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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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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깊은 산에 어이 오래 머물겠는가?
다정한 꽃과 새가 날 놓아주질 않는구려. 왜 사람 없는 적막 산중에 깃들여 사느냐고? 산속이 적막한 것은 자네 마음이 적막한 까닭일세. 피고지고 또 피는 저 꽃들, 아침마다 잠을 깨우는 새들. 정다운 저것들을 두고 어찌 여길 떠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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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上事多半是有名無實
세상일은 대부분이 유명무실하다. 겉만 그럴듯하지 알맹이가 없는 사람. 세상엔 이런 사람들뿐이다. 알찬 사람은 겉보기에 보잘것없다. 겉만 보고 판단하니 속이 보이지 않는다. 껍데기에서 찾으려 드니 늘 속는다. --- p.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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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나보다 나으니 해될 게 무에랴.
내가 남보다 나은 것은 복이 아니다. 남이 나보다 낫다면 기쁜 일이다. 나는 그를 축복해 주겠다. 그가 남보다 앞서가는 것이 내게 무슨 해가 되랴! 내가 남보다 나은 것은 아무래도 꺼림칙하다. 뒤에서 보는 눈빛들이 곱지가 않다. 삼가고 삼가서 몸을 더 낮추어야겠다. --- p. 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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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산당인보≫에 서문을 실은 박제가는 이 책에 실린 전각을 일러 "글은 짧아도 뜻은 길고, 채집한 것이 넓고 담긴 뜻은 엄정하였으니 국풍(國風)의 비흥(比興)이요, 이소(離騷)의 원망하고 사모함이며, 일반 백성들이 부르는 노래의 한숨과 영탄인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1년간 교환교수로 대만 정치대학교에 머물면서 열심을 내어 전각을 익힌 정교수도 "한획 한획 칼날이 긋고 지나간 자리마다 간난(艱難)과 고민의 한 시절을 살았던 선인들의 열정과 애환이 아로새겨져 있음을 분명히 느낀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각은 서예와 조각, 회화와 구성을 포괄하는 종합예술이다. 돌 하나하나의 구성과 포치도 그렇지만, 그 행간에 옛사람의 숨결이 뜨겁게 담겨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짧은 글귀에는 선인들의 깊은 지혜와 자연의 이치, 시비와 애오를 녹여 없앤 욕심 없는 마음, 구애받지 않는 자유롭고 떳떳한 삶에 대한 갈망 등이 담겨져 있으며, 군자와 선비가 가야 할 길, 도를 향한 마음, 덕업과 학문을 향한 정진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저녁이 아름다운 삶, 화통하고 신의로운 삶을 살도록 우리를 이끈다. 박제가는 다시 옛 선인들의 글을 일러 "시원스러워 어리석은 자를 지혜롭게 할 수 있고, 우뚝하여 여린 자를 굳세게 할 수 있으니 소인은 원망하는 마음을 평안히 하기에 충분하고, 군자는 그 바른 기운을 붙들기에 족할 것이다. 진실로 명리(名理)의 심오한 곳집이요, 사명(辭命)의 자물쇠를 여는 열쇠이며, 용렬한 자의 물건을 자르는 칼이고, 무너지는 풍속의 버팀 기둥이다."라고 표현하였다. 이 아름다운 잠언집을 보고 있노라면 옛사람의 맑고 정갈한 정신이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