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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김중혁 작가의 4년 만의 장편소설. 꿈을 저장하고 해석해주는 회사 ‘달리’를 배경으로 자본과 욕망을 다층적으로 표현했다.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꿈의 세계는 과연 낙원이 될 수 있을까. SF적 상상력과 치밀한 스토리가 탁월하다.
2026.07.16.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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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꿈에 들어가볼 수 있다면, 일일 체험 정도는 권하고 싶다. 물론 꿈에 들어간다는 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고, 일이 잘못됐다가는 나처럼 꿈에서 헤맬 위험도 있으니까 모든 사람에게 권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삶의 끄트머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p.20 “루팅은 달리의 비밀 서비스예요. 고객들의 꿈 아카이빙을 이용해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여는 거죠. 보통의 마인드업로딩 방식은 정신을 정보 단위로 추출해서 이전하는 거잖아요. 루팅은 생애 전체의 기억, 인지의 흐름 전체를 꿈의 세계에 정착시키는 방식이에요. 좋아하는 꿈을 50개 정도 고르면, 인간의 ‘소울’을 꿈 아카이빙 속에다 넣을 수 있어요. 죽기 전에 루팅을 하면 영원히 죽지 않고 꿈에서 살아가는 거죠.” ---p.29~30 모든 사람은 죽음이나 종말에 점점 가까워지는 삶을 살고 있다. 자주 잊어버리지만 태어나는 순간 죽음과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축지법을 쓰는 것처럼 성큼성큼 죽음에 다가간다. 한가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든 것이 귀찮게 생각됐지만, 그럼에도 내가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것은 갈라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일단 시작된 일을 끝까지 매듭짓고 싶은 경찰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p.115 “아연 씨, 저는요, 과정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사는 게 어차피 결론이 정해져 있잖아요. 모든 사람이 죽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이고, 정해진 결말이잖아요.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뭘 어떻게 중간에 반전을 줘도, 엄청나게 자극적인 엔도르핀 주사를 맞아도, 결론은 정해진 거잖아요. 그럼 어쩌겠어요? 저는 오늘 하루 즐거울 거예요.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거, 안 믿어요.” ---p.136~137 “갈라에 들어가면 다 해결되잖아요. 거긴 행복한 상태의 현실 같아요. 고통도 없고 싸움도 없고, 그냥 좋은 일들이 계속 이어지잖아요.” “거긴 내가 없잖아요.” “왜 없어요. 행복한 기억이 윤서 씨를 둘러싸고 있고, 그 모든 기억이 윤서 씨잖아요.” “내가 선택해서 얻는 게 아니고, 그냥 주어지는 거잖아요. 오늘 실수하고 바보 같다고 후회하고, 다음 날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조금씩 나아지고, 어떤 날에는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그런데 전보다는 덜 힘들어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내가 선택한 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삶이 아니면 난 재미없어요.” ---p.137~138 행복한 영상을 바탕으로 꿈을 제조하는 갈라에서도 악몽은 존재한다. 악몽은 일종의 버그 같은 것이고, 인간의 무의식에 버그가 끼어 있지 않으면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순수한 행복의 결정체로만 꿈이 구성돼 있다면 갈라의 구조는 지금보다 훨씬 허약했을 것이다. 시멘트와 물만 섞었을 때 쉽게 균열이 생기듯 갈라의 구조 역시 악몽과 잡념이 자갈과 돌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p.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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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저장해드립니다!
꿈이 낙원이 되는 순간, 인간의 육체는 어떻게 남겨질까 조력 사망이 합법화된 근미래, 인간의 육신을 탐하는 가장 달콤하고 서늘한 비즈니스가 있다. 죽음의 방식을 인간이 결정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릿해진 시대에 스타트업 ‘달리’는 인간의 꿈을 영상으로 저장하고 변환해주는 혁신적인 디바이스 ‘달리글라스’를 선보이며 VIP 고객을 불러 모은다. 온갖 부가서비스를 더해 이용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리던 ‘달리’의 종착지는 결국, 인간이 원하는 꿈을 직접 맞춤형으로 제작해주는 본격적인 뇌파 제어 시스템 ‘갈라(GALA) 서비스’였다.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만 하면 그 어떤 악몽도 없이 완벽한 단꿈을 체험할 수 있다. 불면과 트라우마, 가혹한 현실에 시달리던 현대인들에게 단 10분에서 30분만으로 8시간 이상의 완벽한 단잠 효과를 느끼게 해준다는 이 고가의 서비스는 마약보다 빠르게 번지며 사람들을 더 깊게 중독시켜 나간다. 사람들은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이 완벽한 ‘가짜 낙원’에 기꺼이 중독되기를 자처한다. 그러나 달콤한 꿈에 취해 눈을 감은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서늘한 어둠의 세계다. 자본과 권력의 정점에 선 악의 축들은 각자의 욕망을 접점으로 인간들을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꿈의 세계에 가둬둔 채, 주인 잃은 그들의 육신을 마음대로 하는 끔찍한 범죄 비즈니스를 구상한다. 몸이 없어도 정신이, 기억이 꿈속에서 살아 있다면 우리는 영원히 사는 게 될까? 영생을 향한 비뚤어진 욕망과 인간을 철저히 상품화하려는 거대 악의 음모. SF적 상상력과 팽팽한 범죄 미스터리를 정교하게 결합해낸, 김중혁이 직조한 이 몰입형 꿈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도망치고 싶던 그 현실, 실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단 하나의 진짜 세계 가짜 낙원의 유혹 앞에서,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스러운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꿈이다 아니다』는 팍팍하고 괴로운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은밀한 욕망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고통 없는 완벽한 꿈의 세계는 얼핏 구원이자 도피처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을 계급화하고 육신을 상품화하려는 추악한 범죄와 거대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이 서늘한 음모와 맞닥뜨리며 깨닫게 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그토록 도망치고 싶어 했던 ‘진짜 세계’의 가치다. 아무리 완벽한 기술이 가짜 낙원을 제공할지라도,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슬픔을 나누고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오직 발을 디디고 선 현실뿐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소설은 기술의 발전이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무너뜨리는 이 시대에, ‘인간답게 산다는 것’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조력 사망이 합법화되고 정신의 영생이 가능해진 세계에서, 우리는 고통을 지우기 위해 기꺼이 육신을 포기할 수 있는가, 아니면 불완전하고 유한할지라도 삶의 매 순간을 정면으로 마주할 것인가. 김중혁 작가는 이 거대한 서스펜스의 끝에서, 죽음과 삶을 대하며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할 ‘작고 순한 의지’의 본질임을 나직이 일깨워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