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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프롤로그 1장. 시우(時雨) 2장. 조우(朝雨) 3장. 그리고 조우(遭遇) 4장. 인연의 붉은 실, 적승(赤繩) (1) 5장. 인연의 붉은 실, 적승(赤繩) (2) 6장. 인연의 붉은 실, 적승(赤繩) (3) 7장. 취우(驟雨) 8장. 사랑은 폭우와 같이 <2권> 9장. 심연 10장. 달무리 11장. 비꽃(雨花) 12장. 사랑 13장. 파랑새를 찾아 14장. 침묵 15장. 태풍 16장. 사랑이 나른 기적 17장. 해바라기 에필로그 Side Story: Sexy Bom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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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객실을 찾아 들어오는 동안, 윤의 심장은 선불 맞은 노루처럼 사납게 뛰었다. 여자는 첫인상과 달리 대담했고, 정열적이었다. 쿵. 소리 내어 닫힌 객실 문에 정신이 들 만큼 그들은 안으로 들어서면서부터 깊은 키스에 정신없이 몰입했다. 서로의 육체에 더 깊고 진하게 닿지 못해 안달이 났다.
“잠깐.” 윤의 입술이 떨어졌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거친 숨을 내쉬는 상대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윤이 여자의 턱을 커다란 한쪽 손으로 감싸고 그 입술 위에서 으르렁대듯 물었다. 야수처럼 발달한 그의 후각이 잡아낸 것은 미처 만개하지 않은 여자의 청순한 향기. 그것에 묘하게 어울린 관능. 여자는 미성년자처럼 어려 보이는 얼굴 위로 아찔하리만치 관능의 미가 흘렀다. 깊고 긴 눈매에 도발적인 색기가 흘렀다. “아무래도 미성년자 같아.” 여자가 피식 웃었다. “상관있어?” 여자가 술기운에 흐느적거리는 몸을 윤에게 기대 왔다. 말랑한 몸이 정신을 산란시킨다. 여자의 짧은 스커트 아래 드러난 희고 매끈한 다리가 윤의 단단해진 중심으로 대담하게 파고들었다. 훅, 더운 숨이 여자의 귓가로 쏟아졌다. “어차피 하룻밤 즐길 것, 상관없잖아.” “넌 상관없을지 모르지만, 난 상관있다, 꼬마야.” 윤의 표정이 대번에 일그러졌다. 여자의 몸을 떼어내려 했다. 열기 오른 몸이 찬물이라도 확 끼얹은 듯 경직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말하지만, 하룻밤 아니다. 난 그런 거 취미 없거든.” 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누군가에게 한눈에 반해서 정신 못 차린다는 얘길 들었을 때 오만하게 비웃었는데, 아마 이제 자신이 비웃음을 당할 처지일지도 모르겠다. 춤추다 눈 맞은 상황에서 할 얘기도 아닌 듯했다. “가지 마.” 냉정히 떨어지려는 그의 허리를 여자가 덥석 끌어안았다. 기분 나쁘다는 듯 칭얼거렸다. “너도 갈 거야?” 여자는 취한 것이 확실하다. 의혹의 빛이 섞인 시선으로 윤이 여자를 바라봤다. “실연이라도 당한 듯한 표정이군.” “실연? 훗.” 여자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 웃음이 윤의 심장을 지르르 건든 것도 모른 채, 이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그대로 입술을 삐죽거렸다. 흐릿해진 눈빛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 “미성년자 아니야. 그리고 돈이 오가는 관계를 원하면 그것쯤은 내가 너한테 줄 수 있어.” “돈?” 윤의 눈가가 움찔 경련을 일으키며 굳었다. “하룻밤의 대가.” “뭐?” 하도 어이가 없어서 윤은 쿡 웃고 말았다. 겉보기에는 정말 멀쩡해 보이는데, 만취한 것이 분명하다. 무표정하고 냉소적으로 보이다가도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그러다 또한 무언가에 분노한 듯 반짝이는 여자의 오묘한 눈빛이 발칙해 보인다. 그 눈빛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대충 참을 수 있었다. 손아귀에 휘어잡으면 그의 한 줌 거리도 될 것 같지 않은 조그만 여자가 자신을 갖고 노는 것을 알면서도 윤은 귀엽다는 듯 속아 주었다. “단, 만족스럽지 않으면 못 줘.” “만족? 갈수록 가관이구만.” “천국…… 같은 곳으로 보내줘 봐.” “천국?” 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입술 끝에 피식 웃음이 묻었다.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천국은 같이 가는 거다, 꼬마야. 그리고 분명히 알아 둬라. 난 일회성엔 관심 없어.” 윤의 손끝이 여자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고 있었다. 뽀얗게 드러나는 살결, 그리고 감미로운 곡선이 그의 숨을 멎게 했다. 한 번도 경험 못한 전율이 머리끝까지 강타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건가. “사랑이라도 하길 원해?” 여자가 무심하게 물었다. 어느새 그녀의 손길도 윤의 티셔츠 자락을 걷어 올렸다. 마치 경험 많은 여자처럼 그녀의 입술이 탄탄한 윤의 가슴에 닿았다. 불길이라도 닿은 듯 근육이 잘 발달한 그의 복부가 움찔거렸다. 참지 못한 윤이 몸을 떼자, 그녀의 볼멘소리가 바로 이어졌다. “그런 건 별로 믿지 않는데…….” 결국 참지 못한 윤이 여자의 몸을 침대로 밀어뜨렸다. 거친 손길로 스커트를 홱 걷어냈다. “잘됐어. 잘된…… 거야. 모든 것을…… 잊으면…… 돼.” 여자의 마지막 중얼거림을 윤은 싹 무시했다. 혼잣말 같은 그 말끝이 흐려진 것도 알지 못했다. 오늘을 잊으면 안 되지, 꼬마. 오늘은 너와 내 첫날이니까. 윤의 눈빛이 빛났다. 당장 그 여자의 입술을 막고 깊게 키스했다. 상대를 향한 탐닉의 손길에 불이 붙었다. 광란의 밤이 지난 새벽. 지난밤 마신다기보다 들이부었던 알코올의 취기가 가시기도 전, 침대에서 일어나 앉은 윤은 멍한 표정을 지울 수 없었다. 뒤통수를 둔기로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띵했다. “하!” 이미 차가워진 옆자리를 돌아보며 지난밤의 뜨거웠던 기억이 꿈이었나 의심했다. 하지만 꿈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은 그의 손에 쥐어진 종이뭉치들. 윤은 어이가 없어 벌어진 턱이 아래로 빠질 것 같았다. 채 옷도 갖춰 입지 못한 그의 손에는 빳빳한 백만 원짜리 수표 열 장이 예쁘게 놓여 있었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