기 위해 건물 안팎으로 “기억-추모-치유-기록”이라는 시퀀스의 공간을 구성해냈다. 비록 이 “서술적 박물관”은 디테일의 측면에서 몇몇 아쉬움도 노출했지만, 예산 등 여러 한계 속에서 당시 초식 건축가가 마련할 수 있었던 최고의 성찬을 진설했다고 하겠다. --- p.152 김수근의 벽돌사옥보다 20년 뒤 지어진 장세양의 유리사옥이 그 투명성을 바탕으로 20세기 말 새로운 시대를 지향했다면, 2000년대 초 이상림의 한옥은 인근 북촌을 출발점으로 한 새천년의 한옥 부흥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세 덩어리의 시간 켜가 응집된 공간 콤플렉스야말로 각각의 시대적 의미와 함께 한국 현대건축의 핵심 줄거리를 펼쳐보인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p.165 공간의 특성은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다. 영원히 남는 것은 인간의 마음의 본질이다. 영원히 남는 것은 건축의 실재이다. ‘공간의 집’은 우리의 생각을 담은 공간체계이다. 이 속에서 얻어진 생명력은 바로 ‘공간의 시’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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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기억과 정체성을 간직한 건축
건축물을 통해 사람과 공간의 관계성을 보다 『한국 현대건축 산책』은 저자가 한국건축가협회의 격월간 『건축가』에 기고했던 12편의 평론과 건축가의 말, 그리고 현재 관점의 해석을 덧붙여 엮은 책이다. 저자는 건축을 역사와 문화, 사회적 맥락을 담는 살아있는 유기체로 바라본다. 저자는 건축을 통해 도시가 변화하면서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설명하며,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한국 현대건축의 특성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건축물은 단순한 구조물을 넘어 도시의 기억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매개체이다. 인천아트플랫폼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도시재생에는 기존 건물의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창의적인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저자는 옛것과 새것, 공간과 사람, 건축과 도시의 조화 등 건축물에 구현된 건축가의 의도를 도시적 맥락에서 파악하며 개별 건축물이 성취한 의미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밀레니엄 이후 싹트기 시작한 한국 현대건축 이면에 담긴 서사를 12개의 렌즈로 살피다 저자 김현섭 교수는 건축을 살아있는 문화적 표상으로 여긴다. 건축을 보면 그 사회의 문화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건축은 도시의 문화적 서사를 재구성한다. 전통부터 미래에 대한 상상까지 과거-현재-미래를 오가며 도시의 기억과 정체성을 되새겨볼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한국 현대건축의 출발을 1950년대로 본다면, 2000년대가 그중 3분의 1을 차지한다. 오늘날 한국건축은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와 출판 등 활발한 교류를 통해 글로벌 차원에서 인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 책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건축된 11가지 건축물과 ‘공간 콤플렉스’라는 특별한 사례까지 총 12가지의 건축물을 통해 밀레니엄 이후 20여 년 동안 한국 현대건축에 누적된 시간의 층위를 보여준다. 건축가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상상사진관은 2003~2004년에 지어진 문훈 건축가의 작품이다. 건물주의 요구에 따라 드라큘라의 성을 모티브로 설계된 이 건물은, 건축가의 파격적인 상상이 현실로 구현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방철린 건축가의 탄탄스토리하우스는 길게 뻗은 형태의 건물 구조로, 공간의 흐름을 길고 유연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는 급격한 디지털화가 이루어지던 2000년대 초, 건축에 아날로그적 요소를 강조하며 공동체 의식과 인간성 회복을 꾀하려는 시도이다. 2006년에 완공된 최삼영 건축가의 갤러리 소소는 자연과 조화를 강조하며 친환경적인 방식을 추구한 목조건축물이다. 전통적인 목조건축 방식을 시대의 요청에 맞게 재해석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 공간이 되었다. 건축이 빚어내는 소통의 마법 조성룡 건축가가 지은 복합문화공간 지앤아트스페이스는 여러 개의 독립된 공간이 서로 군집된 구조로, 각 공간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소통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이러한 구조는 지역과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성에 대한 은유로, 건축이 어떻게 사람들 간의 관계를 만들어 소통을 이루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황순우 건축가의 인천아트플랫폼은 낙후된 지역을 예술?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도시재생 프로젝트이다. 건축가가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설계한 이 시설은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결속시키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영준 건축가가 설계한 학현사의 ‘내향적 미로’는 도시민의 소외된 익명성을 서늘한 접근 방식으로 드러낸다. 여러 겹의 시간을 아우르는 건축 이성관 건축가의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은 건물 취지에 맞게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한 작품이다. 한국 전통 사찰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결과로 과거-현재-미래의 공존이 화두다. 2007~2010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모색해온 한국 건축계의 흐름을 보여준다. 조남호 건축가의 살구나무집 또한 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에서 단독주택으로 향하는 알뜰한 귀거래사를 보여주고, 익스뛰 아키텍츠의 전곡선사박물관은 선사유적이라는 과거를 첨단미래적인 디자인에 담아 과거와 미래가 쇼킹하게 만나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 외에도 독보적 미감을 선보이는 패션 브랜드와 건축가의 특별한 콜라보를 보여주는 디자인의 폴 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 역사 인식을 공유하고 추모하는 공간으로 지어진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한국 현대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던 김수근의 공간사옥에 후계자들의 건물이 덧대어진 ‘공간 콤플렉스’(현재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사례를 통해 한국 현대건축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인다. 영원히 남는 것은 건축에 대한 사유 김현섭 교수는 건축가의 의도부터 설계과정과 공간 분석까지 종합적인 해석을 제시한다. 역사와 이론, 비평가의 시각을 겸비한 그의 분석에는 도시와 사람을 잇는 공간적 맥락과 함께 문화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있다. 또한 구체적인 메커니즘부터 문화적 쟁점이나 역사적 인식까지 스케일을 달리하는 여러 프레임으로 건축물을 해석하면서도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다. 정만영 교수의 추천사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멀리서 크게 보고, 가까이서 세밀하게 살피며, 위아래, 안팎의 다면적인 위치와 각도에서” 들려주는 『한국 현대건축 산책』은, 담론의 지평이 확장되길 기다려온 한국 건축계뿐 아니라 삶의 터전인 건축과 도시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책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