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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라는 소리 지겹게 들린다. 이래도 소통 저래도 소통, 소만 봐도 경기를 일으킨다는 분도 계신다. 대한민국은 소통에 미친 것 같다. 거의 소통 강박 사회다. 포스코의 ‘아는 만큼 가까워집니다’라는 광고에는 신입사원에게 셔플댄스를 배우는 40대 김부장이 등장한다. 몰래 훔쳐보고 책상 밑에서 다리를 달달 떨어가며 스텝을 복기하는 김부장의 모습에서 소생은 생존을 위한 중년의 처절한 몸부림을 본다. … 광고 카피를 들여다보면 더 가관이다. ‘김부장님, 젊은 후배와 친해지고 싶지 않으세요? 내일 출근하면 신입사원에게 셔플댄스의 스텝을 물어보세요.’ 이게 소통인가. 무슨 놈의 소통이 이토록 일방적이고 협박이며 강압의 틀을 썼는가.
P.13 ‘소통 강박’ 혹시 기회가 되어 소생에게 청춘에 대한 글을 써보라면 첫 줄을 이렇게 시작하고 싶다. 청춘, 듣기만 해도 끔찍한 단어다. 한없이 이어지는 검은 터널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지프스의 고난이 쌍으로 달려드는 지랄 악몽 같은 시기다. 아, 제목은 청춘예찬이 아니고 청춘애찬靑春哀讚. P.19 ‘청춘애찬’ 한동안 청춘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명사들이 지방을 돌았다. 소생, 살짝 의문이 들었다. 과연 저들이 청중을 정말로 이해하고 있을까. 무사 평탄 모범생 우등생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속칭 ‘지잡대생’들의 자기모멸과 불면의 밤에 기울인 소주잔의 무게를 헤아릴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그들은 진짜 아픈 게 어떤 것인지 모른다(고 소생은 감히 단정한다). 그래서 결국 해준 말도 스스로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건 네 자신뿐이라는 참으로 ‘서울대스러운’ 발상이었을 뿐이다. P.20 ‘우등생 인생들아, 모르면 말을 말어’ 제가 느끼는 지금의 한국 사회는 ‘불평을 조장하는 사회’입니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단 한 번 이뤄져 본 적이 없는 평등하고 공평한 세상을 마치 금방이라도 실현할 수 있는 것처럼 떠들어 대는 무리 때문에 세상 꼴이 이 모양입니다. … 인생은 내가 노력한 만큼 딱 거기까지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세요. 얻을 수 있는 행복 이상을 아쉬워하며 마치 빼앗긴 듯, 에잇 이 더러운 세상! 분노하지 마세요. … 사생결단하고도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말을 저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잘못된 세상을 진단하고 바꾸려는 노력과 허언虛言으로 불평과 핑계를 조장하는 짓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P.23 ‘불평을 조장하는 사회’ 수능을 못 본 당신, 나쁜 학벌을 예약했다. 학벌이 나쁘다는 거 별거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고르는 대신 남이 시키는 일을 주로 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 정도? 좋은 점도 있다. 밋밋하고 말랑말랑한 삶 대신에 거친 풍파와 싸우는 드라마틱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고 이 재미있는 걸 왜 진작 몰랐을까 탄복하는 즐거움도 있다. 어지간한 모욕으로는 상처받지 않는 내공이 생겨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군자적 풍모를 갖추게 된다. 이런 말 들어보셨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사생결단한 놈. 이제부터 뭘 하든 목숨을 걸고 하시라. 건투를 빈다. 인생은 길다. P.34 ‘수능시험을 망친 당신에게’ 우는 게 좋다고 한다. 핑계 잘 골라 우는 게 정신 건강에 무지하게 좋다고 한다. 사실이지만 딱 거기까지고 전혀 권장할 일이 아니다. 해 질 무렵 사무실 창밖 노을을 보며 눈물을 글썽여 보라. 명퇴할 때 됐다고 아예 광고를 하시는구먼 뒤에서 수군거린다. … 한국 사회, 이상하게 어젠다 하나 설정되면 우르르 몰려가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중년 남성이 울어야 할 때? 사회적으로 억압된 것이 남성의 눈물? 딱히 동의하지도 않으면서 덩달아 맞아, 맞아 하는 건 정말이지 줏대 없고 바보 같은 짓이다. 울지 말아야 할 이유에 한 가지 보탠다. 당장 죽는 것도 아닌데 왜 울어. P.55 ‘남자의 눈물’ 86년 늦은 봄날, 여대생 하나가 한강에 몸을 던졌다. ‘전위에 서지도 못하고, 민중을 사랑할 수도, 사랑하는 척 흉내도 낼 수 없어 떠난다’는 유서를 남기고…. 존중하고 싶은 80년대의 가장 슬픈 순교자. 일면식도 없지만 그녀에게 지면으로나마 국화 한 송이 올린다. 그렇게 힘들었나요. 그냥, 술이라도 마시면서 조금만 더 견디지 그랬어요. 어쩌면 80년대 자체가 거대한 프레임은 아니었을까. 뭔가를 결정한 사람들보다 결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욱 힘들었던. P.132 ‘나는 마신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5천 년 만에 처음 찾아온 행운이었던 ‘산업화’를 독재와 탄압과 공포와 강압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치겠다고 한다. … 역사 연구와 역사교육은 다르다. 부정적인 역사관을 가진 아이에게 밝고 명랑하며 긍정적인 삶은 절대 주어지지 않는다. ---P.112 「역사 교과서 논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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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불평사회! 불평, 눈물, 위로는 이제 그만!
습관처럼 불평을 조장하고 핑계를 부추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제는 이 시니컬한 분위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개념 없는 사람이 된 것 같기까지 하다. 거기다 공허한 위로, 집착에 가까운 소통 강요는 또 얼마나 무의미한지! 이제는 그만 작별을 고하고 싶다. 불평은 과잉이고 성찰은 결핍인 답답한 세상을 향해, 발칙하고 통쾌한 입담으로 한마디 던진다. ‘진짜 대한민국 글쟁이’ 남정욱 교수가 바라본 세상 이야기. 비非모범생 출신, 아주 특별한 멘토의 젠체하는 비판, 허황된 위로를 쪽 뺀 세태 풍자 칼럼집 세상에 쓴소리 던지는 책은 많지만, 남정욱은 조금 다르다. 우선 그가 걸어온 길은 여타의 추앙받는 멘토들이 살아온 우등생 인생과는 거리가 멀다. 혼자 힘으로 반평균을 떨어뜨린 전설(?)을 가진 그는 학창시절 록에 빠져 오로지 대학가요제에 나가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다. 영화계와 출판계에 몸담았다가 ‘우연히’ 응모한 소설이 당선되면서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되고, 대학에서 글 쓰는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 겸손한 성격 탓에 축소된 느낌도 있지만, 청년들 대상 강의하고 정치 평론집 쓰는 필자치고 사뭇 독특한 이력인 것은 사실이다. 방학 때 뭘 하면 좋겠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읽어라’ 한마디로 답하자 한 학생이 그에게 “선생님은 저희 나이 때 그 책 다 읽으셨어요?”한다. 그의 대답은 이렇다. “그랬으면 내가 지금 너희들과 이러고 있겠니.” 웃긴데 안 웃긴 골계의 유머, 글 전체에 스며들어 있는 지은이의 주특기다. 그에게도 불평불만의 총력전 같은 청년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지금은 다음 세대들에게(더불어 못난 어른들에게) 들려주고픈 말이 생겼다. 특히 중고등학교 시절 죽을고비를 넘어 명문대 타이틀을 딴 상위 10%가 아닌 ‘보통의 청년들’에게 해줄 얘기가 많다. 그는 지금 대다수의 청년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조언해주는 몇 안 되는 멘토다. 세상살이에 지친 중년에게는 가볍게 술 한잔 기울이며 사는 얘기 토로하는 친구처럼 친근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그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이야기이다.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비틀어 꼬집는 묘미가 있고, 정곡을 찌르는 메시지가 있는 다양한 주제의 칼럼들을 모았다. 이 책에서 그에게 순정마초라는 다소 ‘버릇없는’ 수식어를 단 것은 평소 잘 나서지 않지만 느릿느릿 할 말은 다 하는, 그러면서도 입을 열었다 하면 촌철살인인 그의 독특한 성품이 '상남자이지만 순정적인' 반전 매력을 지닌 순정마초라는 신조어와 어딘가 모르게 닮았기 때문이다. 그의 글은 신랄하면서도 결코 악질이 아니다. 쓴소리를 듣고 나서도 왠지 모를 미소가 여운으로 남는다. 그의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이유이다. 재미난 이야기처럼 술술 읽히고 어디에도 어깨에 힘은 들어가 있지 않다. 읽고 나면 허황된 꿈과 희망은 사라질지언정 인생에 대한 애정과 인간미는 가득 남게 된다. 반反역사 ? 반反대한민국 세력에 반대한다 우리가 기다려온 ‘말 통하는’ 보수 논객의 목소리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이제껏 흔히 볼 수 없었던 명랑하고 재기 넘치는 보수 논객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옹호하는 편협한 시각이 아닌, 솔직하고 속 시원한, ‘말 좀 통하는’ 보수의 목소리라는 점이 반갑고 신선하다. 그는 사람이 매사에 한가지로 보수나 진보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괴물도 아니고…”다. 사실 보수, 진보 구분 자체가 인간 역사에서 별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그것은 산업화 시대의 논리였고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이 기세를 떨칠 때 이야기였다. 지금은 재화와 용역을 만들어내는 대부분이 지식 노동이다. 진보는 마르크스가 역사 5단계설로 역사를 구분해 최종적으로 우리가 사회주의로 나아간다고 주장했을 때 그 사회주의에 가까울수록 진보라고 불렀다. 대신 보수는 프랑스 혁명 직후 이성을 잃은 광기가 프랑스를 피바람 속에 잠기게 한 것을 성찰한 끝에 급격한 변화가 인간과 사회에 다 유해하다고 주장한 것에서 출발한다. 이제는 혁명도 없고 사회주의도 없다. 이제 우리는 시장市場과 인간과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보수는 시장을 신뢰하고 부를 총체적으로 늘리는 것에 집중한다. 진보는 시장을 불신하며 부의 격차를 줄이는 쪽에 전력한다. 그래서 둘은 평행선을 달리는 듯하지만 결국 머리를 맞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다르다. 진보는 오히려 반反역사 ? 반反대한민국 세력이고 보수는 기득권 세력과 공집합이 많다. 그 둘을 다 털고 가야, 그 둘을 다 밀어낸 다음에 진정한 좌우, 보수?진보의 경쟁이 가능하다고 남정욱은 주장한다. 그래서 인기 없고 실속 없는 보수의 편에 섰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세상살이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에서부터 교육, 사회, 정치,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수록된 글 ‘문화 권력’(P.140)을 보면 문화계 전반에 실종된 보수의 목소리에 대한 아쉬움이 드러난다. 한편 ‘역사 교과서 논쟁’(P.110)과 ‘왜 성균관대 일색이지?’(P.133)에서는 자국의 근대상에 자긍심을 갖지 못하는 우리의 자화상을 꼬집으며 ‘대한민국은 반드시 태어났어야 하는 나라’라고 믿는 그의 긍정의 역사관을 피력하고 이른바 ‘깡통 진보’를 향한 비판적 시각을 보여준다. 정치적 사안을 다룬 글에서도 강요하지 않는 태도와 특유의 위트 넘치는 글솜씨 덕분에 평소에 정치적 논조의 책을 읽어본 적 없는 독자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 팬층 두터운 칼럼 ‘명랑소설’,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 이 책은 특유의 재기 넘치는 발칙한 발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조선일보〉 토요섹션 칼럼 ‘명랑笑說’ 연재분과 각종 매체에 실린 글 등 흩어져 있던 글을 한 데 모은 남정욱의 첫 풍자 칼럼집이다. 단행본에 맞게 다듬어지고 지면에서 미처 풀어놓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더해졌다. 그 때문에 때때로 어투가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만 특유의 쾌활하고 재기 넘치는 ‘글발’이 모든 글을 하나로 끌어안는 동시에 각각 살아서 춤추게 만든다. 청춘과 중년에 대한 단상, 교육, 사회 정치 등 주제별로 칼럼을 묶어 읽기 쉽게 배려했고, 만화가 임익종(필명:이크종)의 삽화가 더해져 재미가 배가됐다. 책은 총 네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장 ‘인생애찬’에서는 청년과 중년, 만만치 않은 인생살이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고, 2장 '아이들은 괴롭다‘에서는 우리나라 교육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지적한다. 저서 《꾿빠이 전교조》를 통해 전교조에 대한 유감을 표출해온 그가 전교조와 중고생 시국선언을 비롯해, 공교육 문제, 독서와 글짓기, 한자 교육 등 교육자로서 그가 느껴온 문제에 대해 논한다. 3장 ‘어른 없는 사회’에서는 사회, 정치 세태를 다루었다. 툭하면 북한을 애 취급하는 우리의 인식, 포퓰리즘의 복지정책 등을 거침없이 꼬집는다. 4장 ‘명랑한 세상사’에서는 문화, 역사, 예술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