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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5
1장 어머니의 생애 15 어머니의 양친 18 5세, 모친을 잃다 19 12세, 부친을 잃다 21 22세, 둘째 오빠의 시베리아 억류와 사망 22 24세, 결혼. 28세, 큰딸의 요절 25 삼남매의 어머니이자 아내로서 26 64세, 남편과의 사별, 몽골 성묘와 이후의 생활 29 2장 어머니의 일기와 생활 37 1기: 67~75세 ─ 뒤늦게 온 어머니의 청춘, 살며시 다가온 세월의 발소리 42 67세(1991년) “가방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꼭 안고 있었다” 43 68~75세(1992~1999년) 인생의 집대성과 엔딩 노트48 68세(1992년) “1시 28분 남자아이 출생, 52.5센티미터 3694그램” 48 69세(1993년) “희미하게도 등나무 꽃송이를 살랑 흔드는” 50 70세(1994년) 몽골 성묘 57 71세(1995년) “노인이란 이런 것인가” 59 72세(1996년) “도라야키 쇼크인가?” 60 73세(1997년) 예루살렘으로 62 74세(1998년) “내 장례에 관한 노트, 예의 서류철에 넣어두다” 65 75세(1999년) 이탈리아 여행 “올해도 무사히 저물어간다” 69 2기: 76~79세 ─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생활, 인지 기능 저하와 싸우다 76 76세(2000년) 세탁소 소동 “절대 정신을 놓지 않도록 심신을 다잡자” 77 77세(2001년) “귀찮아서 죽으로 때웠다” 85 78세(2002년) “도쿄 요양원에 들어가고 싶다” 97 79세(2003년) “비참하고, 부끄럽고, 어서 사라져버리고 싶다” 110 3기: 80~84세 ─ 늙음에 휘둘리는 나날, 무너져가는 자아의 공포 19 80세(2004년) “이대로 정신을 놓아버린다고 생각하면……” 119 81세(2005년) “끝내 온 건가?” 135 82세(2006년) 이대로 정신을 놓을까 보냐, “힘내! 레이코!” 56 83세(2007년) “정신을 놓아버린 것 같다…… 정신을 놓았다!” 179 84세(2008년) “하루하루 정신이 흐려지는 것 같아서 무서워 견딜 수가 없다” 209 4기: 85~87세 ─그 후의 어머니 257 85세(2009년) “전화를 너무 많이 건다고 혼이 났다” 257 86~87세(2010~2011년) “오랫동안 감사했습니다” 274 86세(2010년) “힘들다고 하잖아!” 274 86세(2011년 1~4월) “빨리 뭐라도 좀 해줘” 281 86~87세(2011년 5월) “잘 가요” 284 3장 인지증이란 무엇인가 295 알츠하이머형 인지증이란 무엇인가 297 알츠하이머 인지증 급증 현상의 의미 298 알츠하이머병 완치약 개발은 가능한가 301 어머니에 대한 진단을 생각한다 303 4장 어머니의 여로 311 후기 317 감사의 말 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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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지증을 전문 분야로 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인지증이 심해지며 자택에서 생활하기가 어려워져 요양원(노인 홈)에 입주하게 된 어머니의 짐 정리를 도왔던 저는, 어머니의 책장에 나란히 꽂혀 있는 많은 일기장을 물려받기로 했습니다. 인지증 전문의로서,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던 어머니가 일기에 무엇을 기록했는지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 때문’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일을 허락해주었던 어머니는 이때도 ‘연구 때문’이라는 제 부탁에 두말없이 자유롭게 사용하라고 허락해주었습니다.
--- p.6 자신의 정신 기능, 인지 기능에 이상이 일어났음을 스스로 깨닫고서 불안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인지증이 아니더라도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는, 정신 기능의 이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려 하는데 환자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병세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 p.7 어머니가 스스로 그려내는 인생 이야기를 날실로 삼고, 어머니의 일기에 남아 있는 일상사며 늙어가는 어머니의 주변에서 우왕좌왕하는 우리 가족의 당시 심경을 씨실로 삼아 새로운 한 장의 태피스트리로 직조해보면, 그것은 어머니의 개인적인 기록인 동시에 어머니가 살았던 시대를 생생하게 그려낸 두루마리 그림과도 같습니다. --- p.9 이 책의 중요한 주제는 알츠하이머형 인지증으로 진단받은 한 여성이 손상된 인지 기능을 통해 외부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느꼈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인지증을 이해하기 위한 실용서가 아닙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어머니의 일기를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의 일기로서, 언어 속에서 병의 조짐을 찾는 방식으로 읽지는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p.11 “미도리가 야마나시山梨에 가서, 나는 오후에 일본어교육학회의 강좌를 들으러 도라노몬에 갔다. 가방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꼭 안고 있었다. ① 과도하게 지치지 않기 ② 쇼핑으로 짐을 늘리지 말기 ③ 졸지 말기”(11월 30일). --- p.47 4월 5일(월) 마누엘에게서 TEL. 토요일 수업에 왔다고 한다. 토요일 수업에 양해 구하는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면목이 없다. 요즘 역시나 주의가 조금 산만하다. 이른바 망령이 난 건지 걱정. 브라질의 낸시에게서 사랑스러운 편지가 와서 위로가 되었다. 어서 빨리 답장을 보내려고 했는데, 주소가 쓰여 있지 않다. 아키미에게 알아봐달라고 부탁해야겠다. --- p.57 3월 18일 저녁에 마사히코 오다. 세탁소에 돈을 다시 지불했다고 한다. 그쪽에서 장부를 보여주는데, 어찌해도 양보가 안 되고 싸워도 방법이 없어서 그냥 내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충격이었지만, 그러는 편이 어른스러운 사고방식인지도 모르겠다. 나로서는 불만이지만, 아들에게 맡긴 일이고 차분하게 해결되었으니 멀리서 와준 게 고맙다. 밤에 M(장남 마사히코, 저자)이 A가 화를 내더라고 했는데, A도 시간이 지나면 이해할 것이다. 다 같이 나를 걱정해주니 면목이 없다. 절대 정신을 놓지 않도록 심신을 다잡자. --- p.82 10월 15일 점점 머리가 멍해지니 비참하다. 차분하게 정신이 흐려지는 수밖에는 없지만…… 오후, 미코가 쇼핑에 함께 가주어, 도부[백화점]에서 하얀 블라우스를 한 장 샀다. 미코는 휴일 온종일 주방에 서서 이것저것 만들고 있다. 내가 불을 쓰지 않아도 되도록 대비해주고 있다.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내일 여행 준비, 고맙다. 이제 앞으로 여행을 갈 수나 있을지? 몸 상태나 이런저런 걸 생각하게 된다. 마사히코가 여행비를 내줬다. 모두 마음을 나눠주는데 나는 멍하게 있으니 면목이 없다. 적어도 귀엽고 다정한 할머니가 되도록 노력하자. 내일은 드라이브, 만세! --- p.1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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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의 미신을 타파하는 실재의 기록
삶이란 매번 뒤늦게 도착한 것들과 어긋나는 것들로 빼곡하다. 이를테면 어머니 말년에 도착한 열망, 충동, 의욕 같은 것들이다. 어머니는 다이쇼(1912~1926년) 말기에 태어나 쇼와(1926~1989년) 초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제2차 세계대전과 청춘이 맞물렸고 패전 후에는 곧바로 결혼해 가정생활에 전념했다. 사별 후에야 단카 모임, 피아노 레슨, 스페인어 공부 등으로 열정적인 생활을 만끽했지만, 아들의 눈에는 인지증을 부추길 만큼 부산했던 날들이기도 했다. 노화가 어머니를 잡고 늘어지며 삶의 속도를 늦출 때도 어머니는 ‘이제부터 만회하겠다’는 마음을 다급하게 먹었다. 이는 어머니만의 존재 방식이기도 했지만, 동시대에 나고 자라 노인이 된 세대의 해소되지 않은 염원이기도 했다. 저자가 엮은 기록들은 내밀한 미시생활사이자 동시대 일상사이기도 하다. 한편 저자가 그 기록을 반추하며 깨닫는 것들 역시 한발 늦게 도착한다. 문장들은 당시에 알 수 없던 어머니의 속내를 꺼내 보인다. 전화를 자주 한다고 다그친 것, 짜증을 섞어 대답한 것, 자식들 의도대로 어머니의 거처를 논한 것, 인지증으로 인한 실수겠거니 하고 넘겨짚은 것…… 그때마다 어머니는 주변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부터 유리된다는 소외감을 느꼈다. 뒤늦게 일기장을 읽으며 얻은 깨달음은 저자의 마음에 응어리진다. 저자는 그 자신이 전문의로서 누구보다 인지증을 잘 알기에 오히려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관찰, 판단, 결정을 유보한다. 어머니가 “나는 원래 덜렁대곤 하니까”라고 쓴 것처럼 그 역시 어머니의 변화를 감지하고도 “우울증? 혹은 인지증일까. 원래 그런 성격이기는 했다”라고 쓰고 마는 것이다. 그조차도 그때는 몰랐지만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확언하는 순간 사태를 걷잡을 수 없다는 두려움이 저자 마음에 스몄고 이는 시간이 흘러 후회로 돌아온다. 저자는 당시 자신의 일기를 꺼내 같은 날짜에 쓰인 어머니와 아들의 기록, 혹은 환자와 의사의 기록을 대조해서 보여준다. 아들이자 의사로서 사적이고 공적인 성찰을 교차시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어머니와 저자 외에도 차남, 딸, 며느리 들 역시 어머니의 병태를 살피고 기록을 주고받았다. 더해진 기록들은 추상적으로나 분류되던 질병의 테두리에 구체적인 형상을 부여한다. 이로써 우리는 인지증 환자의 주관적인 괴로움에 얼마나 둔감했는지를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인지증 환자를 기억 또는 정신과 요원한 존재로만 바라봤던 정신의학의 미신은 실재하는 기록 앞에서 무색해진다. 이 책의 저자를 비롯해 많은 의학 전문가는 알츠하이머병은 노화에 따른 불가피한 것으로, 이를 완치하는 약이란 사실상 불가능한 바람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인지증 환자의 가족이거나 잠재적 당사자로서, 그리고 초고령사회의 일원으로서 ‘나이 듦’에 따른 인지 기능의 저하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하고, 맞이하며 살아야 할지 질문해야 한다. 이 책은 여정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