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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07
1. 운명에 이끌리다—묘청의 난- 김민효 2. 왕후 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만적의 난(중편소설)- 유시연 3. 전설이 된 숨은 용—삼별초의 난(중편소설)- 엄광용 4. 과녁 없는 살(虄)—임꺽정의 난- 김주성 5. 꺼지지 않는 횃불—홍길동의 난(중편소설)- 정수남 6. 활빈도의 길—장길산의 난- 백영 7. 작변(作變)—이필제의 난- 김세인 8. 녹두꽃 지던 길—동학농민전쟁- 채희문 9. 불이 붙는다—평안도농민전쟁- 김찬기 10. 민란(民亂)—이재수의 난- 김민주 작품 해설 - 김종성 집필 작가 소개 |
金珉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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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떴느냐?”
그의 목소리는 팔성당 안을 잠시 휘돌았을 뿐 이내 사라졌다. 대신 누군가 팔성당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문밖에는 조광과 그 휘하 장수들 그리고 눈에 익은 서경 백성들이 몰려와 있었다. 조광의 한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고, 칼에는 핏물이 흥건했다. 조광의 측근 장수 손에는 유참과 그의 아들 유호의 목이 들려 있었다. 그들의 목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묘청이 몸을 곧게 세우기도 전에 조광의 칼날이 그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 pp.34-35 “네 이노옴! 먹여주고 재워주고 거뒀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아?” 최충헌이 두 손이 묶인 만적을 걷어찼다. 만적이 저만치 나동그라졌다. 뒤늦게 한충유댁 늙은 종과 순정이 헐레벌떡 달려와 별감댁 마당에 무릎을 꿇었다. 정신이 반쯤 나간 만적이 허공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사람답게 살고 싶었을 뿐이오.” “뭐라? 이놈이 아직도 헛소리를 지껄이느냐.” 사병의 손에 두들겨 맞고 발길질을 당한 만적은 흙바닥에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했다. --- p.84 “제주도라…….” 배중손은 혼자서 물먹은 소리를 했다. 수하들은 멀찍이 떨어져 장군을 주시하고 있었다. 애써 배중손이 수하들과 거리를 둔 것은, 홀로 깊은 생각에 골몰하기 위해서였다. 남해의 섬들 사이를 빠져나가 해류를 따라가다 보면 제주도, 즉 옛날 탐라국에 닿는다고 했다. 삼별초 군사 기지를 진도에서 다시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것을 그는 용납하기 어려웠다. 애초 관군에게 쫓겨 강화도에서 군사 기지를 이전할 때, 그는 진도에 뼈를 묻을 각오를 했었다. 그런데 그의 무술 스승이었던 노승 지선(只詵)은 훗날 이런 사태가 올 것을 예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남쪽 바다를 건너면 아름다운 섬이 있다. 능히 그곳에 하늘같이 사람을 섬기는 나라를 건설할 만하다.’ --- p.90 기진맥진한 그의 뇌리로 지나간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나는 왜 도적이 되었는가. 불의 앞에 입 닫지 않겠다는 호언은 지켰는가. 내가 꿈꿨던 세상은 어디에 있는가.’ 어느 것 하나, 지금 고달프고 불안하고 두려운 자신을 스스로 안도케 할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후회는 아니었다. 다만 자신은 지금 과녁 없이 시위를 떠난 살(?)처럼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살이 날도록 하는 힘은 아마도 끌래야 끌 수 없는 분노의 불씨가 아닐까 하고 어렴풋이 깨달을 뿐이었다 --- p.155 -함경감사는 들어라. 창고가 텅 비었다고 억울해하지 마라. 이는 본디 백성의 고혈을 짜 모은 곡물이므로 우리가 다시 주인들에게 돌려주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이를 벌충하고자 앞으로 또 백성들을 괴롭힌다는 소문이 들리면 언제라도 우리가 다시 쳐들어와서 이를 또 비우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엔 너와 네 식솔의 목숨까지도 가져갈 것이니, 명심하거라. 활빈당 홍길동 --- p.159 “부처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을 바꿔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 손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를 아끼고 나누며, 억울한 일을 바로잡고, 그렇게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다.” 길산은 먼 산을 바라보았다. 산 너머 어딘가에 그런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까?” “있다. 네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밥을 나누어 주고, 억울한 일을 막아주고, 희망을 주는 것. 그것이 용화세상을 만드는 길이다.” --- p.222 필제의 외침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생겼다. “조정은 노론과 소론이 권력다툼을 일삼고 삼정은 문란해져, 전정은 가렴주구로 바뀌고, 군정은 호포제로 민생을 짓눌렀으며, 환곡은 탐관오리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창고로 전락했습니다. 백성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진인인 중은 몰러두 저니가 허는 말이 틀린 말은 아녀.” “그려. 듣고 보니 죄다 맞는 말만 하는구먼, 그려.” 관중이 필제의 연설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필제가 홍경래의 난을 언급하자, 손가락을 입에 넣어 휘파람까지 불며 “옳소!” 하고 호응했다. --- p.246 . 이미 항간에는 녹두 장군을 상징하는 노래가 널리 퍼져 있었는데 그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자면 공연히 슬퍼지기도 했다. 백성의 고난과 저항의 정서가 상징적으로 담겨있기 때문이었을까?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이미 조정에서는 이 노래의 의미를 파악하여 매우 위험한 노래로 단정지었으며 이 노래가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세심히 주의를 기울일 것을 지방 관리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파랑새는 외부의 침입이나 위협을 뜻하기도 하고 청포 장수는 백성들의 생계를 암시하는 말이라고도 했다. -p.269. 바로 그 순간이었다. 마치 횃불에 불이 붙는 듯이 김문일의 가슴팍을 활활 타오르는 것이 있었다. 결코 묘당(廟堂)에 있는 충신의 의리와 이 참혹한 성안에 있는 역적의 의리, 그리고 아들을 산 채로 땅에 묻은 아비의 의리가 다를 수 없다는 말을 끊임없이 되뇌면서 ‘그들’에게로 나아갔다. 김문일은 뚜벅뚜벅 홍경래가 머무는 장대 뒤편의 막사를 향해 걸어 나갔다. 봄날의 아침볕이 김문일의 온몸에 불이 붙듯 내리쬐기 시작했다 --- p.297 두 사람이 서귀포 본당으로 갔을 때 마당에는 처참하게 망가진 오신락의 시신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모진 폭행과 고문의 흔적이 있었으나 천주교도들은 모두 교당으로 숨어 문책할 수도 없었다. 군수라고 해도 교당은 허락 없이 들어갈 수 없는 치외법권 구역이었다. “도대체 교인들이라는 사람들이 어찌 그리 잔인하단 말입니까?” “신을 업은 자들이니 무서운 게 없을 것이다. 무도한 놈들.” 소식을 들은 대정 주민들 역시 분노가 치솟았다. “무법천지인 천주교도들에게 대항합시다. --- p.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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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제5집 『소설로 읽는 한국민중운동사1: 전통시대편』에는 신작 중편소설 3편, 신작 단편소설 7편을 싣고 있다.
김민효의 신작 단편소설 「묘청 운명에 이끌리다」는 묘청의 난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고려 중기의 정치적ㆍ 사회적 배경을 중심으로 한 역사적 서사를 통해 이상과 현실의 충돌을 다룬 작품이다. 이 소설의 핵심은 묘청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서경 천도의 이상주의적 운동과 그것이 현실의 복잡한 권력 구조 속에서 좌절되는 과정이다. 묘청은 왕권 강화와 국가 개혁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웠지만, 그의 이상은 문벌귀족의 강한 기득권 의식과 금나라라는 외세의 압박에 부딪혀 결국 무너지고 만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현재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비록 묘청은 비극적으로 패배했지만, 그의 이야기는 끝내 절망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작품은 그의 이상과 신념이 비록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했더라도, 그것이 미래를 위한 씨앗이 되었음을 암시하며 독자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유시연의 신작 중편소설 「왕후 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는 만적의 난을 다루고 있다. 1198년 개경 북산에서 나무를 하던 노비들이 모의를 하는 일이 일어났다. 최충헌의 사노비 만적이 주동이 되어 각자 주인을 죽이고 정치권력을 취해보자는 취지였다. 수천 명의 노비들이 이에 호응했고 날을 잡았다. 만적의 난은 단순히 노비 해방을 넘어 신분제를 뒤엎을 계획을 세웠다는 데 의의가 있다. 천인 이의민이 장군으로 권력의 중심에서 부귀영화를 누렸던 시절이었다. 노비들도 막연한 희망을 꿈꾸었을 것이다. 만적의 난이 무산되어 노비들이 예성강에 산채로 던져진 후 고려 사회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신분 해방을 꿈꾸었던 노비 만적은 밀고자의 배신으로 허망하게 닻을 내린다. 엄광용의 신작 중편소설 「전설이 된 숨은 용」은 삼별초의 난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삼별초 민중항쟁의 주역인 배중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되, 그 중간중간에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고려 왕정을 배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징검다리처럼 삽입하면서 전체적인 구조가 소설적 긴장감으로 압축되도록 만들어 보이고 있다. 그래서 진도에서 마지막 혈투를 벌인 배중손이 이틀간 벌인 고뇌에 찬 전략과 마지막 전투 장면을 앞뒤로 배치하고, 삼별초 항쟁의 중심 내용을 가운데 끼워 넣어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려고 했다. 주인공 배중손 중심의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같이 민중항쟁을 도모한 노영희와 김통정 두 장군에 대해서는 소략하게 다룰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제주도에까지 가서 항쟁한 김통정의 삼별초는 1272년 개경 도성으로 가는 조운선 10여 척을 빼앗고, 전라도의 상공미 800석을 약탈하였으며, 여몽연합군의 전함 20여 척을 불태우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개경의 원종은 상장군 김방경과 몽골군을 이끄는 홍다구를 장수로 삼아 군사 1만 명과 전함 160척을 제주도로 보내 삼별초를 소탕하라고 명했다. 이때 여몽연합군에 비해 중과부적이었던 삼별초 군사 대부분은 항복을 했고, 김통정 장군은 70여 수하들을 데리고 산속으로 도주하던 끝에 전원이 함께 자결하였다. 이로써 1270년부터 1273년까지 약 3년간 강화도, 진도, 제주도로 기지를 옮겨가며 여몽연합군과 싸운 삼별초의 항쟁은 막을 내렸다. 김주성의 신작 단편소설 「과녁 없는 살(?)」은 임꺽정의 난을 다루고 있다. 임꺽정(?~1562)은 조선 명종 시대에 경기도, 황해도, 강원도를 주 무대로 횡행했던 큰 도적 무리의 우두머리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그를 홍길동, 장길산과 함께 조선의 3대 도적으로 꼽았다. 임꺽정이 죽은 후 민간에서는 그에 대한 무수한 설화가 생겨났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그는 소설, 드라마, 영화, 만화 등 거의 전 서사 장르에서 매우 인기 있는 주인공으로 그려져 왔다. 이렇게 그의 존재성은 시대를 뛰어넘는 큰 문화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그의 존재성의 시작이자 끝인 ‘도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어떻게 대부분의 서사 속에서 ‘의적’이나 ‘영웅호걸’ 같은 긍정적 이미지로 전화(轉化)되는가에 주목하고, 이 소설을 통해 그 원인의 일단을 추정해 보고자 했다. 결국 이 단편소설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그는 왜 도적이 되었는가?’라는 3 인칭 시점 질문에 대한 냉정하고 균형 잡힌 답과 최후의 순간에 품었을 ‘나는 왜 도적이 되었는가?’에 대한 임꺽정 자신의 답이 서로 만나는 지점 즉 ‘과녁 없는 살(?)’의 허망함이다. 정수남의 신작 중편소설 「꺼지지 않는 횃불」은 홍길동의 난을 다루고 있다. 허 판서 댁 서자로 태어난 홍길동은 뛰어난 지략과 능력을 갖췄음에 도 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 이 이야기는 차별 없는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을 이루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탐관오리의 등쌀에 제대로 살 수 없었던 백성들이 도적이 되어 산속에 숨어 살아야 하는 세상, 가난과 굶주림으로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한다. 적서 차별이 없고 자유롭게 생활하는 나라를 꿈꾸던 그는 믿음직한 부하를 시켜 살만한 곳을 찾게 한다. 며칠씩 걷거나 배를 타고 찾아간 곳은 지상낙원이라 부를 만한 율도국이다. 제도와 관습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는 길동은 결국 스스로 그 나라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백영의 신작 단편소설 「활빈도의 길」은 장길산의 난을 다루고 있다. 장길산은 숙종 때 실존 인물로, 황해도 일대에서 활동을 시작해 평안도 양덕과 함경도 두만강 입구의 서수리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조정은 온 힘을 다해 그를 잡으려 했으나 끝내 잡지 못했다. 당시 조정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장길산이라는 이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장길산은 단순한 도적이나 약탈 집단이 아니었다. 그는 활빈도라는 상징성을 가진 의적(義賊)으로서 민중의 지지를 얻었다. 백성들은 관군이 장길산을 잡으러 와도 협조하지 않았다. 이 소설은 장길산의 활빈도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의 사상적 근거로서 미륵 신앙이 수용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역사 기록 어디에도 장길산이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는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그의 이름이 수십 년 동안 사라지지 않고 민중의 희망으로 살아 있었다는 사실만이 전해진다. 김세인의 신작 단편소설 「작변(作變)」은 이필제의 난을 다루고 있다. 이필제는 무과에 급제했으나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했다. 과거제의 남발과 붕당의 폐해, 연줄과 돈으로 얽힌 인사 제도 속에서 실력 있는 인재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졌기 때문이었다. 조정은 민생이 삼정의 문란(전정ㆍ군정ㆍ환곡)과 탐관오리의 횡포로 파탄에 이르렀고, 지배층은 모화사상에 갇혀 자주성과 개혁 의지를 상실한 상태였다. 이런 즈음에 『정감록(鄭鑑錄)』이 널리 퍼졌고 이필제도 그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씨 조선은 망하고 새로운 진인이 나타날 것’이라는 문구에 이필제는 매료되었다. 그러던 중 교조 수운 최제우가 끌려가는 모습을 보며 동학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는 해월 최시형을 만나 동학교도들과 함께 영해 부성을 공격하기로 했다. 마침내, 1871년 3월 10일 거사를 단행하여 탐관오리인 영해 부사 이정을 제거했는데, 그날은 바로 수운 최제우가 순도한 날이다. 따라서 이는 억울하게 처형당한 교조를 신원하려는 운동이자, 지배층의 부패와 조정의 무능에 맞선 집단적 저항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김찬기의 신작 단편소설 「불이 붙는다」는 평안도농민전쟁을 다루고 있다. 1811년 신미년 12월 홍경래는 우군칙 등과 모의하여 다복동 광산에서 반란을 일으킨다. 홍경래와 유년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던 전 주서 한호인은 선비의 고장인 관서에서 흉적이 나왔음을 부끄럽고 분하게 여겨 적당 우두머리 홍경래와 담판을 하기로 결심을 하고 서울에서 정주로 내려오게 된다. 이에 관군의 현지 총사령관 격인 중군 유효원은 한호인을 막객 김문일을 붙여 적진에 가게 한다. 결국 한호인은 목이 베이고, 그 순간 김문일은 “결코 묘당(廟堂)에 있는 충신의 의리와 이 참혹한 성안에 있는 역적의 의리, 그리고 아들을 산 채로 땅에 묻은 아비의 의리가 다를 수 없다는 말을 끊임없이 되뇌면서” 의리의 본질을 캐기 위한 도정에 나서기로 결심하고 먼저 적당 홍경래가 있는 거처로 나아가게 된다. 채희문의 신작 단편소설 「녹두꽃 지던 길」은 농학농민전쟁을 다루고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외세의 침략이 거세지거나 탐관오리의 부정부패가 극에 이르렀을 때마다 백성들은 어김없이 맨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나 맞서 싸웠다. 1894년에 들불처럼 타오른 갑오농민전쟁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농민들은 탐관오리의 부패와 과도한 세금, 일본과 청나라 세력의 침탈에 맞서 봉기했고 그 한가운데에 전봉준(1855~1895)이 있었다. 전봉준은 조선 말기의 동학 농민 전쟁을 이끈 민중 지도자다. 키가 작아 ‘녹두장군’이라 불린 그는 부패한 관리들의 포학(暴虐)하고 가혹한 학정에 맞서서 억눌린 농민들을 이끌고 직접 항쟁에 나섰으며 민중을 중심으로 한 개혁을 시도했다. 이번 단편소설에서는 전봉준의 삶 중에서 그의 마지막 장면만을 극적으로 다루었다. 백성을 위해 싸우고 자신을 희생한 위대한 사내의 마지막 길을 똑바로 되돌아보고자 한 것이다. 그는 쇠사슬에 묶여 진흙탕 길을 밟으며 사라져갔으나 그의 기개는 언제까지나 끊기지 않고 영원히 이어져 나갈 그의 발자국처럼 후세에까지 영원히 남게 되었다. 김민주의 신작 단편소설 「민란(民亂)」은 이재수의 난을 다루고 있다. 신축민란으로 부르기도 하는 이재수의 난은 대한제국 말기 쇠퇴해 가던 중앙 정부의 부정과 봉건적 세금 수탈에 저항하는 필사의 몸짓이며, 서구 외세의 간섭과 문화적 침탈에 대항하는 민초의 항쟁이었다. ‘조선 왕실의 부당한 증세에 제주도민이 반발하였고, 그 과정에서 300여 명의 천주교인이 학살당했다’라는 내용으로 국제적 관심을 끌었다. 그의 여동생 이순옥은 오빠 이재수의 애국적 거사와 죽음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그 발자취를 더듬어 구술원고를 완성했다. 국내 출판을 거부당한 후 1931년 일본에서 조무빈의 도움으로 〈야월의 한라산-이재수의 실기〉를 펴냈다. 대정지역의 유지들과 이재수의 후손들 역시 그의 의로운 죽음을 세상에 알리고 기념하기 위해, 그의 생가 근처 홍살문 거리에 ‘제주대정군삼의사비’를 세웠다. 이재수, 오대현, 강우백 세 장두를 기리는 기념비다. 종교가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오히려 권력과 아집으로 점철될 때의 비극을 보여주는 표석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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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작가회의 소속 소설가 10인이 힘을 합쳐 전통시대의 한국민중운동사를 소설로 썼다.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제5집 1권 『소설로 읽는 한국민중운동사1: 전통시대편』에는 신작 중편소설 3편, 신작 단편소설 7편을 싣고 있다.
김민효의 신작 단편소설 「묘청 운명에 이끌리다」는 묘청의 난을 다루고 있다. 묘청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서경 천도의 이상주의적 운동과 그것이 현실의 복잡한 권력 구조 속에서 좌절되는 과정을 고려 중기의 정치적ㆍ사회적 배경을 중심으로 한 역사적 서사를 통해 이상과 현실의 충돌을 다루고 있다. 유시연의 신작 중편소설 「왕후 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는 만적의 난을 다루고 있다. 만적의 난이 단순히 노비 해방을 넘어 신분제를 뒤엎을 계획을 세웠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엄광용의 신작 중편소설 「전설이 된 숨은 용」은 삼별초의 난을 다루고 있다. 삼별초 민중항쟁의 주역인 배중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되, 그 중간중간에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고려 왕정을 배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징검다리처럼 삽입하면서 전체적인 구조가 소설적 긴장감으로 압축되도록 서사구조가 짜여져 있다. 김주성의 신작 단편소설 「과녁 없는 살(?)」은 임꺽정의 난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임꺽정, ‘그는 왜 도적이 되었는가?’라는 3인칭 시점 질문에 대한 냉정하고 균형 잡힌 답과 최후의 순간에 품었을 ‘나는 왜 도적이 되었는가?’에 대한 임꺽정 자신의 답이 서로 만나는 지점 즉 ‘과녁 없는 살(?)’의 허망함을 묘사하고 있다. 정수남의 신작 중편소설 「꺼지지 않는 횃불」은 홍길동의 난을 다루고 있다. 허 판서 댁 서자로 태어난 뛰어난 지략과 능력을 갖췄음에 도 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홍길동의 이야기를 통해 차별 없는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을 이루는 서사구조를 전개하고 있다. 백영의 신작 단편소설 「활빈도의 길」은 장길산의 난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장길산의 활빈도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의 사상적 근거로서 미륵 신앙이 수용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김세인의 신작 단편소설 「작변(作變)」은 이필제의 난을 다루고 있다. 이필제의 난이 지배층의 부패와 조정의 무능에 맞선 집단적 저항이었다고 묘사하고 있다. 김찬기의 신작 단편소설 「불이 붙는다」는 평안도농민전쟁을 다루고 있다. 1811년 신미년 12월 홍경래가 우군칙 등과 모의하여 다복동 광산에서 지배계급에 대항하여 일떠선 평안도 농민들의 투쟁을 묘사하고 있다. 채희문의 신작 단편소설 「녹두꽃 지던 길」은 농학농민전쟁을 다루고 있다. 전봉준의 삶 중에서 그의 마지막 장면만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백성을 위해 싸우고 자신을 희생한 위대한 사내의 마지막 길을 똑바로 되돌아보고자 한 것이다. 김민주의 신작 단편소설 「민란(民亂)」은 신축민란으로 부르기도 하는 이재수의 난을 다루고 있다. 종교가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오히려 권력과 아집으로 점철될 때의 비극을 불러온 다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국작가회의 소속 소설가들이 집필한 10편의 중단편소설을 통해 우리 역사 속에서 살다 간 민중들의 삶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 김종성 (소설가, 전 고려대 세종캠퍼스 문화창의학부 교수) |