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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_아내의 이름

아내의 이름 / 너, 지금 어디 있니? / 아직은 아니야 / 사랑법 / 행복 / 아들의 전화번호 / 내가 그리는 바다는 / 아내의 운동화 / 요즘 나는 울면서 산다 / 행복이라는 것은 / 착각 / 이사 / 어느 여름날 오후 / 꽃샘추위 / 내가 두려운 것은 / 황혼을 바라보며 / 거울이 나에게 / 지하철에서 / 둘이 있어도 우리는 혼자다 / 폭염 / 의자가 있는 자리 / 아내는 강이다 / 삼계탕

2부_사랑한다는 것은

나도 아플 때가 있어요 / 아내의 일흔아홉 번째 생일 / 자전거 타기 / 꽃 / 된장찌개를 끓이며 / 아내는 거짓말쟁이 / 너, 살아났구나 / 인연 / 소꿉장난 / 나의 기도 / 그대 이름은 / 아직 모르겠니? / 사랑한다는 것은 / 무좀약을 바르며 / 나도 만나고 싶다 / 나는 누굴까 / 문 / 아내의 음악 소리 / 형님 산소에서 / 우리집과 ‘우리집’ / 몰라 / 내 몸이 나를 떠나겠다고 위협한다 / 내 아내는 화가다!

3부_내가 웃는 까닭은

아내는 시한폭탄 / 모과가 웃는다 / 내가 웃는 까닭은 / 공원에서 / 어느 날 밤에 / 이루의 하루 / 여름날 / 카톡이 왔다 / 아내의 시간여행 / 내가 누구지? / 아내의 다리 / 꿈(1) / 꿈(2) / 꿈(3) / 감사할 제목 / 부부의 힘 / 친구의 한마디 / 나무 / 아버지 산소에서 / 로또복권 / 가족사진 / 아버지 말씀 / 의류 수거함

4부_아내의 시간

결혼기념일 / 팔월 / 기역, 니은, 디귿 / 목 / 돌멩이 하나 / 아내의 구두를 닦다 / 농담 같은 / 아내의 시간 / 딱, 두 번 / 아내는 일류 배우다 / 치매 환자 / 나이 팔십은 / 희망사항(1) / 희망사항(2) / 아내의 핸드폰 / 남성을 보다 / 아내도 때로는 나처럼 울까 / 오늘 하루도 / 분리수거의 날 / 버스에서 본 여자 / 아내의 엄마 / 무제 / 라면 한 컵도

해설
긴 슬픔과 깊은 아픔을 이겨내기 위하여 _ 이승하

저자 소개 1

198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접목’이 당선되어 등단. 작품집으로 『분실시대』『별은 한낮에 빛나지 않는다』『타성의 새』『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시계탑이 있는 풍경』『길에서, 길을 보다」『앉지 못하는 새』등이 있으며, 장편소설로『행복아파트 사람들」, 시집으로『병상일기』산문집으로『시 한 잔의 추억(1)(2)』과 어린이 글짓기 책으로『소설가 정수남 선생과 함께 떠나는 365일 글짓기 여행(1)(2)』이 있다. 자유문학상과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문학저널 창작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현재는 일산문학학교와 파주문예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고, 한국작가회의, 국제PE
198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접목’이 당선되어 등단. 작품집으로 『분실시대』『별은 한낮에 빛나지 않는다』『타성의 새』『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시계탑이 있는 풍경』『길에서, 길을 보다」『앉지 못하는 새』등이 있으며, 장편소설로『행복아파트 사람들」, 시집으로『병상일기』산문집으로『시 한 잔의 추억(1)(2)』과 어린이 글짓기 책으로『소설가 정수남 선생과 함께 떠나는 365일 글짓기 여행(1)(2)』이 있다. 자유문학상과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문학저널 창작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현재는 일산문학학교와 파주문예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고, 한국작가회의,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한국소설가협회 감사와 창작21작가회 상임고문과 한솔문학 고문, 고양작가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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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123*190*20mm
ISBN13
9791192828800

책 속으로

빗소리가 고즈넉한 오후
신발장에서
그대를 기다리며 졸고 있던
하얀 운동화가 문득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신을 사람이 찾지 않아
몇 년 동안 혼자 외로웠다는
왜 꺼내주지 않느냐는

꽃핀 봄날
몇 년 만에 비 맞으며
자기도 바깥 구경하고 싶다는

그래도 그대는
일어날 줄 모른다

운동화가 그토록 기다리는 그대는
아무것도 모른 채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코를 골고 있다

바깥은 목련이
하얗게 웃고
개나리 진달래가
새봄을 노래하는데
--- 「아내의 운동화」 중에서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보다가
붉은빛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우리 마지막도 저랬으면 하다가
아직은 좀 더 살아야지 입술을 깨물다가
어려워도 좀 더 살아야지 가슴을 치다가
아내의 숨소리를 듣는 게
행복하다고 느끼는 저녁
--- 「황혼을 바라보며」 중에서

아내는 거짓말쟁이이다!

편안하냐고 물으면
아내는 말없이 머리를 끄덕거린다
허공을 바라보는 눈빛이
정말 편안한 것 같다

꼭 쥐면 금방 부서져 내릴 것 같은 팔다리,
모든 것 다 내주고
이제는 텅 빈 것뿐인데도

까맣게 타버려서
이제는 가슴에 재만 남았을 텐데도

오늘도
편안하냐고 묻자
아내는 또 머리를 끄덕거린다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는 눈빛이
정말 편안한 것 같다

아내는 거짓말쟁이가 분명하다!
--- 「아내는 거짓말쟁이」 중에서

안경 너머 해맑은 눈망울이 유난히 빛나던
그대 이름은
푸른 그리움이다

달라는 것 다 내어주고
한 점 바람에도 오소소, 떨고 있는
빈 들에 홀로 남은 허리 꺾인 수숫대다

다가가면
말없이 미소 지으며 살포시 안아 주는
그래도 끝끝내 입을 다물고 있는
그대 이름은
하늘에서 내려온 투명한 이슬이다

영원을 헤매는
그대의 눈빛과
그 눈빛에 그을린 나의 아픔이 하나가 되는
긴 입맞춤할 적마다
내 몸에는 어느새 그대의 문신이 새겨진다

아직도
날마다
내 안에서 끝없이 불타오르는
그대 이름은
대보름날 시뻘겋게 타오르는 달집이다
--- 「그대 이름은」 중에서

몰라는 우리끼리 통하는 아내의 별명이다. 누가 언제부터 그렇게 불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모두 그렇게 부른다. 우리가 그렇게 불러도 아내는 싫어하지 않는 기색이다. 그 소리를 들을 적에도 그냥 맥없이 허공을 쳐다보며 피식, 웃는다.

요양보호사가 다녀갔느냐고, 점심은 먹었느냐고, 낮에 목욕은 했느냐고, 물어도 아내의 대답은 늘 ‘몰라’다. 어떻게 그것도 모르냐고 물어도 대답은 또 ‘몰라’다.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묻고, 묻다가 지쳐서 우리는 그만 아내 따라 맥없이 웃고 만다. 그럼 아내도 뭐가 좋은지 우리를 따라 또 피식, 웃는다.

거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깥을 손가락질하며 저기가 어딘 줄 아느냐고, 빨리 나아서 한번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도 아내는 머리를 흔든다. 몰라, 몰라, 몰라, 몰라……. 살아온 시간을 모르겠다는 건지, 살아갈 시간을 모르겠다는 건지, 바람이 빠져나가듯 몰라, 몰라 할 적마다 나도 그만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몰라」 중에서

내가 자꾸 웃는 까닭은
참았던 울음보가 터질 것 같기 때문이다

웃고, 웃고, 웃다 보면
울어야 할 일을 까맣게 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울기 시작하면 멈출 것 같지 않아
울음도 그만 아껴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내가 웃는 까닭은」 중에서

아내의 다리는 세 개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두 개인데
아내는 세 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개만 있어도
세상 사람들은
어디든 걷고 뛰고
맘대로 계단도 오르는데
아내는
한 개가 더 많은데도
맘대로 걷지 못합니다

운동하자고,
운동하지 않으면 평생 걷지 못한다고,
잔소리를 퍼부어야 겨우 일어나
달팽이처럼 느리게,
느리게 흔들흔들 걷기 시작합니다
오른쪽 다리가 앞서면
그 뒤를 왼쪽 다리가 천천히 따라가면서
열 번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열 번씩 열 번을 채우라고 해도
겨우 세 번 하고는 주저앉습니다

그런 까닭에
세상 사람들보다 하나 더 가진
아내의 다른 다리는
10년이 지났는데도
늘 새것처럼 반짝거립니다

나는 그 다리가
하루빨리 헌 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아내의 다리」 중에서

이 나이에 그런 게 필요 있겠어?
그래도 굳이 말하라면, 글쎄 나는 그냥……

그냥, 옛날처럼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이나 한번 받아봤으면
그냥, 아침 출근할 때 일찍 들어오세요, 하는 소리 한번 들어봤으면
그냥, 한 번이라도 아내의 손잡고 그때처럼 남산에 올라가 봤으면
그냥,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아내의 노랫소리 한 번 들어봤으면

그냥, 그게 전부야
정말이야, 그냥……

--- 「희망사항(1)」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 책은
정수남 소설가가 10년이 넘도록 투병 중인 아내를 간병하면서 틈틈이 적은 시를 묶은시집으로, 긴 슬픔과 깊은 아픔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쓴 편편이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시집 『희망사항』은 뇌출혈로 쓰러져 몸이 불편하고 치매로 영혼마저 온전하지 못한 아내에게서 일거수일투족을 떼지 않고 돌보고 챙기는 남편(남자)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24시간 같이 아내 옆에서 지내는 남편의 아내에 대한 사랑의 온기를 십분 느낄 수 있는 시어가 독자들의 가슴을 뻐근하게 저리게 한다. 함께 산 세월이 60년이 다 된 아내가 자신의 이름이 김영자인지를 모른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60년을 같이 살면서 불러본 “여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때 남편의 가슴은 얼마나 아프고 찢어질까? 그래서 이렇게 쓴다.

내 아내 이름은 김영자입니다/본은 연안이고/꽃불 영, 아들 자를 씁니다/그런데 아내는 자기 이름 석 자를 불러도/대답할 줄 모릅니다//아내는 이름을 잃어버렸습니다/60년 가깝게 함께 살면서/내가 이름 대신 부르던/여보, 당신, 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나는/이름을 잃어버린 아내가/내 아내 같지 않아서/이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그래도 아내가/말을 모두 잃어버린 건 아닙니다/내가 누구지, 물으면/내 남편이라고/그것만큼은 아주 또렷이 말합니다//다행입니다/나는 그런 아내가 예뻐서/그럴 적마다 가만히 안아 주곤 합니다//내 아내의 손은 아직 따듯합니다.(「아내 이름은 김영자」 전문)

그래도 나를 알아보는 아내가 예뻐서 가만히 안아 주는 정경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시집 『희망사항』 이처럼 남산에서 데이트를 하면서 첫 키스를 하고 부부가 된 아내가 10여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아내를 보고 느꼈을 남편의 심정과 절망과 아픔을 솔직하게 그린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모르는 아내,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는 것을 모르는 아내, 자기 이름조차 잊어버린 아내를 보면서 남편이 절실하게 느끼는 삶의 질긴 비극을 이렇게 쓰고 있다.

요즘 나는 울면서 산다//한평생 시를 쓴다고 한들/여름 한낮 저 푸르름도 그리지 못하는 것을//한평생 노래를 부른다 한들/여름 한낮 산새들의 지저귐만도 못한 것을//한평생 사랑한다고 한들/여름 한낮 짝찍기하는 저 노루의 열정만도 못한 것을//요즘 나는 울면서 산다//10년 넘게 지키고 있으면 뭐 하나,/아내를 한 번도 걷게 하지 못하는 것을(「요즘 나는 울면서 산다」 전문)

아내의 팔다리 역할을 한 지도 어느새 1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내. 함께 외출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는데 그것이 불가능해진 나는 울면서 산다. 하지만 그 절망 속에서도 남편은 아직은 아니라고 희망을 노래한다.

아직은 아니야//당신이 말하지 않아도/무슨 말을 하려는지/눈빛만 봐도 다 알아/그럼,/60년을 같이 살았는데/그걸 모를까?//그래도/아직은 아니냐/조금 더 살다 보면/좋은 날이 다시 돌아올 거야//이대로 끝난다면/그건/너무 슬프잖아/너무 아프잖아//한번은 훨훨 걷기도 하고/뛰어도 봐야 하지 않겠어?(「아직은 아니야」 전문)

간절한 희망이고, 애절한 소망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화무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울고 생로병사는 만고 불변의 진리이다. 그래도 옆에 숨 쉬는 아내가 있으니, 그래도 남은 생을 함께 할 동반자가 있으니 희망의 심지가 꺼진 게 아니다. 아직은 아니다. 그래서 아내가 차린 밥을 부부가 같이 먹는 소소한 행복, 아침 출근할 때 “일찍 들어오세요” 인사를 듣는 크나큰 기쁨, 아내의 손을 잡고 옛날 데이트 장소에 가보는 즐거움, 아내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느끼는 하늘을 나는 기분, 이 네 가지 희망사항을 안고 남편은 오늘도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시인의 말


시가 찾아와 나를 벗긴다.
어제도 그제도 벗겼다.

그런데 벗고, 벗고, 또 벗으니까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보이니까 그동안 분실했던 웃음이 다시 나를 찾아왔다.
그 웃음이 나에게 세상을 이길 힘을 주었다.
고맙다.

아내가 이 시를 읽고
희망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추천평

이번 시집은 한마디로 말해 ‘아내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면서 편편의 시를 썼을 것이다. 고통을 떨쳐버리고자 술을 마시는 대신에 시를 쓰지 않았을까. 봇물 터지듯이 쏟아낸 시를 모아 시집을 내게 되었으니 읽는 이는 모두 크게 감동할 것이다. 그런데 해설자가 생각하기에 정수남 시인은 아직도 커다란 이야기보따리를 2개 더 갖고 있다. 하나는 해방둥이로서 분단 극복과 통일 모색의 주제는 지금까지 시에서는 거의 행하지 않았다. ?아버지 산소에서? 같은 시가 더욱 많이 탄생하기 바란다. - 이승하 (시인,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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