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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서유구
이명훈 저
교유서가 202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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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망해촌
2. 손을 떼고 싶습니다
3. 금수저의 탑
4. 키위
5. 회심
6. 서형수의 유배
7. 쇠스랑 자루의 질감
8. 어설픈 농부
9. 이상한 사람이야
10. 돌쇠와 함께
11. 오회연교
12. 소름
13. 땜장이를 뒤따르며
14. 잔혹한 지혜
15. 겨울에서 봄
16. 다시 모인 식구
17. 이중 혁명
18. 둔전
19. 김기백 회장
20. 토갱지병
21. 추자도
22. 일상
23. 전립투
24. 솥과 도마
25. 우리 조선은 바늘 하나 만들지 못한단다
26. 허를 기르는 것이다
27. 김달순 옥사
28. 우보
29. 창자를 끊어내는 아픔들 속에서
30. 가지 않은 길, 가지 못한 길
31. 이운(怡雲)
32. 욕망은 더 큰 욕망으로
33. 노비의 거문고 소리를 들으며
34. 안과 밖
35. 내일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1961년 청주 출생. 서울대 불문과 졸업. “이명훈은 굴곡 깊은 체험으로 삶의 다양한 풍경을 겪어왔다. 문학이라는 통과의례를 그는 오래도록 치르고 있으며, 어쩌면 고통 가득한 그 여정은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는 매일 문학으로 죽고, 매일 문학으로 살기 때문이다.” 2000년 <현대시>에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데뷔. 2003년 <문학사상> 장편소설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 2004년 장편소설 『꼭두의 사랑』(문학사상사) 발간. 2018년 단상집 『수저를 떨어뜨려 봐』(들녘) 발간. 2023년 소설집 『수평선 여기 있어요』(북마크)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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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3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130*200*30mm
ISBN13
9791194523222

책 속으로

서유구는 인생이 끝장났다는 느낌에 등골이 시렸다. 숙부의 유배는 자기 자신, 아니 집안 전체가 붕괴할 신호였다. 조정에서 숙부를 단칼에 내치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 「1. 망해촌」 중에서

조상호의 말뜻을 규철도 느끼긴 했다. 서유구는 무미건조하면서도 낯선 구석이 있었다. 가령 그는 『시경』에 주석을 달 만큼 시에도 능숙했다. 그런데도 시를 멀리했다. 늘그막에 쓰긴 했지만, 시적인 풍류완 거리가 멀었다. 브레히트의 시에 나오는 문장 같은 것도 설핏 엿보였다. 19세기 중엽에 선비가 그런 시를 썼다니, 성리학에 절은 조선 시대에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볼 만한 여지가 있었다.
--- 「2. 손을 떼고 싶습니다」 중에서

시대만 탓할 게 아니다. 김조순과 사대부들만 못된 게 아니었다. 나도 잘못 살아왔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 다시 태어나겠다. 새로운 마음을 세워 시골로 가야겠다. 시골에서 농부로 살아갈 것이다. 농부로 거듭날 것이며 농업에 관한 책, 농서를 쓸 것이다.
--- 「5. 회심」 중에서

눈이 내렸다. 어린 뽕나무는 흰 눈을 맞고 있었다. 감나무, 봉선화, 분꽃의 마른 가지들도 눈을 맞으며 세밀한 수묵화의 한 장면이 되어갔다. 장독대의 항아리에도, 부추, 파를 심었던 텃밭에도 흰 눈이 소복소복 쌓였다.
--- 「15. 겨울에서 봄」 중에서

홍경래의 난이 조선을 휩쓰는 동안 서유구는 가슴만 쥐어뜯고 있었을 뿐이었다. 부패에 찌들고 탐욕에 눈이 뻘게진 관리들, 그들에게 삶을 다 뺏겨버리고 피골이 상접해진 백성들……. 그 가엾고 고단한 삶에 단비를 내리며 분노의 포효로 내달리는 말발굽소리가 한편으로 착잡하고 후련하며 무섭기도 했다. 몰반과 신흥 부농, 상인과 광산 노동자, 빈농 들에게……. 그 거칠게 달려나간 뒤의 앞이 보이지 않는 먼지가 뒤덮였다.
--- 「24. 솥과 도마」 중에서

“그렇지 않다. 무릇 사물을 기르는 데 허(虛)가 있고 나서야 실(實)을 기를 수 있고 그제야 온전한 것이란다. 반드시 허와 실을 함께 길러야만 비로소 완전체라 할 수 있단다. 노자가 말하지 않았느냐? ‘집에 문을 뚫어 밝게 만들려면 그 방이 비어야 방의 쓰임이 있다’라고 한 그 말, 없다는 것은 허(虛)이다. 허를 기르는 것이야말로 실을 기르는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 「26. 허를 기르는 것이다」 중에서

우보가 물러나자 유구는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온 쓰디쓴 물을 목구멍으로 다시 넘겼다. 땅 문제는 가슴에 박힌 또다른 앙금이었다. 시골로 낙향한 후론 땅 없는 사람들, 특히 땅을 빼앗겨 통곡하는 사람들을 부지기수로 보아왔다. 삼정의 문란 즉 세금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 바탕인 땅 자체의 문제도 심각했다. 세금과 땅은 깊게 결합하여 조선을 송두리째 말아먹는 괴물이었다. 그 썩은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사람들을 황폐시키고 있었다. --- 「28. 우보」 중에서

현자들은 이상세계를 꿈꾸고 온 힘을 다해 그 세계가 실현되면 유유히 떠난다는 말이 있지만 유구는 『임원경제지』의 마지막 글자를 써놓고는 홀가분함보다는 오히려 착잡과 허무 속에 있었다. 짙은 공허 속으로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서조모, 숙부, 형님, 형수님, 우보, 손주들, 조카들……. 먼저 간 핏빛 그리움들이 다녀갔다.
--- 「33. 노비의 거문고 소리를 들으며」 중에서

오비거사 서유구, 그는 허를 통해서 실을 보려고도 했다. 규철은 다시 생각했다. 실을 통해 실을 보려는 사람, 실을 허로 보려는 사람, 허로 허를 보려는 사람으로 나뉘어도 사람에 대한 대강의 그림은 그려질 것 같았다.

--- 「35. 내일」 중에서

출판사 리뷰

무너진 조선, 흩어진 가족, 부서진 꿈
오래된 역사에서 탄생하는 오늘의 초상

이 소설은 조선 후기 지식인의 삶을 복원하며 역사가 오늘날에 어떤 실천적 역할을 제시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임원경제지』가 집필된 시대적 배경과 서유구가 처했던 정치적 환경이 소설에서 현재의 맥락으로 재해석된다. ‘김달순 옥사 사건’을 조사하던 규철은 서유구의 기록을 접한다. 서유구는 사대부 중심의 관료 체제에서 농업과 상업 개혁을 고민했다. 그는 기근과 토지 운영 방식 등의 문제를 연구하며 현실적 대안을 모색했다. 출판사 사장의 요청으로 연구를 이어가던 규철은 서유구가 고민했던 문제가 오늘날의 농업 및 환경 위기와 맞닿는다는 점을 발견한다. 기후 변화, 농업 정책의 구조적 문제, 생태계 파괴는 서유구가 다뤘던 식량 부족, 토지 운영 방식의 모순,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문제와 긴밀히 연결된다. 서유구는 직접 땅을 일구며 농사를 실험하고 새로운 농업 방식을 고민했다. 규철은 과거의 기록이 단순한 지식을 넘어 현실을 바꾸려는 실천적 도구였다는 점을 깨닫는다. 기록의 의미와 지식의 실천적 가치를 되짚으며 조선 후기 개혁가의 사유에서 오늘날에도 중요한 통찰을 찾아낸다. 그렇게 서유구의 사상은 규철을 통해 다시 읽히는 것이다.

“인생을 송두리째 허비했다고 말하는 사람”,
오염 속에서 창조를 모색하다


서유구는 자신의 삶을 다섯 단계로 구분하고 이를 모두 ‘비(費)’, 즉 허비된 시간이라 칭했다. 태어나 관직에 오르기까지, 관직에서 시골로 낙향하기까지, 망해촌에서 자급자족하며 연구에 몰두한 시절, 다시 관직으로 복귀한 시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 모든 삶의 국면을 그는 ‘소비된 시간’으로 규정했다?. 이 소설에서도 비(費)는 중요한 단어다. 규철은 서유구가 왜 자신의 삶을 허비된 것이라 보았는지 고민한다. 서유구가 목격한 조선의 몰락과 현대 문명의 붕괴가 서로 겹치는 순간 규철은 기록과 실천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다. 과거의 비(費)가 낭비가 아니라 필연적인 소멸과 창조의 과정이었음을 인식한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오염’을 꼽았다. 정치적·환경적·사회적 오염이 만연한 시대를 살아가던 중 우연히 서유구를 알게 되었다. 그의 삶을 작품화하는 데 칠 년이 걸렸다. 서유구라는 인물을 다루면서도 단순한 역사적 복원이 아닌 서유구의 고민과 사유를 현재의 맥락에서 다시 읽는 데 집중했다. 작가는 서유구가 조선 후기에 직면했던 문제들과 현대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이 유사하다는 점을 그려내며 기록이 어떻게 시간을 넘어 오늘날에도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묻고자 했다. 서유구의 백과사전을 현대적 시선으로 재조명한 이 소설에서 역사와 창조의 의미가 반추되기를 바란 것이다.
리뷰 총점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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