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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ㅣ 더이상 참고 살 순 없소
아내는 존경받고 싶지 않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한판 승부 그것은 크고 장대하여... 왜 마님은 관 뚜껑을 열었을까 당신은 여섯 번째 귀신도 손든 여자 아홉 번 밥 짓는 여자 첫날밤에 생긴 일 누가 새신랑으로 알았겠소? 숫돌을 위해 제2장 ㅣ 달디단 꿀맛을 어디에 비할꼬 하늘로 오르고 땅으로 꺼지다 두 말 닷, 닷, 닷 되 당신은 최고의 무적 두 처녀는 궁금하다 네 번째 사내가 좋아요 부인에게 절을 한 까닭 너무도 아름다운 그대여 귀여운 핑계 고양이의 병 여자인가, 남자인가? 누가 내 몸을 희롱했구나 제3장 ㅣ 무엇이 헤프고 무엇이 밝힘이냐 내 아내를 탐한 손님 진정한 공처가 밤에 개소리가 나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누가 모를 줄 알았소? 옥중 대화 난 호박이 좋아 흑흑흑... 내 팔 내놔 어떤 음탕한 삼대 말리고 다시 합시다 당찬 어린 신부여 추천사 ㅣ 우리 다같이 '마님 난봉가'를 불러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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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성(性) 이야기
《마님 난봉가》는 사랑스런 에로 버전 만화책이다. ‘사대부집 정실 마님’으로 수동적이면서도 정적인 이미지로 박제화되어 남아있는 우리 옛여인들이 장차현실의 손을 거쳐 솔직하고 대담하면서도 화끈한 모습을 드러냈다. ‘장애’와 ‘여성’을 화두로 그림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장차현실의 신간인 《마님 난봉가》는 가장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정치적인 ‘섹스’라는 화두를 여성의 시각으로 유쾌하고 즐겁게 그려냈다. 흔히 하는 표현 중에 ‘남자는 짐승’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남성들의 성욕이 ‘절제할 수 없는 것이라 바로바로 해소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반대 논리 중의 하나도 남성의 성욕은 참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소할 수 있는 경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 이면에는 선천적으로 여성과 남성은 성욕을 느끼고 표출하는 데 차이를 지니고 있다는 왜곡된 사회의식을 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여성과 남성의 성욕이 생물학적인 차이가 아니라 사회적인 환경에 의한 차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면서 여성의 성욕을 새롭게 인식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즉 ‘정숙한 여인’에 대한 사회적인 기대가 여성의 성욕을 무의식적으로 또는 의식적으로 억압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자유로운 성의식을 표출하려는 시도들이 여성들 사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성 포털 사이트인 마이클럽이나 팟찌닷컴 등에서는 성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고, 여성을 위한 포르노 사이트를 지향하는 팍시러브넷 회원수는 무려 9만 명에 이른다. 또한 출판계에서도 여성의 몸과 성을 다룬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즐거운 딸들》《벌거벗은 여자》《여성, 그 내밀한 지리학》《아주 작은 차이》 등의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그동안에는 여성들이 자신의 성욕을 드러내거나 공공연하게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온 게 사실이다. 장차현실은 이런 금기를 깨뜨리며 여성의 시각으로 여성을 위한 성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냈다. 지금이야 성에 대해서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만큼 프로 아줌마가 된 장차현실이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불감증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자신의 몸과 성에 대해서 무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뿐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들이 성에 대한 무지를 미덕인 양 여기는 것을 보고 이런 모순에 대한 항변으로 일명 ‘밝히는’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내게 되었다. 성관계를 가진 후 ‘귀이개로 귓속을 긁는 건 귓속의 가려움을 그치게 함이지 귀이개를 위해 긁는 것이 아니지’라며 으스대는 남편에게 ‘숫돌에 칼을 가는 사람이 도리어 숫돌을 위해 칼을 간다고 말하는 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라고 당차게 반박하는 마님의 이야기, 글을 잘 짓는 사내, 무예가 뛰어난 사내, 재산이 많은 사내보다 양경에 망태기 가득 돌을 든 사내가 더 좋다는 응큼한 처녀 이야기, 조신하게 첫날밤을 보내야 했으나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버려 남편에게 쫓겨나 어머니에게 혼이 나면서도 ‘한창 신바람 났는데 누가 새신랑으로 알았겠소?’라고 말하는 발칙한 처녀의 이야기 등 《마님 난봉가》는 이처럼 당당하게 ‘밝히는’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기존의 성에 관한 만화에서 여성들은 주체가 아닌 그저 대상이었다. 터질 듯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풍만한 엉덩이로 형상화되는 여성들은 싫다고 거절하면서도 남성의 손길만 닿으면 신음을 질러대며 남성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도구일 뿐이었다. 하지만 장차현실의 손에 의해 그려지는 여성들은 남자들과 똑같이 성에 대해 궁금해하고, 자신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성에 있어서 스스로 주체가 되어 행동하는 여성들이다. 특히 여성들도 성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화 속의 섹스 장면은 거의 다 여성 상위로 표현된다. 이 책 속의 여성들은 비단 성에 있어서만 주체적인 것은 아니다. 자신을 골려준 시아버지에게 똑같이 복수를 하는 당찬 며느리, 탈바가지를 모시라는 시댁 식구들에게 잡귀를 모실 수는 없다고 탈바가지를 도끼로 내리친 며느리, 재취한 것이 부끄러워 꼭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만 남기고 떠난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보다 자신의 발로 찾아가 당당히 안방을 차지한 어린 신부 등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는, 자신의 삶에 있어서도 주도적인 여자들이다. 장차현실은 현대보다 더 자유롭고 당당하게 성을 즐겼던 우리 옛 여인들의 이야기를 해학과 풍류를 통해 보여준다. 여성의 시각으로 새롭게 풀어낸, 당당하게 성을 즐기는 ‘색녀’들의 이야기는 여성들에게 ‘자신의 몸을 제대로 알고 즐기자’라는 건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 허세에 찬 남성들을 향한 통쾌한 복수 《마님 난봉가》는 자신의 성적 욕구나 성에 관해 대담한 여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들도 성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한편으로는 가부장제 속에 고착화되어 있는 남성들을 골려주는 당찬 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남성들의 허위의식을 폭로한다. 평소 여종에게 음탕한 마음을 품은 선비. 이를 눈치챈 여종이 틈을 보이지 않자 애가 탄 선비는 ‘밤에 들어가서 덮치면 순순히 말을 듣겠지’라며 캄캄한 밤을 틈타 방으로 몰래 들어간다. 하지만 당찬 여종은 주먹으로 선비의 얼굴을 때려버린다. 얻어맞고 쫓겨나 부모님께 들킬까봐 개소리를 내는 선비 이야기는 ‘여자들은 일단 밀어 붙이면 꼼짝 못한다’고 믿는 남자들을 향한 여자들의 통쾌한 복수라 할 수 있다. ‘여자의 NO는 YES다’, ‘마음에 드는 여자는 일단 밀어 붙여라’, ‘여자는 강한 남자에게 약하다’ 등 여성의 의사를 무시하는 남성들의 태도가 여성들에게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강한 남자 신드롬’에 빠져 있는 남자들을 향한 통쾌한 복수를 통해 유쾌한 웃음을 전달한다. ●●● 일상의 즐거운 성을 위하여 《마님 난봉가》에서 그려지는 성은 일상적이다. 인터넷을 열면 홍수처럼 쏟아지는 야동이나 포르노에 그려지는 성이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다면 이 책에 그려지는 성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생활에 뿌리를 두고 있다. 노년에도 성을 즐기는 노부부의 이야기나 아이들을 심부름 보내고 몰래 성관계를 갖는 부부 이야기 등은 우리 일상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다. 저자는 이런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성이라는 것이 대단하고 은밀하며 저속한 무언가가 아니라 남녀간의 건강하면서도 건전한 일상적인 행위라는 것을 보여준다. 남녀간의 교감이며 서로에 대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따라서 성을 다루고 있지만 그의 만화는 자극적이거나 외설적이지 않고, 유쾌하다 못해 즐겁다.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그의 그림이 주는 부드러움도 있지만 우리의 일상을 닮아 있어 더 편하고 친근하게 읽힌다. 저자가 만화를 통해 ‘자신의 몸을 알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이유는 제대로 알게 되면 솔직해질 수밖에 없고, 솔직해지면 서로가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물론 나 자신만을 위한 몸, 나 자신만을 위한 성이 아니라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존재로서의 몸과 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성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을 여자와 남자에게 《마님 난봉가》는 효과적인 ‘성 치료약’이 될 것이고,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 잡아주는 ‘성 교육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