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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읽기
텍스트 해석의 한계를 에코에게 묻다 양장
강유원
미토 200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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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일
1시과
3시과
6시과
9시과까지
9시과 이후
만과
종과

제2일
조과
1시과
3시과
6시과
9시과
만과 이후
종과
한밤중

제3일
3시과
6시과
9시과
만과
종과 이후 그리고 한밤중

제4일
찬과
1시과
3시과
만과
종과
종과 이후

제5일
1시과
3시과
6시과
9시과
만과
종과

제6일

제7일

뒷말

저자 소개 1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철학, 역사, 문학, 정치학 등에 대한 탐구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 지식과 공통 교양의 확산에 힘써 왔다. 오랫동안 개인 플랫폼에서 ‘책읽기 20분’을 진행했으며, CBS ‘라디오 인문학’과 KBS 제1라디오 ‘책과 세계’ 등 방송에서도 전문 서평가로 활동했다. 《책》 《책과 세계》 《주제》 등의 서평집과 《인문 古典 강의》 《역사 古典 강의》 《철학 古典 강의》 《문학 古典 강의》 《숨은 신을 찾아서》 《에로스를 찾아서》 등을 썼으며, 《경제학 철학 수고》 《철학으로서의 철학사》(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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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12월 1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99쪽 | 317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0687289

출판사 리뷰

에코 → 이윤기 → 강유원 / 1980 → 1986 → 2000
『장미의 이름』은 1980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간됐다. 저자인 움베르토 에코는 당시 52세였고, 이 책은 그의 첫 번째 소설이었다. (소설을 쓰기 전에도 이미) 세계적인 기호학자이며, 동시에 뛰어난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평가받고 있던 그는 (소설을 쓴 후) 뭇 사람들에게 소설뿐 아니라 소설 밖의 궁금증도 풀어줘야 했던 모양이다. 소설이 발간된 지 4년 뒤에 쓰여진 그의 『‘장미의 이름’ 창작 노트』에는 그가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됐는지, 그리고 소설의 무대는 왜 하필 중세였는지 등이 적혀 있다. 그는 그의 ‘창작노트’에서 소설을 쓰게 된 동기로 ‘열망’ 하나만을 꼽았다. (읽는 이들은 좀 뜨악했겠지만) 그는 “그것만으로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중세가 배경이 된 이유로는 자신이 ‘동면 중(冬眠中)’인 중세학자 이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중세라면 준비 운동은 충분히 되어 있던 셈”이라는 말과 더불어).
여하튼 에코는 해박한 인류학적 지식과 기호학적 추리력을 중세로 옮겨놓아 문학적인 성공(유럽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은 메디치 상과 스트레가 상 등을 수상했다)과 함께 상업적인 성공(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출판된 곳마다 여지없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을 동시에 거뒀다.

이 책이 한국에 출간된 사연도 남다르다.
해방 이후 최고의 출판 번역자로 불려지는 이윤기는 1984년 이 책을 번역했지만 막상 출판해 주겠다는 출판사를 만나지 못했다. 원고는 2년 넘게 겉돌았고 다행히 지인의 도움으로 1986년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이윤기는 재차 자료 조사를 통해 자신의 번역을 보완했고, 500개에 이르는 각주를 달아 6년 뒤인 1992년 개역판을 내는 열성을 보여준다. 1992년 전까지 국내에서 모두 12쇄가 인쇄되었던 『장미의 이름』은 개역 이후 2000년 신판을 낼 때까지 (개정판만) 다시 42쇄를 인쇄해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그는 개역판 후기를 통해 “『장미의 이름』은 내가 낸 1백여 권의 역서 중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준 책이기도 하고 나를 가장 비참하게 만들어 준 책이기도 하다”고 술회했다.
그런 그가 2000년 다시 『장미의 이름』 신판을 준비하게 된다. 그가 『장미의 이름』에 다시 손을 대게 된 건 전적으로 이 책 『장미의 이름 읽기』 저자 강유원 때문이었다.

2000년 3월 강유원은 A4 60장 분량의 두툼한 원고를 ‘열린책들’에게 보낸다. 이 원고는 『장미의 이름』 번역본 중 무려 3백여 군데의 부적절한 번역, 빠져 있는 부분 및 삭제해야 할 부분을 지적하고 있었다. 철학을 전공했던 그는 대학에서 『장미의 이름』을 텍스트로 중세의 철학과 지성사에 대해 학생들에게 강의하던 중 원문과 다른 부분 그리고 원문의 뜻이 곡해될 소지가 있는 용어들을 발견했고, 이를 한국어판을 출간한 출판사에 보냈던 것이다. 번역자인 이윤기는 강유원이 보내준 원고를 받고는 자신에게 잘못이 있었음을 흔쾌히 인정하고 3번째 번역작업에 들어간다. 강유원이 지적한 300개 중 260곳을 받아들여 다시 신판 작업을 한 것이다.(이 과정에 대해서는 『장미의 이름』 신판에 실려 있는 이윤기의 후기 <‘장미의 이름’에다시 세 번째 손을 대며>에 자세히 실려 있다)

이렇게 『장미의 이름』은 수차례 변신을 시도했다. 에코 자신이 『장미의 이름』은 ‘열린 작품’이라고 공언했던 대로 한국에서만도 번역자와 독자에 의해 작품이 수차례의 변신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이런 변신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은 『장미의 이름』 마니아가 있다는 것 외에도 상, 하권 공히 70쇄 이상 인쇄되었고 3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대중적인 소설이라는 점에서도 찾아낼 수 있다.

텍스트와 컨텍스트

『장미의 이름』 읽기를 시도한 강유원의 의도는 프롤로그에 자세히 밝혀져 있다.
“제법 배웠다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텍스트를 재미 삼아 뜯어서 아무 데나 붙여서 제멋대로 읽어대는 일을 대단한 학문적 행위로 간주하는 요즘, 제대로 된 텍스트 읽기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비장함과 함께 『장미의 이름』이라는 텍스트 속에서 (에코의 의도대로) 중세의 역사와 학문으로의 여행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강유원의 의도는 최근 고전을 현대적으로 풀어낸다면서 저자의 뜻과 전혀 상관이 없는 엉뚱한 텍스트로 바꿔버린 세태에 대한 날선 비판이 동시에 포함되어 있다. 최근 『열하일기』를 새롭게 읽어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고미숙씨에 대한 비판은 이런 그의 생각을 짐작해 낼 수 있다.
“연암의 웃음과 역설은 흉내 내고 있으나 불온한 사회 비평 정신은 온데 간데 없다. 외려 프랑스의 얼치기 유목주의자 - 프랑스는 들판이 아주 넓어서 유목에 적절한 환경을 갖췄다고 할 만하다 - 에게 빌린 상투어 두어 개 와 이상야릇하게 재해석된 마르크스의 언어가 ‘열하일기’ 해석 에 동원되면서 연암은 졸지에 18세기 판 개그 작가로 전락한다.” (「문화일보」 2004년 3월 11일자, <강유원의 사서 읽은 책>)
에코가 말한 다음의 대목은 강유원의 이런 생각과도 일맥상통한다.
(일부 평론가들이 『장미의 이름』을 포스트모던 소설 범주로 포함시키려는 것과 관련해) “불행히도 <포스트모던>이라는 말은 ‘전가의 보도’ 같은 술어이다. 나는, 사용자가 편리할 대로 쓰는 바람에 이 용어가 아무 데나 쓰인다는 인상을 받는다. 심지어 이 용어를 소급해서 사용하고자 하는 기도가 보이기도 한다. 처음에 이 용어는 20세기 후반의 작가나 화가들에게나 해당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20세기 초의 작가나 화가들에게도 적용되더니 여기에서 더 소급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소급 현상은 날이 갈수록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아 머지않아 포스트모던의 범주에 호메로스까지 포함되게 될지도 모른다”
에코 스스로 『장미의 이름』은 ‘열린 작품’이라고 말했지만 흐름과 맥락을 끊어내고 모자이크 처리해 자신의 구미에 맞는 이론으로 바꿔버리는 텍스트 해석은 분명히 반대했음이 분명했다. 현재의 이론을 ‘소급’하는 것으로 그 시대를 이야기하고자 한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특히나 『장미의 이름』은 역사 소설이다. 역사소설은 기존하는 세계 위에 허구를 올려놓은 것이다. 때문에 그 어느 작품보다 작품의 배경, 즉 컨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것이다. 중세의 역사를 빼놓고 『장미의 이름』을 읽는 것은 연암이 살았던 시대를 넘겨짚고 『열하일기』를 해석하는 것과 같다.
때문에 이 책에서도 강유원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중세’, ‘교회사’, ‘지성사’ 등등 작품의 배경이 되는 것들이다.

아욱토리타스(권위)의 지배
- 책 속으로

중세의 수도원은 지혜의 보고요, 지식의 용광로였다. 하지만 『장미의 이름』의 배경이 되는 14세기가 되면 상황이 조금씩 달라진다. 수도원의 권위는 위협받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이지 아무도 확인할 수 없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을 매개로, 아니 그 속에 등장하는 ‘웃음’을 매개로 『장미의 이름』은 도전받고 있는 교회의 권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에코는 수도원의 이야기를 하지만 그곳에는 중세의 위기도 포함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여기서 대립하고 있는 두 등장인물은 호르헤와 윌리엄 수도사다.
이들에게 아리스토렐레스라는 ‘상징’은 어떤 의미였을까?
아리스토텔레서의 철학은 중세 철학에 있어 트로이의 목마와 같은 존재였다. 중세 철학은 인간의 이성으로써 초월적인 신을 논증하고자 하였지만 신을 논증하기에 마땅한 이성적 도구가 없었다. 12세기가 되자 아랍 세계에서 보존되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전들이 서양에 유입되면서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그의 자연철학은 『성서』에서 도출되는 것들을 보충했다. 그것은 또한 비판적 추론에 필요한 도구와 개념적 원천을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굳이 신을 개입시키지 않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만으로도 세계를 설명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의심들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하였다. 교회는 심각한 이론적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윌리엄 수도사는 ‘정통’을 넘어선 사람이다. 그는 프랜시스 베이컨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음을 소설 속에서 여러 차례 드러내고 있다. 프랜시스 베이컨을 비롯한 당대의 철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던가? 근대의 학자들은 텍스트의 권위에 기대어 끊임없이 전거만을 찾는 것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없는 방법이라 보았다. 그리하여, 데카르트 같은 이는 자신의 학문의 출발점으로 모든 것을 의심하는 방법론적 회의주의를 세우기도 하였고, 베이컨은 ‘새로운 기관’을 정립하기도 하였다.
이런 외부적 사정 외에 교회 내부의 문제까지 파고 들어가면 사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청빈논쟁을 둘러싸고 베티딕트 수도회 그리고 프란체스코 수도회는 격렬히 대립한다. 그리고 이 양축 사이에서 또 다른 분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에코는 이 두 조직을 웃어넘기고 있다. 청렴이 주제였으나 결국은 권력이 문제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욱토리타스와 권력의 문제. 이 책의 저자 강유원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저자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이 물론 소설 읽기의 전범은 아닐 것이다. 텍스트를 해석하는 방법은 물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를 통해서 ‘소급’해 자신의 구미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의도대로 읽겠다는 것. 이것이 ‘해설자’인 강유원의 목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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