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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동 주택에 들어서다
이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정이삭 건축을 기록하다 미완의 통로, 소멸과 지속의 균형 - 정이삭 구축을 기록하다 열 세 달의 기록을 시작하며 - 지연순 청파동 주택에 사용된 목재, 그리고 건축주 - 조재량 삶을 기록하다 함께 나이 드는 집 - 지연순×신은주 포럼과 전시로 남기다 일본과 서구 건축을 절충한 한반도 집: ‘청파동 주택, 1930~2024’ 포럼 - 박지윤 저자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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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동 주택에 들어서다
이 집은 무엇인가. 이 집은 일본의 것인가, 한국의 것인가, 일본도 한국도 아닌 서구 문명의 편린인가. 서구화가 곧 근대화라고 여긴 동아시아 3국의 근대화 사상을 동시대 건축가는 어ㄸ?ㅎ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한반도 건축의 근대성은 무엇인가. 아무것도 온전히 대답할 수 없다. 그래서 다시 질문해본다. 이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 집은 우리에게 그 끝없는 공상적 탐험의 질문들을 하나의 실천적 과제로 전환해준 선물이자 장소다. ---「정이삭 -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중에서 건축을 기록하다 청파동 주택을 ‘한반도 화양절충식 주택’이라고 정의했다. 주택의 준공 당시 원형은 193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화양절충의 건축양식이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반도의 풍토에 순화되어 지어진 건축물이다. 한반도 주택임을 강조하며 정의한 태도는 건축이 행위자 중심이 아닌 지어진 장소를 중심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특정 지역성이 국가의 경계로만 형성된다고 보기는 어렵기에 ‘한국’이 아닌 ‘한반도’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따라서 이 주택은 일본인이 한반도 지역에서 전통 일식 건축에 서구의 주택 문화를 더해 한반도 지역의 풍토를 반영해 설계 및 시공한 주택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전통 일식 목조 가옥에 서구 주택 양식을 일부 반영한 문화주택의 일종이면서,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듯 여러 시기 주거 문화의 혼종성이 두드러지는 주택이다. ---「정이삭 - 미완의 동로, 소멸과 지속의 균형」중에서 구축을 기록하다 예전부터 주민들은 이 집을 노란 집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보수 당시 철거한 외벽 주변이나 목구조재를 바로잡은 이후 외벽 크랙이 발견됐다. 벽체가 누락된 부분을 통해 외벽의 재료 구성이 목재와 자연 미장인 점을 알게 됐다. 같은 재료로 재현해 시공할 수 없는 여건으로 인해 와이어메시를 기존 목재에 고정시키고 자연 미장으로 메꾼 후, 기존 색상과 가장 유사한 색을 결정하고, 남측 외벽 일부에 색상 점검을 위해 도색을 했다. 예상과 달리 기존 벽과 다른 색상으로 표현돼 같은 계열의 색상으로 다시 2회 테스트한 후 시공할 범위와 색상을 결정했다. 외벽 전체를 새로운 색상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했으나, 비용 부담과 기존 건물의 독특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으로 결론 짓고, 기존의 노란색을 적용했다. ---「지연순 - 열 세 달의 기록을 시작하며」중에서 청파동 주택은 특별하게도 1, 2층 복도와 천장의 마감재로 정목 제재한 무절 판재를 사용했다. 판재는 무늬목 제재라는 일반적인 등식을 뒤집고 곧은결로 제재한 판재를 사용했는데 이로써 실내에서조차 무늬목을 이용한 곡선의 부드러움보다는 직선이 강조되면서 절제되고 정돈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용된 판재는 2푼(6mm) 두께로 제재한 뒤 노출되는 한 면만을 대패질하여 사용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곧은결 판재는 목재의 중심부에서 소량만 생산되는데 여기서 다시 옹이가 있는 부분을 제거하고 나면 비교적 작은 폭의 판재만이 남게 된다. 청파동 주택에서 천장 마감재로 사용된 판재의 폭은 도코노마가 있는 안방 천장이 폭이 1자(300mm)이고 복도 천장 마감재는 폭이 평균 5치(150mm) 정도다. 나무의 수심과 어릴 때 자란 옹이를 포함하고 있는 심재 부분을 제거하고 나서 폭 300mm가 되는 곧은결 무절 판재를 얻으려면 원목의 지름은 최소 80~90cm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목수들이 ‘애살’이라고 부르는, 나무의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수심과 가까운 생장부는 무절이더라도 나이테 간격이 상대적으로 넓어 이 부분을 다시 켜 내어야 한다. 따라서 나이테가 촘촘하면서도 일정한 곧은결 무늬 패턴을 유지하는 너비 300mm 판재를 얻으려면 원목의 직경이 최소 90cm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얼마나 까다롭게 목재를 사용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조재량 - 청파동 주택에 사용된 목재, 그리고 건축주」중에서 삶을 기록하다 지연순: 추위를 이겨내기가 가장 힘들었을 것 같아요. 더구나 창문들도 많은 편인 집에 속하잖아요. 신은주: 단열 창들이 아니다 보니 열 손실이 너무 많고,더군다나 천장이 너무 높아서 항상 추웠어요. 나중에는 공간의 높이를 낮추면 집안 내부의 열효율이 높아질까 해서 천장 아래 합판을 덧대어서 도배를 했지요. ---「신은주×지연순 인터뷰 - 함께 나이 드는 집」중에서 지연순: 1990년대 초라면, 굉장히 오랫동안 원래의 유리문을 쓰셨네요. 예전의 유리문들은 얇아서 겨울에는 한기가 심하게 느껴졌을 텐데요. 신은주: 겨울이 되기 전에는 할 일들이 무척 많았어요. 연못물을 퍼내고, 화분도 안으로 들이고, 연탄 들이고, 김장하고, 창문에는 비닐을 치고요. 보통 11월쯤 되면 월동 준비를 시작해서, 그때쯤에 마음이 무거웠어요. 문이 너무 많아서 얼마나 바빴던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웃음) ---「신은주×지연순 인터뷰 - 함께 나이 드는 집」중에서 포럼과 전시로 남기다 두 번째로 도미이는 ‘목구조의 근대화: 킷테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도미이는 먼저 지붕 마룻대에 고정되어 있던 판재에 적힌 상량문을 바탕으로 이 집이 세워진 시기는 1930년이며, 건축주는 야마자키 가츠사부로(山崎勝三郞)라고 설명했다. 그가 함께 공개한 당시 전화번호부에는 그 지역 내 살던 일본인의 이름, 전화번호, 직업과 같은 정보가 기재되어 있어 이러한 자료들을 교차 분석하면 그 지역 일대의 개발 배후에 대해 더 촘촘한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도미이는 청파동 주택의 특이점을 짚어나갔다. 그에 의하면 중복도 등의 내부 구성은 일식 가옥의 특징을, 지붕의 각도가 90도에 육박하고 지붕에 브레이스를 추가한 트러스 구조를 적용한 점은 서구의 방식을 따른 것이며, 처마가 없는 디자인은 일본에 비해 비가 적게 오는 기후의 한반도이기에 가능했다. 특히 지붕에 브레이스를 더한 구조는 동시대 일식 가옥에서도 드물게 발견되는 경향으로, 당대 일본 건축가와 건설업자들은 서구 건축 기술과 재료에 큰 관심을 보이며 벽돌과 돌, 시멘트 건축 기술을 습득하고자 했는데 목조건축 지붕의 트러스 구조 또한 이러한 흐름 중 하나다. ---「박지윤 - 일본과 서구 건축을 절충한 한반도 집: ‘청파동 주택, 1930~2024’ 포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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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여 년을 거치며 변용되어 온 건축물을
어떠한 기준으로 리모델링해야 할까? “이 주택의 유형적 특징과 가치를 드러내는 측면에서는 일식과 한식, 서양식의 우열 없이, 준공 당시의 건축적 특징이나 다양한 양식의 보기 드문 혼종적 경향, 그리고 사소하나 거주 과정에서의 소중한 기억의 단초가 될 만한 것들은 보존하거나 복원하고자 했다. 각 시대의 생활상이 반영 및 변용된 건축적 장치들은 최초 건축 당시의 원형과 변형된 당시의 원인, 그리고 현시점의 시대적 요구를 함께 고려해 수리했다.” - 정이삭, ‘미완의 통로, 소멸과 지속의 균형’ 중에서, 30쪽 청파동 주택은 원형의 보존적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재적 가치와 90여 년간 한반도의 풍토에 맞게 변화해 오며 우리 주택문화사를 기록해 온 가치를 동시에 품고 있다. 그렇기에 어떠한 기준으로 청파동 주택을 복원, 재생, 활용할지는 리모델링 작업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 집은 무엇인가. 이 집은 일본의 것인가, 한국의 것인가, 일본도 한국도 아닌 서구 문명의 편린인가.”(15쪽)라는 정이삭의 질문처럼, 청파동 주택의 리모델링 작업은 건축의 유형을 구분하는 데서부터 가치 판단을 요구한다. 여러 전문가의 자문과 조사를 거친 정이삭은 청파동 주택을 ‘한반도 화양절충식 주택’이라 명명하고, 일식과 서양식, 한식이 가져다준 특성 모두를 긍정하며 작업에 착수한다. 작업자들은 최초 건축물로의 원형 복원 혹은 리모델링 전 온전한 상태로의 보수와 같이 특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잡지 않고, “건축주의 의견, 실사용자에 맞춘 기능적 보수, 현시점 기술적인 여건”에 더해 “주택이 가진 특유의 미감”(175쪽)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다만, 작업자들은 청파동 주택의 작업 방식만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와 비효율을 경험했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 중이다. 포럼에서 한국 전통 건축의 특성을 현대인의 삶에 맞춰 작업해 온 건축가 조정구(구가도시건축 대표)와 문화재 관련한 연구와 수업을 이어온 이경아(서울대학교 교수)를 초청한 이유도 더 나은 혹은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조정구는 전통 건축이라 판단하는 나름의 기준을 건축의 ‘고유한 정취’라고 밝혔고, 이경아는 “한국의 정체성이 세계적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여러 기준에 의해 다양한 복원과 활용 방식들이 나타나는 사례에 열린 태도를 가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175쪽)는 의견을 전했다. 이처럼 『나이층: 청파동 주택 리모델링 기록』은 여러 문화와 시대가 충돌하고 융합된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건축을 어떻게 건축적으로 다뤄야 하는지 정답을 제시하는 책이기 보다는, “경험의 기록과 공유가 더 나은 다음을 만들 수 있다”(37쪽)는 믿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책의 구성 ‘청파동 주택에 들어서다’는 책의 내용을 안내하는 정이삭의 글에 더해, 청파동 일대의 필지 구분을 보여주는 시대별 지도와 주택의 물리적 변화를 중심으로 일괄한 타임라인으로 꾸려져 있다. 이는 청파동 주택의 저변에 자리한 개발, 생활 양식 등의 움직임을 짐작케 한다. ‘건축을 기록하다’에서는 정이삭이 청파동 주택을 작업하며 판단의 근거로 삼았던 건축가의 태도와 결정 및 실천들을 서술하고, 리모델링 전후 도면과 사진들을 소개한다. ‘구축을 기록하다’에서는 지연순이 열 세 달에 걸친 리모델링 과정을 공종별로 구분해 세세하게 설명하고, 조재량은 내외관에 쓰인 목조와 구조를 중심으로 청파동 주택이 가진 특이점을 짚어낸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청파동 주택의 외연을 넓혀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삶을 기록하다’에서는 지연순이 1959년 경부터 근래까지 청파동 주택에 거주했던 신은주를 인터뷰해 주택에 얽힌 건축주의 삶과 시선을 살펴보고, ‘포럼과 전시로 남기다’에서는 청파동 주택의 가치를 모색하고 공유하기 위한 자리였던 포럼, 전시 등의 활동들을 기록했다. 곳곳에 배치된 노경의 건축 사진들은 주택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청파동 주택이 가진 미적인 아름다움을 포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