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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혼합 우주 contents
인트로 스페이스타임 머신 안내서 006 픽션 스페이스타임머신 워치 018 지도 위의 상상: 마지막 서울을 훔쳐라 032 북 커버 러버 에세이 표지에 벌레는 그리지 말아주세요 042 책표지는 문일까, 현관일까 048 우리는 환원한다 053 에세이 봄의 삽 064 여름의 모자 068 가을의 고등어 084 겨울의 코트 088 북 커버 러버 에세이 북 커버 러버의 독백 1 가장 좋아하는 표지 디자이너 100 북 커버 러버의 독백 2 칩 키드 105 북 커버 러버의 독백 3 폰트 111 북 커버 러버의 독백 4 추천사 117 북 커버 러버의 독백 5 띠지 123 북 커버 러버의 독백 6 그림 129 픽션 허무주의자를 위한 크리스마스 특제 레시피 136 두부의 희열 154 베스트 레스토랑의 비밀 158 북 커버 러버 에세이 책표지의 얼굴 172 전집의 표지는 교복 같은 것일까 180 거대한 언어의 세계로 들어가는 작은 출입구 186 픽션 이리 탐정 198 모스키토걸 236 턱 밑 점 256 섬광소설 반복 266 낮에 했던 말들이 밤에 찾아왔다 270 아우트로 보풀의 세계 2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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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 하나는, ‘어째서 서울이 적혀 있었는가’다. 내가 그걸 발견할 것을 시계는 알고 있었던 걸까? 나는 처음으로 공간 여행을 했던 런던에 와 있다.
--- p.24 「소설, 스페이스타임머신 워치」 중에서 “그런 골목들이 많아야 도망치기도 좋고, 어디 짱박히기도 쉬운데 말야. 옛날엔 낭만이 있었는데…….” --- p.34 「소설, 지도 위의 상상: 마지막 서울을 훔쳐라」 중에서 작가에게 책표지는 북 디자이너가 그려준 풍경화일 수도 있고, 모든 곳을 돌아보고 난 다음에 그려보는 지도일 수도 있고,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처럼 드론으로 포착한 책의 아득한 표정일지도 모르겠다. --- p.52 「에세이, 북 커버 러버」 중에서 삽 끝이 흙을 파고드는 순간 수많은 알갱이들이 길을 열어주는 장면을 보았다. 볼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 본 것 같다. 봄은 향기이기도 하고, 온도이기도 하고, 색감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감촉인 모양이다. --- p.67 「에세이, 봄의 삽」 중에서 중요한 건, 어디서 멈추는가, 어디까지 닮게 할 것인가, 얼마나 다르게 그릴 것인가, 완성됐다는 걸 어떻게 알아차릴 것인가. --- p.107 「에세이, 북 커버 러버」 중에서 “그렇지. 먹고 마시고 즐기는 건 우리의 의무고, 오늘을 사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그건 누구 말이야?” --- p.138 「소설, 허무주의자를 위한 크리스마스 특제 레시피」 중에서 “개발이란, 누군가를 위한 게 아냐. 나를 위한 거지. 메뉴를 개발하다 보면 늘 깨어 있는 의식을 유지하게 된단 말이야. 여기 자주 오는 소설가가 그러더라고. 사소한 아이디어를 이야기로 만들어서 계속 굴리다 보면 행복한 기분이 든다고. 메뉴 개발 역시 비슷해. 장사를 하다가도 지금 개발하고 있는 메뉴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져. 나만의 비밀을 품고 있는 거지.” --- p.140 더 이상 기자로 일하지 않지만 나는 식당에 갈 때마다 주방을 기웃거린다. 거기에 엄청난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p.165 「소설, 베스트 레스토랑의 비밀」 중에서 새 소설을 준비할 때면 등장인물들의 얼굴부터 그려본다. 나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 p.172 「에세이, 북 커버 러버」 중에서 때로는 ‘마음껏 해봐’가 아니라 ‘이것만 지키고 마음껏 해봐’가 더 재미있을 수 있다. 한계는 아이디어의 출발이 되기도 한다. 직사각형 구멍을 창문처럼 만들 수도 있고, 종이처럼 만들 수도 있다. --- p.183 이구진 회장의 집은 늘 조용했고, 백기현은 하루도 농담을 거르는 날이 없었으며 비슷한 시간에 해가 졌고, 비슷한 시간에 다시 해가 떴다. 자신이 죽을 때까지 이대로, 아무것도 바뀌는 일 없이 이대로 세계가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p.209 「소설, 이리 탐정」 중에서 뻥이었다. 1단계도 없고 2단계도 없었다. “그럼 저는 구동치 씨 믿고 책이나 보고 있을게요.” --- p.225 “제자리에서 너무 많이 회전하면 앞으로 나갈 수가 없는 거네요, 그쵸?” --- p.259 「소설, 턱 밑 점」 중에서 그렇다면, 이 순간을 전에 산 적이 있고, 다시 같은 순간을 살아가는 중인 것이다. 몇 번이나 반복된 걸까? 얼마나 긴 시간 동안 반복이 지속된 것일까? --- p.266 「섬광소설, 반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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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2미터 길이의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작가의 책상은 우주선이 되어 까마득하게 먼 곳으로 날아간다. 어린 시절 동네, 가본 곳보다도 먼 곳, 가본 적이 없는 도시보다 먼 곳으로. 그리고 순식간에 돌아온다.
이 책은, 작가가 스페이스타임 머신을 타고 다녀온 시공간이다. 실린 글들은 모두 제각각이다. 소재나 주제도 다르고 형식도 다르고 길이도 다르다. 첫 시작은 책표지 이야기였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든 이야기가 작가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그 움직임의 순간이 이 책의 사진에 아직 남아 있다. 하늘, 식물의 무늬, 나뭇가지에 앉은 새, 하늘을 날고 있는 새, 새처럼 날아가고 있는 이파리, 농담의 모양을 닮은 듯한 동글동글 바위, 작가의 타임머신이 오간 흔적이다. 독자의 안락한 여행을 위해 소설(fiction)은 까만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듯한 네모 방 안에 고딕체로, 에세이(essay)는 흰 페이지 안에 명조체로 구분하여 담았다. 독자는 ‘신개념 혼합 우주’로 통하는 검정과 흰 문을 자유롭게 여닫으며 소설가가 다녀온 그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소설을 읽다가 어느새 에세이를 읽는 기분에 빠진다. 소설 안에 사물과의 인터뷰도 나오고, 눈이 내려야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도 나온다. 사계절 에세이를 읽으면서 골목의 풍경으로 빠진다. 신비로운 거미줄 같은 이야기들이다. 과묵하게 유머러스하다. 아름답게 모호하다. ‘모호하여 분명’ 아름답다. 작가의 이 말을 믿고 그 세계로 떠나보면 어떨까. “몰두하는 순간,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어. 여러분, 책을 읽으세요,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요.” 독백과 상상과 능청과 거짓말과 비밀과 현실이 뒤섞여 있는 세계에서 독자는 약 같은 소설 속 대화를 건네받기도 할 것이다. 우리의 능력을 의심하는 버릇을 잊은 채, 어디로든 사라져버릴 수 있는 초능력이 점차 생겨난다. 가능한 일이다. ‘책은, 스페이스타임 머신’ 안에서는. 작가의 말 글을 쓸 때면 둘 중에 하나부터 고르게 된다. 시간, 아니면 공간. 가끔은 두 개를 한꺼번에 정할 때도 있다. 어디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가. 언제 일어나고 있는 일인가. 글을 쓰려고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현실을 잊고 환상 속으로 진입한다. 글쓰기는 내게 타임머신과 비슷하다. 어린 시절에 뛰어놀던 동네를 떠올리고, 골목에서 뛰어놀던 아이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면 글은 나를 거기로 데리고 간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걱정하고, 이루고 싶은 꿈들을 상상할 때면, 글은 나를 미래로 데리고 간다. 나는 현실에서 글을 쓰면서 음악을 듣고 인터넷으로 내일 먹을 밥의 재료를 주문하면서, 동시에 과거나 미래나 미지의 공간에 머물고 있다. 타임머신을 발명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나는 이미 타임머신 보유자다. 책의 시작은 ‘북 커버 러버’였다. 북 커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북 커버 러버’의 어감이 좋았고, 책표지 이야기를 연재했다. 오래전부터 책표지를 좋아했다. 책표지는 늘 비밀의 문 같았고, 다른 세계로 나를 데리고 가는 토끼굴 같았다. 책표지를 열었을 때 뜻밖의 풍경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처럼, 책표지 이야기 뒤에다 다양한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생활 에세이 같은 글도 있고, 짧은 소설도 있고, 조금 긴 소설도 있다. 읽는 순간 새로운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글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